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모기약'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익숙한 냄새가 나지 않는 여름

by 아득

요즘 들어 부쩍 모기약을 쓰지 않게 된 것 같다.

어릴 적 여름밤, 온 방 안에 피워둔 모기향 냄새나 뿌리는 약의 화한 향이 계절의 일부처럼 느껴졌던 것에 비하면 꽤 달라진 풍경이다.

이제는 여름이 와도 모기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가 달라진 건지, 세상이 바뀐 건지 문득 헷갈린다.


사실 모기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여전히 밤에 가려움에 깨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윙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모기약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예전처럼 강렬하지 않다.

어릴 땐 가족들이 모이면 “모기약 어디 있어?”가 여름의 인사말처럼 오갔는데, 지금은 그냥 참고 넘기거나, 손으로 휘젓고 만다.


이유를 생각해 봤다.

우선은 환경의 변화가 있다.

이제는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닫은 채 생활하는 게 당연해졌다.

방충망도 기본이고, 구조적으로 외부와 단절된 실내가 많다.

예전처럼 벌레가 집 안에 들어올 틈이 없다 보니, 모기약을 찾을 기회도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 리듬 자체가 달라졌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수면 시간도, 취향도 변했다.

모기약 특유의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화학 제품에 대한 거리감도 생긴다.

눈에 띄지 않는 전자식 퇴치기나 패치류가 등장하면서, 모기약을 직접 뿌리거나 피우는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편으론, 예전만큼 모기에 민감하지 않은 것도 같다.

아이일 땐 모기에 물리는 게 사건이었고, 다리를 긁으며 투덜대던 여름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참고 넘어가는 쪽을 택한다.

모기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닌데, 그에 대응하는 습관은 희미해졌다.

자취를 하는 성인 입장에서 모기가 예전만큼 경계의 대상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모기약 하나로 여름의 변화까지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는 계절마다 존재감을 갖던 도구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모든 게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모기약도, 여름밤도, 내 생활도 마찬가지다.


사라진 건 모기가 아니라,

내가 기억하던 방식의 여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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