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하고 소소하게 인생을 살아가면 될 줄만 알았던 삶의 방향이 눈앞에 놓인 ‘빚’때문에 이리도 허망하게 무너질 줄이야. 역시 자본주의만큼 냉정한 곳이 없음을 피부로 체감하며,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지.. 조금의 실마리라도 찾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방안을 찾아 나섰다. “직장인의 월급만큼 힘도 없고 부질없구나.”하며 원망을 하면서도 “그래도 이런 상황에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게 어디야!”라며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 동요되는 마음이 언제나 고삐 풀린 망아지 신세나 다름없었다.
믿을 것이라고는 지난 8년 동안 운영해온 프랜차이즈 매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마저도 계약만료 시점이 점점 도래하고 있었다. 꿈도 많고, 방황도 많이 하던 대학생 시절, 다소 이른 나이에 창업에 도전해오며 꾸준히 운영해오던 매장.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나와 가족을 지켜준 고마운 매장도 이제 종료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하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인건비라도 아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직장 퇴근 후 매장근무를 도맡아 하던 사이, 어느새 다가온 계약만료 시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린 삶은 계속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이 공존하는 나를 일깨워 준 것은 천진난만에게 뛰어오는 두 아이였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불행을 안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 방으로 들어가 노트와 필기구를 꺼내었다. 그리곤, 현재 직시하고 있는 팩트들을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1. 매장의 계약 종료 시점은 앞으로 3개월 뒤다.
2. 지금으로선 매장에서 만들어내는 수입이 없다면, 빚을 해결해나갈 별다른 방도가 없다.
3. [재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아이들과의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지 못한다.
4. 지금 당장 [재입찰]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결론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매장을 관리하는 것은 정말이지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폐해져가는 것을 느꼈기에 계약만료되는 시점에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만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고, 고민보다는 행동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임을 피부로 체감했다.
사업제안서 작성, 상권분석, 예상 매출액 산출, 리스크 식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수료(%) 산정까지.. 직장에 다니고, 맞벌이 부부로 주말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 입장에서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던 일련의 과정들.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임을 직시하며, 매장의 재입찰 준비를 위한 [하루]의 디자인을 시작했다. 8년 전의 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던 깡 하나도 모든 것에 과감히 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계속 나아가야 하는 가장에게는 변명이나 푸념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나약한 마음이 조금도 범접하지 못하도록 주어진 모든 [틈새 시간]을 활용했다. 사업제안서 작성이나 상권분석부터 프랜차이즈 본사 계약팀장을 포함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만남까지. 입찰 준비를 위한 모든 것들을 소화해내기 위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사업을 준비한다는 말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반드시 치르게 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처럼 나를 대신해 줄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기에 어디까지나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는 나름 오랜 시간 동안 현장에서 피부로 체득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이다.
지난 8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어오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단 한 가지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서 몇 시간 동안 서있으며 고민하는 노력이 승패를 가른다.” 장사는 발품으로 결정되고, 이 발품은 하루하루에 녹아져 있어야 한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할 일이 주어지기 마련이기에 내가 할 일은 오늘 해야만 하는 일을 식별하고,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로 몸을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서일까? 기존 매장 점주에게 주어지는 가점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자신감이 몽글몽글 올라오고 있었다.
마침내 [입찰 공고]가 게시되었고, 다양한 경쟁사들과의 소리 없는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치의 오차 없이 목표로 했던 시나리오에 맞춰 1차 관문을 지나고, 2차 면접을 무사히 통화하며, 최종 평가 결과 계약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1차 계약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수많은 관문이 존재한다. 인테리어 공사, 거액의 보증보험, 실매출 그리고 주변 상권의 환경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안되면 다시 물어보고, 다시 거절당하면, 또 한 번 요청해보고의 반복.
이렇게 하루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살아내지 않으면, 나의 소중한 가족에게 불어닥칠 수 있다는 간절함이 전부였던 시기. 오히려 잠깐의 틈이 주어지면, 온갖 부정적인 마음에 노출되고 이는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구렁텅이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지나 안정적으로 매장을 안착시켰지만, ‘빚’을 감당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던 중 1호점이 운영되던 상권 중 새로운 [입찰 공고]가 나오게 되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착실한 준비를 바탕으로 도전한 결과,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얼룩진 오프라인 시장이었지만, 오픈 당일 전국의 수많은 프팬차이즈 매장 중 당당히 5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작을 할 수 있었다.
※ 학생의 신분일 당시 부족한 초기 자본으로 시작했고, 직장인으로서도 도전해왔던 [특수상권] 창업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한 노하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현재는 [3번째 낙찰에 성공한 직장인의 창업스토리]를 바탕으로 많은 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오프라인 창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의와 컨설팅을 해가며, 예비창업자와 사장님들의 창업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다.
비록, 시작은 장인어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시작된 처절한 싸움이었지만, 간절한 마음과 함께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했던 자세로 만들어낸 결과임을 잘 알기에. 난 오늘도 상상 속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여정 중 하나인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한다. 어김없이 지나가는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마디가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해주신 장인어른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올린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가족은 제가 지킬 테니,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