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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반 Aug 28. 2016

알프스 하이킹 가자!!

06. 융프라우요흐 / 묀히 산장 만년설 하이킹 (여섯째날)

"그런데 날씨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

하이킹으로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우리의 일정은 날씨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부터 스위스 지역의 날씨 예보, 구름의 이동경로, 전년도 날씨 등을 검색했지만 사실 의미는 없었다. 이미 계획된 일정을 변경할 수도 없었고 정작 여행 기간 동안 비가 올지 안 올진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달 전부터 마음을 졸이며 그렇게 날씨예보를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의미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놓자 처음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여행은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 즐거우려면 호기심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행히 여행기간 내내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다.^^


알프스 여행경로와 이동방법


융프라우요흐 가는 길
여섯째날 여행일정

 : 융프라우 VIP 패스로 이용 가능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 정상에 지은 전망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융프라우요흐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스위스 여행에서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이다 보니 정상에서는 한국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를 가기 위해서는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가서 다시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벵엔 혹은 그린델발트를 거쳐 클라이네 샤이덱이 최종 목적지가 되기 때문에 어디서 출발하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클라이네샤이덱과 융프라우요흐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관문이다 보니 클라이네 샤이덱은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도 일찍 출발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고자 하였으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클라이네 샤이덱에 내리니 삼성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듯 삼성 로고가 그려진 열차가 눈에 띄었다. 타지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보니 너무나 반갑고 뿌듯해 얼른 사진으로 남겼다.

삼성 로고가 그려진 스위스 산악열차


클라이네 샤이덱에서는 유명한 알프스 북벽인 아이거를 비롯해 묀히, 융프라우 등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뛰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만년설의 흰색과 거대한 바위산의 회색, 녹색의 초원과 빨간색의 산악열차가 어우러진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절경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프스에 감탄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갈 때는 기차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할 시간이 없다. 우리도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와서야 이러한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래 찍은 사진들은 모두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온 후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한참을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풍경이 너무나 멋지다 보니 다음번에 다시 한번 융프라우를 방문한다면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숙박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묀히(왼쪽)와 융프라우(오른쪽)와 융프라우요흐 산악열차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는 선착순으로 타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가려면 열차가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미리 타고서는 열차 안에서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출발하기 임박해서 타면 서서 가야 한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서서 가는 것이 힘든 사람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예약제 열차를 별도로 운행한다고 한다.

융프라우요흐행 산악열차


출발시간이 되자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는 출근길 지하철을 연상할 만큼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출발했다. 우리는 일찍 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좌석은 만원이어서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거를 배경으로 출발하는 융프라우요흐행 산악열차


클라이네 샤이덱을 출발한 열차는 아이거글럿처에서 정차한 후 터널로 들어간다(아래 점선 부분). 하이킹을 하려는 사람들은 내려올 때 아이거글럿처에서 내려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하이킹(37번 코스)을 하거나 혹은 아이거 북벽을 따라 알피 그렌까지 하이킹(36번 코스)을 하기도 한다. 이 코스도 절경으로 유명한 코스이다.


열차는 터널을 지나면서 2번 정차를 하는데 이때 열차 밖으로 나와 바깥 풍경을 보면서 고산증에 적응을 해두는 것이 좋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 이동 경로(확대)


융프라우요흐

융프라우요흐 역에 도착하니 이곳이 해발 3,454m 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몽블랑을 보기 위해 올랐던 에귀디미디에서 고산증을 경험했기에 우린 도착하자마자 고산증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이미 고산증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융프라우요흐역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란다. 돌산에 터널을 뚫은 것도 대단하지만 돌산 안에 이렇게 전망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만든 것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가 생각보다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관광포인트에 번호를 붙여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4번으로 가서 전망대를 오른 후 6번 묀히 산장까지 만년설 하이킹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융프라우요흐 구조


우린 관람 순서대로 전망대에 올라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설산 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온통 하얀색의 눈밭을 만날 수 있다. 전문 등반객이 아닌 사람들도 만년설을 직접 밟아볼 수 있다는 것이 융프라우요흐의 매력인 듯하다.


눈을 돌려보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레치 빙하를 볼 수 있다. 알레치 빙하 하이킹은 다음번 스위스를 방문하게 되면 경험하기로 하고 묀히 하이킹을 위해 밖으로 향했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바라본 알레치 빙하
융프라우요흐 내 레스토랑


묀히 산장 하이킹

묀히는 융프라우와 아이거 사이에서 4천 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봉우리이다. 아마도 융프라우와 아이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우리도 이번 하이킹을 통해 알게 된 봉우리이다. 안내책자를 보면 융프라우가 4,158m, 묀히가 4,107m, 아이거가 3,970m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가 계획한 설산 하이킹은 3,454m 높이의 융프라우요흐에서 묀히에 지어진 묀히 산장까지 하이킹을 하고 오는 것이다.


묀히 하이킹을 위해 밖으로 나오면 눈썰매 등 만년설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관광과 정말 잘 결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묀히로 가는 길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길도 좋고 약간 오르막이긴 하지만 보기에 경사가 완만해서 어렵지 않게 갔다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10분도 채 못 가서 과연 갈 수 있을지를 서로에게 물어보는 상황이 되었다. 멋진 경치와 만년설의 경이로움이 그나마 위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해발 3,500m 에서의 하이킹은 예상과는 달리 너무 쉽게 지치게 했다. 잠시 쉬며 뒤를 돌아보니 융프라우요흐와 뒤쪽으로 융프라우가 보인다. 원근감 때문인지 뒤쪽 융프라우가 더 낮아 보인다.

묀히 하이킹 중 바라본 융프라우요흐(뒤쪽 봉우리가 융프라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 간의 간격이 벌어졌다. 우리도 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분명 천천히 걸어가고 있음에도 우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을 존경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묀히 하이킹 중 융프라우요흐
묀히산장 가는 길(사진 중간의 언덕을 넘어가야 묀히 산장이 보인다)


약 1시간 이상이 걸려 묀히 산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산장에서 식사도 가능하지만 지친 몸을 쉬느라 식사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우리도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고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융프라우요흐로 향했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길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면 된다. 되돌아가는 길은 내리막길인데다 고산증세도 조금은 적응이 되어서 올라올 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묀히에서 바라본 융프라우 방향 파노라마
묀히에서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길


융프라우요흐로 내려가면서 생각해보니 묀히 산장을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지친 나머지 묀히에서 풍경 사진만 찍고 막상 묀히 산장을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게 올랐던 장소를 사진에 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묀히 산장이 보이는 장소까지 되돌아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다행히 정신을 가다듬은 뒤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만년설 하이킹을 기록할 기념사진은 남길 수 있었다.

묀히 하이킹 중 융프라우요흐로 되돌아가는길(가장 높은 봉우리가 융프라우)
융프라우를 배경으로(뒤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융프라우)
묀히 하이킹 중 만년설과 함께


피르스트 플라이어

융프라우 VIP Pass를 구매하면 몇 가지 무료쿠폰을 함께 제공하는데 우린 이날 3가지 쿠폰을 모두 사용했다.


하나는 융프라우요흐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쿠폰이다. 

우린 묀히 하이킹 후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하자마자 신라면 쿠폰을 사용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신라면을 먹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클라이네 샤이덱의 지정된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커피 쿠폰이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신라면을 맛본 후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터널에서 정차 없이 아이거글럿처까지 바로 내려간다. 처음 계획은 우리도 아이거 글럿처에 내려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하이킹을 할 계획이었으나 묀히 하이킹 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클라이네 샤이덱에 내려 커피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 우선 휴식을 취했다. 카페에 앉으니 아이거 북벽의 웅장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커피 쿠폰은 VIP Pass를 구매할 당시에는 제공되지 않았었는데 표검사를 할 때 VIP Pass 소지자에게 제공해 주었다.)

아이거 북벽
아이거(왼쪽)와 묀히(오른쪽) 그리고 산악열차(아래쪽)


카페에서 아이거를 감상하며 한참동안 휴식을 취한 뒤 우린 이날 더 이상의 하이킹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세 번째 무료쿠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피르스트 플라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다.

피르스트 플라이어는 피르스트에서 슈렉 펠트까지 짚라인처럼 줄에 매달려 내려올 수 있는 체험 기구이다. 쉬니케 플라테~피르스트 하이킹 후 이용하려고 했지만 대기인원이 많아서 포기했다가 이날 이용하게 되었다. 


피르스트까지는 그린델발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된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피르스트 플라이어는 아이거 등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하며 약 1분간 체험할 수 있다. 아주 스릴이 넘치는 기구는 아니지만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피르스트 플라이어


여행 참고

1. 만년설 하이킹 준비물과 옷차림

묀히 만년설 하이킹은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만 가능하다. 그리고 하이킹 가능 기간이라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개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묀히 하이킹은 해가 떠있고 날이 좋을 때를 고려해서 옷차림을 준비하면 된다. 


우선 해를 가릴 수 있는 모자와 선크림 그리고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모자는 캡보다는 목까지 가릴 수 있는 창이 넓은 모자가 유용하다. 선글라스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손이 시릴 수 있으므로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이킹 중에는 몸이 더워져서 장갑을 벗었지만 쉬고 있을 땐 차가운 기온 때문에 장갑이 필요하다.


한여름이지만 눈이 녹지 않는 곳인 만큼 기온은 낮다. 하지만 해가 뜨겁고 하이킹 중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에 너무 두꺼운 옷은 쉽게 지칠 수 있다. 우린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얇은 바람막이와 초겨울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겉옷을 준비했는데 겨울옷 한 벌보다는 이렇게 얇은 옷 몇 겹을 겹쳐서 입는 것이 더 유용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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