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연애 프로그램'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감정을 보는 시대

by 아득

최근에 공개된 한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모태솔로’들이 처음으로 사랑을 마주한다.
낯선 설렘, 어색한 표현, 그리고 서툰 감정.
모든 것이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낯설다.

보통 연애 프로그램은 이미 연애에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느 정도 말솜씨도 있고, 감정 표현도 능숙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지’
그 처음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애 예능이라는 장르는
이제 익숙함보다는 새로운 설득력이 필요해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연애를 보고 싶어 하지만
그 감정이 진심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심부터 하게 되는 시대다.
누군가가 고백을 해도,
“저건 전략 아닐까?”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감정을 믿고 싶지만,
이 장르의 문법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모태솔로’라는 설정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처음의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은
연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인다.


예전에는 ‘모태솔로’라는 단어에
조금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따라붙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선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개인의 선택, 삶의 우선순위,
혹은 단순한 타이밍의 문제로
연애가 뒤로 밀려났을 수도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결핍이 아니라
그저 다른 리듬의 삶일 뿐이다.


결국 우리가 이 장르에서 원하는 건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사람이 진심으로 흔들리는 찰나,
자신도 몰랐던 마음에 눈뜨는 순간.
그게 진짜든 아니든,
우리는 그 순간을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연애 프로그램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완벽히 감정을 믿을 수는 없지만,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그게 사랑이든,
사랑이 아닐 수도 있는 감정이든 말이다.

이전 13화#013 '모기약'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