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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an 26. 2024

1984, 2024 digital, AI에 대한 반응

생존형 개발자의 생각 #96

최초로 새로운 것에 광분했던 시절

☬Herbie Hancock / ROCKIT  Performance 1984


1984년 그래미어워드에서는 마이클 잭슨 이상으로  허비행콕이 이슈였다. 당시 KBS에서는 조지오엘의 소설 “1984”를 조명하며 실존하는 빅브라더는 북쪽넘어 있다고 말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북쪽이 두려워한다는 당시 중2병 보균자였던 내게는 이웅평의 미그기조차 짜릿함을 못느껴졌을 정도였지만 그래미어워드에서 본 허비행콕의 “로킷”은 충격 그자체였다.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이 삶에 올 수 있지않을까?”라는 기대감이었다.


80년대는 레이거노믹스로 인류역사상 가장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였기에 모든 것이 과할정도로 신기했다. 새로움에 관대해지기 시작한 시대가 아닐까 한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세상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다. 특히 음악에서도 디지털 음원이 넘쳐났고 춤역시 인간답지 않은 로봇춤(브레이킹 댄스)가 유행을 했었다.  당시 중학생들은 직립보행을 거부하고 뒤로 걷기 시작했으며 교실바닥을 윈드밀로 청소해주는 괴기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로 허비행콕은 재즈뮤지션의 전설 중에 하나이다.  쿨재즈를 대표하는 마일즈 데이브스의 퀸텟에도 합류할 정도로 실력파였고 지금은 다시 아날로그 음악만 고집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80년대는 디지털 전환(DX)의 시대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80년대는 음악도 디지털로 변화되는 시점이었다.


그 후로 40년이 지났다.


인간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은 그 이후로 없었다. 2023년 생성AI가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위에 인공지능 학위자들을 보면 무관심하게 그런가보다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그들의 말을 듣고자 일부로 시간을 뺏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확신했고 그들에게 본질이 무엇인지 캐묻기 시작했다(물론 듣다보니 미궁에 빠져버리는 것은…내 잘못..일…?).


딱 1년이 지났건만 우리사회의 지식관련 산업 전반에서 생성AI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할루시네이션을 보며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해당 영역의 문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생성AI가 저작도구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AI 제품들이 우리 실생활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ChatGPT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생성AI가 가져다주는 미래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다.


S24에 관심가지다

삼성 '갤럭시 S24' 공개…미스터비스트, 직접 써보더니 "이게 돼?" (자막뉴스) / SBS


85세인 아버지는 오디오 매니아 또는 음반수집가로 평생 살아오셨다. 그리고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식을 투자해오셨기에 “시사”와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주위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계시다. 그렇기에 새로운 IT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언제나 나를 부르고 물어보시곤 한다. 며칠 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잇섭(itSub)과 아버지가 좋아하는 몇몇 테크유튜버들의 동영상으로 선행학습을 하시고 내게 간단하게 질문을 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냐?”


나는 아버지가 질문하기 전부터 주위 매니아들에게 세뇌를 당하고 있었다. “게임체인저”라는 말로 강력한 드리븐을 하며 NPU기반의 자체 AI 칩셋을 강조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그 때마다 안티작렬하며 “어차피 구글엔진이 없을 수는 없잖아?”를 반복하며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S24이다.



정치를 논하며 PDF에 관심을 가지다


S24를 이야기 하시다가 갑자기 PDF의 풀네임을 말씀하시며 책 2권을 그 핸드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지 물어보셨다.


아버지는 가끔 시사에 대해 물어보신다. 그러면 결코 편향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답변을 한다. 내겐 정치팬덤 따위는 없다. 어린시절 보고 자라왔던 중앙정치인들의 삶 때문에 그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원하시는 “진보적 성향”의 시각에 동조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단톡방에 넘치는 경복고, 서울대 동문들의 극우적 댓글에 분노하며 내게 분노를 공감하시기 바라지만 “어느진영과도 우호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내게는 미지근한 답변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시점부터는 “해외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특히 중동정치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 아버지와 공감할 때가 많았다(이런 내 모습에서 모순을 느끼기도 한다). 아버지가 원하시는 책을 2권 이야기하며 PDF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세상을 생각하다


아버지가 말씀을 하셨다. “내 발음이 어눌해서 S24가 알아서 학습하면 좋을 듯한데? 니 생각은 어떠냐?”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의 워딩과 딕션을 분석하려면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RLHF), 아버지가 그것을 재대(인터페이스의 어려움)로 피드백 하실 것 같지는 않다고 말씀을 드리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40년간 세상이 많이 변했다.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술의 진보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진보한 미래로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늙을 수록 전자에 가까운 것도 맞는 말이지만 늙었다고 진보함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AI 시대에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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