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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Feb 04. 2022

아내도 여자. 남편도 남자

19년 차 남과 여

26살에  결혼해서 19년 동안  한 남자랑 살고 있다.

낳아서 키워준 부모님 곁을 떠나던 그날,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날이었다.


어려서부터 눈물 많고 엄마 껌딱지였던 나는 애써 엄마 눈을 안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번 터진 울음은 감당 못할 것이 뻔하기에..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 마중 나온 사위 손에 건네지는 내 손.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 안나는 주례사가 끝나고 하이라이트 부모님께 큰절.


아.. 이 대목은 정말이지,

다른 사람 결혼식장에 가도 이 타이밍에 울음이 터진다.


잠깐,

이때 남자들은 어떨까?

그때는 생각 안 해봤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냥 신날까?

날 잡아 한번 물어봐야겠다..

장인.장모에게 큰절


마트를 가거나 엘리베이터..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스치듯 지나가는 단편적 모습에서 뒤를 돌아보게끔 하는 말들이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식사 중 ,

어떤 중년 남성이 어린 두 자녀와  아내에게  하는 말..


"아 쫌! 그냥 입 다물고 먹어라!  사주면 잘 먹을게 하면 되지 말이 많아!  저 봐라~ 저 봐라~ 자식새끼 질질 흘리는데 그거 하나 못 받쳐주고 이러니 내가 니랑 나오기가 싫다 아주 그냥 "


맞은편에 앉은 아내는 남루한 옷차림에 아이가 흘린 피자 조각을 주섬주섬 주워 닦고 아무 말 없이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 옆에 아이들 (대략 8세 남아. 5세 여아 정도로 보였다) 강압적인 분위기를 먹고 잔뜩 기가 죽은 채로 아무 요구도 못하고 먹기만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저렇게는 못 살 것이라고, 아니 안 살고 만다.

전 상황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공공장소에서 내 아내에게 면박을 주고 아이들 보는 자리에서 엄마를 무시하는 발언은 이해도 못하겠고 같은 여자로서 화가 났다.


우리 테이블 옆에 앉은 그 가족을 보며 나는 내 딸과 눈이 마주쳤다.   딸아이도 심하다고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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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런 사람들이 드물겠지만.. 보면 씁쓸하다.

처음에는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유명 영화 대사처럼,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처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 중년부부도  찬란한 20대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싶다.

사랑이 어떻게 그렇게 변하였을까

그 남자에게는 앞에 앉은 여성이 더 이상 여자로 , 아껴줘야 하는 아내로 안보였을까?


나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너무  슬프고 막막할 것 같다.

기억도 안나는 주례 선생님의 말씀과   부모님께 큰절하던  남편의 뒷모습과, 그날의 잔상들이 모두

왜곡되어 버릴 것 같다.  그리고 변해버린 상대의 마음이 원망스러워 아마.. 제대로 복수?를 꿈꿀지도 모른다.


단편적인 예를 사례로 들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곧잘 본다.

내가 보기에 한없이 착해 보이는 남편을 두고  표독스럽게 못되게 말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여자를 볼 때도 간~혹 있다.


남. 여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함께 늙어간다.

그 주름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깊어져야 하고 애정도 깊어져야 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선  각자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무릎 나온 운동복을 버리고 집에서도 나름의 깔끔한 모습으로  있어보자. (살짝 색깔이 있는 천연 립밤 정도는 발라보면 어떨까)

면상에 방귀 뿡뿡 끼면서 환상 깨는 행위는 이제 그만 접도록하자.  (남자든 여자든.. 참고로 난 19년 방귀 안 텄다)

상대에게 여자로, 남자로 사랑받고 살고 싶다면 적당히 불편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껏 차려입은 모습은 다른 사람보다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고  화장발 잘 받은 날 내 얼굴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

8센티  킬힐에  팔짱 끼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도  은근히 즐긴다. 오래 걸으면 발은 아파도 나의 배우자 옆에 후줄근하게 서고 싶지 않은   나 스스로의 마음이 커서 그렇다.

(어려서 우리 엄마의 가르침도 한몫했다. 백화점 갈 땐 차려입고 가라~라는.. 그래야 뭘 입어봐도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나)


이 정도 되면 반박하는 여성분. 남성분이 생길 수도 있다.

내 생각이 100%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길 바란다.

나처럼  살기 싫다면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대가 변했다고 해서 탓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탓하더라도 나는 그만큼 상대에게 노력하였나? 돌아보길 바란다.


남편도 아내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20년을 살든, 30년을 살았든지.. 우리는 각자의 배우자에게 사랑받는 여자. 남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몸이 늙었을 뿐이지 우리 마음은 언제나 20대 아녔던가


영진아! 오늘 불금이다!

일찍 들어와! 내가 치킨 사줄게^^   마음은 20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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