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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sie Oct 28. 2017

ADD치료기15 - 생활성장

2017. 10. 28




1.


성취보단 성장


민폐만 안끼치면 다행이었던 일터에서

일 잘한다, 함께 일할 수 있어 기쁘다,

어떻게 이렇게 일을 잘하냐, 너무 잘하는데?,

진상(고객)도 화가 풀리겠다,...

온갖 종류의 덕담도 다 들어보고

팀으로 참여한 전국규모 대회에서

큰 상도 다 타보고


뜻밖의 뚜렷한 성과가 생겨나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치료가 잘 되어가고 있구나싶다.




2.

못하니까.


내 부족함을 오롯이 인정할 때

변화와 성장은 가능한 거 같다.


일이나 공부는 넘 만족스러운 요즘.


유일한 고민은,

트라우마 치료 직후 한두달간

가족들에게

유난히 예민하게 굴며

특히 분노조절이 안되는 것.

화가 나는 그 순간에는

화가 먼저 나가버린다.

그리고나면?

후회하고, 자책할 뿐!

뒤늦게 사과해보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말에 무슨 힘이 실리겠나.


특히 불편했던 엄마의 경우만 보더라도..


엄마와 얘기를 나누려치면

일단 뭐랄까 막연히 피하고싶은...?

라기보단 판단하려는 느낌?

"어떻게 나오나 두고보자"

그리고 엄마 말투에서

꼬투리 잡을 만한게 생기면

"역시나"하면서

장전된 분노, 짜증을

엄마한테 쏟아 붓는다...

어느 날은 엄마가 우셨다.

너무 힘들다고,


사춘기도 아니잖아.

다 알고 있으면서.

엄마한테 화풀이하는거지,

엄마를 화풀이대상 정도로 느끼는거지.

진짜 너무하다.

정말 내가 써내려왔지만 진짜 못할 짓이다.


답답한 맘에 의사선생님께 털어놓았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하시길

"엄마한테 화를 내고나면 후회하잖아요,

이게 반복되고 있는건데,

그 후회스러운 감정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우선 이것만 해보기로 했다.

그것뿐이었는데,

마법같이

화내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아..!

어느 순간 질척이던 요즘 상황이

이쁘게 정리됬다.


내 경우엔,

ADHD로 빙산의 일각을 발견했다면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나서는

수면아래 가려져있던

빙산의 어마어마한 밑동을 발견했다.


일이 어찌해서 이렇게 된 건지

머리로는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지만


뭔가 뿌리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무기력과 귀찮음이 따랐다.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었다.


그런 와중이었다.

의사쌤이 시키는대로

화가날 때면

우선은

후회스러운 감정만 떠올리기로 한 거였다.

'그거라도' 했을 뿐인데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아,

뭔가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바심에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했구나. 싶었다.


그리고나니 크게 뉘우치는 순간이 찾아왔다.


왜 난 엄마, 아빠, 동생을

기숙사 룸메동생들이나

쉐어하우스에 같이 살던

하우스메이트들만큼의

배려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거였지?

입으로는 한결같이

밖으로만 잘보이려하고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막대하는 사람은

별로라고 얘기해왔으면서


어떻게 그러고도 그렇게

당당하고 뻔뻔할 수 있었지?!

뭣보다도 늘 내 편인 엄마에게?!


다 떠나서,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당장 내 살 깎아먹는 행동인데...

나는 나 자신이든 내 가족들이든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적절히 대접하는 걸

정말 끔찍이도 못하는구나

깊이 뉘우친 그 맘 그대로,

매순간 반성하는 맘으로 대하며,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는

반성해 마땅하다.




3.


일적인 성취가 그런 것처럼

관계적인 끈끈함도

특별히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거나

시간을 따로 낸다고 될 일이 아닌 거 같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란

실로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성질은

못되는 듯 하다.


언제고 내 곁에 남을

소중한 이들에게

아주 조금씩이나마


매일 매일 꾸준히

호의와 배려,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


그리고

채워짐은 비워낸 뒤에 오기에


우선 야금야금

에너지를 축내는 스마트폰,

특히 SNS부터 빛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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