프롤로그, 서고 입구에서
발터 벤야민의 텍스트를 모으고 읽고 나만의 독법으로 해석해 가면서 내 서고에 켜켜이 쌓아둔 작가들의 글과 화집들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기호적인 것과 미메시스적인 것을 융해시킨다는 그의 독특한 읽기를 따라가며 새로운 쓰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쓰기의 첫 형식은 전시였고, 두 작가를 선정해 기획한 [미메시스의 서고, 에크리튀르]는 오랜 시간 그들의 쓰기를 지켜본 독자로서 시도해 보는 비평적 아카이브였다. 벤야민은 비평이라는 언어에도 다른 층위의 해석을 더해 주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상이한 두 작가의 텍스트들을 성좌적으로 배열해 보는 작업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다른 것들 속에서 발굴해 내는 유사성의 감각은 다양한 쓰기의 예술을 다면적으로 혹은 완전히 뒤집어 볼 수 있는 우회로를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내 첫 비평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시를 끝내고 여전히 나는 서고를 뒤적인다. 그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작가들의 쓰기를 탐색하고 발굴하며 미메시스적 읽기를 심화하고 있다. 다양한 쓰기의 서고가 감춰놓은 새로운 연관들을 수수께끼 풀듯 찾아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벤야민에게는 유년 시절 기억의 단어들과 이미지가 그런 미메시스 본능을 캐내는 매개였다. 그의 기억들을 빌어 나의 신체를, 정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텍스트의 숲을 아주 천천히, 반복적으로 걷는다. 숲이 나를 친근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 멀리서 어우러지는 긴 메아리처럼 다른 형상과 소리와 감각들이 공명하게 될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언어들, 그것이 어떤 유형이든지 무관하게, 나는 그 모든 것을 파리의 시인처럼 어울러 볼 참이다.
자연은 하나의 신전, 그곳의 살아 있는 기둥들은
때때로 난해한 말들을 쏟아내지.
인간이 상징의 숲을 지나게 되면
숲은 친근하게 그를 지켜보네.
멀리서 어우러지는 긴 메아리들같이
어둡고 심오한 조화 속에서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광대하게
향기와 색채, 그리고 소리가 서로 화답하네.
어린아이 살결처럼 싱싱한 향기,
오보에 소리처럼 감미롭고, 초원처럼 푸르른 향기,
-썩은 내음에서 풍요롭게 압도적인 향기들까지.
무궁한 사물의 확장력을 지닌 것들은,
호박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하네.
_Charles-Pierre Baudelaire, Corresponda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