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반 Sep 11. 2016

알프스 하이킹 가자!!

07. 벵엔 ~ 라우터브루넨 하이킹 (일곱째날)

국제선을 타는 승무원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네가 가본 곳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 괜찮은 곳 추천 좀 해줘"


잠시 생각하던 친구가 대답했다.

"음.. 내가 많은 곳을 가봤는데..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즐겁게 여행할 친구가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알프스 여행경로와 이동방법


벵엔 알프 ~ 벵엔 ~ 라우터브루넨 하이킹 정보
일곱째날 여행일정

 : 융프라우 VIP 패스로 이용 가능


융프라우에서의 마지막 하이킹 코스는 벵앤과 라우터브루넨 지역을 택했다. 벵엔 알프에서 벵엔을 거쳐 라우터브루넨까지 연결되는 루트이다.(아래 지도의 하늘색 코스)

융프라우지역 하이킹 경로
벵엔알프~벵엔~라우터브루넨 하이킹 경로(확대)


하이킹 구간 번호는 41번과 48번이다. 41번이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시작하지만 우리는 전날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충분히 머물렀기 때문에 벵엔 알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이킹 난이도는 초보자 코스여서 힘들이지 않고 무난히 갈 수 있다. 두 코스를 모두 하이킹하는 데는 약 4시간 정도가 필요하지만 우린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벵엔 알프까지의 구간이 빠지기 때문에 약 30분 정도 단축되었다.

벵엔알프 ~ 라우터브루넨 하이킹 정보


트로티 바이크

숙소가 위치한 보르트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려면 케이블카 외에 트로티바이크를 이용해서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트로티 바이크는 가속페달과 의자가 없는 자전거이다. 의자가 없기 때문에 서서 타야 하며, 가속페달이 없기 때문에 브레이크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보르트에서 그린델발트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동수단이다. 


트로티 바이크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는데 융프라우 VIP Pass를 구입하면 50% 할인권을 주기 때문에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했다. 처음엔 페달 없는 자전거라면 당연히 아이들용일 텐데 무슨 재미로 탈까 싶어 안 타려고 했는데, 할인권도 있는 데다 며칠간 케이블카만 타고 내려갔더니 새로운 교통수단(?)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용해보았다. 


페달 없는 자전거라고 얕보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자전거는 보르트 케이블카 정류소에 대여할 수 있다. 정류소 입구에 있는 서류에 사인한 뒤 직원에게 얘기하면 바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반드시 헬멧을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대여할 때 헬멧도 같이 빌려야 한다. 헬멧은 별도의 대여비가 없고 입구에 놓여 있는 것 중 머리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자전거와 헬멧은 보르트에서 타고 내려간 뒤 그린델발트 케이블카 정류소에 주면 된다.


보르트에서 그린델발트까지는 약 10분 정도를 타고 내려가는데 페달 없는 자전거라고 얕보고 타지 않았다면 엄청 후회했을 듯..ㅋ 시원한 바람과 멋진 경치와 속도를 즐기며 내려가는 기분은 전날 이용했던 피르스트 플라이어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보르트와 그린델발트를 오가는 기회가 있다면 꼭 이용하길 권한다.

트로티 바이크


벵엔 알프 ~ 벵엔 하이킹

트로티바이크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내려온 뒤 벵 엔알 프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다시 벵엔행 열차로 갈아탔다. 전날 한참을 감상했지만 클라이네 샤이덱에서의 경치는 다시 봐도 절경이어서 잠시 감상한 후 이동했다. 

융프라우와 빨간산악열차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 파노라마


사실 감상이라기보다는 감상이라는 명분으로 안락함과 하이킹 두 가지 욕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이킹 여행이다 보니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동한 하루를 제외하곤 여행 내내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이날도 계획상으로는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벵엔을 거쳐 라우터브루넨까지 하이킹을 하는 것이었지만 몸의 안락함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오며 벵엔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다. 


하이킹 코스를 놓치기는 아쉽고, 
안락함도 추구하고 싶고..

하이킹 코스를 놓치기는 아쉽고 편안하게 여행을 하고도 싶고..ㅋㅋ 결국 벵엔 알프까지만 기차를 타고 가서 벵엔 알프에서부터 하이킹을 하는 것으로 내면의 욕구와 타협했다.^^


벵엔 알프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인적도 없고 한산한 곳이었다. 내리는 사람도 우리뿐이었던 것으로 보아 하이킹으로 인기 있는 코스는 아닌 듯했다. 인적이 없어 조금은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더 크게 작용한 듯 걱정은 금세 사라지고 어느새 길을 찾아 하이킹을 시작하고 있었다.

벵엔알프역


벵엔 알프에서 벵엔으로 가는 길은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기 때문에 해를 피해서 하이킹이 가능하다. 아마도 여행기간 동안의 하이킹 중 해를 피해서 하이킹을 한 곳은 이곳이 유일한 듯하다. 또한 내려가는 길인 데다 길도 평평하고 그늘도 있어서 가장 편안하게 하이킹을 한 것 같다. 


해를 피해서 하이킹을 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숲길을 걸을 때는 한국의 숲길을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른 게 있다면 간간이 나무 사이로 설산의 절경이 보이고, 숲을 벗어날 때마다 초원이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너무나 고요하다는 점이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임을 깨닫게 해준다.^^ 


아마도 융프라우 지역의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하이라이트로 내세울 만한 게 없어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피해 고요한 산림욕 혹은 하이킹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한 코스라고 생각한다.


약 한 시간여를 걸으면 알멘드역이 나타난다. 잘못 보면 아몬드로 보여 우린 계속 아몬드로 발음했다. ㅋㅋ

알멘드역에 다다르면 간단한 식사 혹은 음료를 마실수 있는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점심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식사도 가능하다. 우린 출발하기 전 그린델발트에 있는 마트(쿱)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과일과 물을  미리 준비해서 하이킹 중 휴식을 하며 점심을 해결했다. 

벵엔과 벵엔알프 사이의 알멘드


알멘드에서 벵엔까지는 초원과 숲길을 약 30 ~ 4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하이킹 중 언뜻언뜻 보이는 설산은 주변 경치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기차를 타고 가는 관광객들이 우릴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서 우리도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별거 아닌데..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다. ㅋ 


마지막 숲길을 벗어나자 멀리 목조건물들이 모여있는 벵엔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벵엔은 뛰어난 경치 때문에 이곳에 있는 숙박시설들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숙박을 잡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그린델발트 지역에 비해 숙박비가 더 비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힘들다고 한다. 뛰어난 경치 때문에 우리도 벵엔에서 숙박을 하고 싶었지만 고민 끝에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벵엔 마을


벵엔 ~ 라우터브루넨 하이킹

벵엔마을을 대충 둘러보고 곧바로 라우터브루넨 방향으로 다시 하이킹을 시작했다. 벵엔에서 라우터브루넨 하이킹은 이번 여행 중 상당히 기대하던 곳이다. 스위스를 검색하던 중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는 가슴이 설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감동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지만 
사진으로는 부족했다.


마을을 벗어나 사진에서 보던 그곳이 어디일까 찾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며 하이킹 길로 들어서자 사진에서 보던 그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속해서 감탄을 쏟아냈다. 혹시나 사진에 속아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진은 결코 실물을 담을 수 없음을 금세 깨달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느낀 감동을 조금이라도 사진에 담아보려 똑같은 풍경을 몇 번이고 찍어보았지만 역시 사진으로는 부족했다.

벵엔에서 바라본 라우터브루넨
벵엔에서 라우터브루넨으로 가는 하이킹 길


하이킹 초입에서 보면 라우터브루넨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가까이 보여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500m 고도차를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완만한 지그재그 숲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길 초입에서 만난 경치는 숲길에 들어서면서 나무에 가려져 사라지고 숲길을 벗어나 라우터브루넨에 거의 도착할 즈음 다시 나타난다. 그래서 조금 걷다 보면 지루할 수도 있다. 

벵엔에서 라우터브루넨 하이킹 코스
지그재그 하이킹길(확대)
벵엔에서 라우터브루넨으로 가는 하이킹 코스 중 S자 산길
라우터브루넨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해 유명한 슈타우프바흐 폭포를 보러 갔으나 며칠째 계속된 폭염으로 수량이 부족해서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다 모두 바람에 날려 가버려 폭포로서 위엄을 잃어버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행기간 동안 비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이렇게 여행에 영향을 주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ㅋ 


폭포는 아쉬웠지만 비가 오지 않은 탓에 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던 것에 위안을 삼고, 폭포의 절경은 다음 기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숙소가 있는 보르트로 향했다.

슈타우프바흐 폭포


여행 참고

1. 하이킹 중 식사

하이킹 중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 혹은 산장 등이 간간이 나타나지만 가격도 비싸고 메뉴 선택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위스의 대표적인 마트인 쿱(COOP)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이킹 전날 혹은 하이킹 전 마트에 들러 바나나 등 과일과 에너지바 등을 사 가지고 가면 식사대용으로 유용하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상품도 진열되어 있다. 우리가 본 것 중에는 삼각김밥도 있었다. 

융프라우 지역에는 인터라켄 동역과 그린델발트에 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프스 하이킹 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