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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반 Nov 19. 2017

스위스 여행 가자!!

05. 베른 (다섯째날)

"스위스 수도가 어디야?"

여행을 준비하던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

"취리히 아냐?.. 아니 제네바인가?.."

둘 중 하나일 거라고 확신하던 나를 보며 옆에서 듣고 있던 조카가 한마디 한다.

"스위스 수도는 베른이야!!"


여행을 하는데 그 나라의 수도를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누나는 스위스 수도인 베른을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베른을 여행지로 제안했다.


스위스 여행경로


베른 여행
다섯째날 여행일정


베른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의 대안 여행지의 한 곳으로 준비된 곳이었다. 대부분의 스위스 여행지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보니 인터라켄에 머물면서 리기산, 필라투스, 베른, 겔머호수 등을 대상 여행지로 선정하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움직이기로 계획했던 것이다.


인터라켄에 머무는 동안 루체른 쪽은 계속해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산을 올라가 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 판단이 되어 결국 루체른을 포함해 리기산과 필라투스를 여행 일정에서 제외하고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베른으로 정했다.


루체른의 날씨가 좋지 않아 리기산과 필라투스를 포기하고
베른을 여행하기로 했다.


우린 베른 여행 후 벵엔에서 4박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유스호스텔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친 후 짐을 챙겨 인터라켄 오스트역의 코인 락카에 짐을 보관하고 베른행 기차에 올랐다.


이국적인 특별함을 만나는 것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나에게 베른과 같은 대도시는 별로 매력이 없었다. 현대식 빌딩, 다국적 브랜드와 제품을 내세운 쇼핑몰 등으로 치장한 대도시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도시화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고층빌딩을 보는 것과 홍콩의 고층빌딩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고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과 파리의 복잡한 지하철이 다르지 않았다. 쇼핑거리에 가득한 유명 브랜드들과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또한 세계화의 영향으로 이젠 어느 도시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베른 여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와 장미공원 등을 중심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한옥마을과 경복궁, 재래시장을 주로 찾는 것이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한옥마을과 재래시장을 여행하듯 
난 베른의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베른에 도착하니 대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대도시임을 반영하듯 유동인구도 많아 기차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젊은 도시인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베른 역 인근에 대학교가 있어 학생들의 왕래가 많은 것도 여유보다는 활발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베른역 내부


기차역에 도착 후 습관처럼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어렵게 찾은 화장실이 유료였다. 공공시설의 화장실은 무료일 거라 생각했는데..  

베른역 유료 화장실


화장실 앞에서 잠깐 고민하다 4명이 들어가면 비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어 역 근처 버거킹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곳에서 아이스크림 2개를 사고 4명이 모두 화장실을 이용했다. 무료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 문에 비밀번호가 있어서 카운터에서 비밀번호를 알아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우린 버거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역 근처 여행안내소에서 여행 지도를 받아 본격적으로 베른 여행을 시작했다.




베른 구시가지와 시계탑

베른역 밖으로 나오면 중세시대의 건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베른의 구시가지와 함께 중세시대 건물들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식 교통수단인 트램 정류소가 바로 보인다. 인문학과 공학으로 대표되는 역사와 과학의 조화인 듯하다. 

베른역 앞 트램 정류소


우린 트램이 재미있을 듯 해 트램을 타고 장미정원 근처까지 갈까 하다가 구시가지를 걸어보고 싶어 장미정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베른역에서 장미정원까지는 약 2km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데 구시가지 한가운데를 따라 연결된 유럽에서 가장 길다고 하는 6km의 아케이드와 중간중간 관광명소를 보며 기념촬영을 하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린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를 들고 천천히 장미정원을 향해 걸어갔다.

베른 구시가지 주요 관광지


조금 걸어가니 스위스의 전통악기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공연이라 관심이 갔다.

베른 구시가지에서의 버스킹 공연


베른의 구시가지는 트램과 차량과 사람이 마치 같이 다니는 듯하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되어있긴 하지만 트램을 피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건너 다니고 차량도 마찬가지다.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위험성 때문에 다들 조심을 해서 그런지 트램도 차량도 사람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다닌다. 아마도 사고가 있었다면 대책이 마련되었겠지만 따로 규제가 없는 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인 듯했다.


베른이 자랑하는 유럽 최장길이의 아케이드는 베른 역에서부터 시작되어 아레강 근처까지 이어져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케이드 거리의 쇼핑몰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갈 것 같다.


아케이드를 따라 걷다 첫 번째 마주친 곳은 감옥탑이다. 1897년까지 감옥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지금은 그 기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가운데 시계가 있어 첨엔 시계탑인 줄 알았는데 시계탑의 시계는 훨씬 컸다. 


감옥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베른의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인 시계탑이 나타난다. 이 시계탑은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이며, 베른의 표준시계로써 시간의 표준을 잡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라는 것 자체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텐데 표준시로써의 역할을 했다고 하니 베른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시계탑은 꼭 만나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매시 정각이 되면 시계탑 아래의 인형이 돌아가며 움직이는 공연이 있는데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정각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시계탑 주변에 모여든다. 


하지만 막상 보면 정각에 맞춰 인형들이 돌아가며 움직이는 것이라서 공연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쉽다. 우린 공연을 보고 난 후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었는데 그래도 홍보 효과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가 공연이 끝나면 우르르 사라진다.


시계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아인슈타인 하우스가 나타난다. 아인슈타인이 1903년부터 1905년까지 2년간 거주했던 곳을 기념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 남해안을 여행하면 충무공 이순신이 머물렀던 곳은 모두 기념관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아인슈타인이 머물렀던 곳은 대부분 기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인슈타인 하우스의 운영시간 및 입장료


아인슈타인이 머물렀다고 하는 집은 2층이고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확립했을 당시에 부인과 아들과 함께 살던 곳이라고 해서 들어가 볼까 했지만 입장료가 있어서 입구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사람 살던 곳이야 비슷하지 않을까?..^^;;



장미 정원

구시가지를 벗어나 다리를 따라 아레강을 건너가면 장미 정원으로 올라가는 길과 연결된다. 우린 이 다리에서의 풍경이 너무 좋아 한참을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올라갔다.

아레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쉬고 있는 조카들


다리를 건너면 장미 정원으로 올라가는 안내 표지판이 있어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 


장미 정원은 원래 묘지로 사용되던 곳을 1913년 이후부터 공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약 220여 종의 장미와 다양한 꽃들이 만발하는 공원이다. 하지만 장미 정원이 유명한 것은 이러한 꽃들보다는 장미 정원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의 모습 때문이다. 장미 정원에 오르면 구시가지를 돌아 나가는 아레강과 함께 구시가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우리가 장미 정원을 찾은 것도 사진에서 본 구시가지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장미 정원은 원래 묘지로 사용하던 곳을 공원으로 운영한 것이었다.


장미 정원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의 모습은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날이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긴 했지만 붉은색 지붕으로 통일된 중세 건물들과 시가지를 돌아 흘러가는 아레강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구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푸른색의 높은 나무들 때문에 녹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장미정원에서 바라본 베른 구시가지


장미 정원에 도착하자마자 구시가지 구경에 한참 시간을 보낸 후 이제 공원을 둘러볼까 하며 돌아섰는데 공원 자체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220여 가지나 된다는 장미와 꽃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행사 중인 꽃 축제, 장미 축제 등과 비교가 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녹색의 잔디는 이곳 장미공원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잔디가 있는 공원이 많이 부러웠다. 


공원 안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어 조카들은 놀이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장미 정원을 둘러본 후 점심으로 싸온 빵과 우유, 과자 등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 뒤 근처에 있는 곰 공원으로 이동했다.



곰 공원

곰 공원은 장미 정원에서 10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 장미 정원에서 내려와 도로만 건너면 바로 곰 공원이다. 곰은 베른을 상징하는 동물로 베른이라는 이름도 곰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몇 마리의 곰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비록 우리에 갇혀있진 않지만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동물원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곰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했을 뿐.. 개인적으로는 좋은 명소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곰 공연장으로 사용했던 장소


사람들은 곰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곰이 나타나면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도 함께 동참했고 곰은 잠시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다시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곰공원에서 살고있는 곰


곰 공원 옆으로는 아레강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있다. 우린 곰 공원을 구경한 뒤 산책로를 걸어 베른 구시가지로 들어가기로 했다.

산책로로 내려가는 길


아레강을 따라 이어져있는 산책로


산책로를 걸으며 도심 근처에 이렇게 나무가 무성한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베른을 여행한다면 산책로를 걸으며 강 안쪽의 구시가지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베른 대성당(공사중이었다.)


연방의회의사당


우린 아레강을 따라 국회의사당 앞까지 걸어가다 다시 구시가지로 들어간 뒤 베른 역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걸은 탓에 시장기가 돌아 역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뒤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이동했다.


베른 여행은 하루 일정이면 충분할 듯했으며 개인차가 있겠지만 장미정원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의 풍경을 제외하고는 내겐 큰 매력을 주지는 못했다. 만약 스위스의 역사와 문화, 쇼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베른 여행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참고

1. 베른 도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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