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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pr 22. 2020

#25. 월급날 즈음 스멀스멀 떠오르는 생각

이 돈이면 몇 달을 놀 수 있을까

우리 회사 월급날은 25일. 이번 월급날은 토요일이어서 하루 당겨 금요일에 월급을 받는다. 나는 월급날 즈음이면 항상 월급 사용 계획을 세운다. 매달 비슷한 지출 항목과 금액이어서 매번 귀찮게 왜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요즘 월급 계획을 세울 때면 드는 생각 하나. 이 돈이면 몇 달을 놀 수 있을까? 백수 때 매달 사용했던 평균 금액을 아니까 몇 달을 놀 수 있을지 계산이 바로 된다. 


오늘 월급 사용 계획을 세운 뒤 조금씩 모아둔 나의 귀여운 저축 금액을 확인했다. 당장 때려치워도 반년 이상을 놀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든든해진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더 나아가 집 보증금을 빼면 얼마나 놀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어머, 몇 년을 놀 수 있겠다 싶어 흥이 난다.


학생 때 교과서에서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는 말을 본 거 같은데, 내가 일하는 목적엔 자아실현 따위는 없다는 걸 분명하게 깨닫는다. 언젠가 될지 모를 제2의 백수 생활을 위해 일할 뿐. 요즘 회사 생활에 좀 지쳐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니 쪼오금 힘이 난다. X 같으면 당장 때려치우고 놀면 될 일이고, 다닐만하면 언젠가의 백수 생활을 상상하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면 될 일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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