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례미사3.
" 엄마, 엄마~! "
장사를 끝내고 집에 들어온 엄마가 할머니를 불러보아도
효심깊은 고모가 오셔서 할머니를 불러보아도 할머닌 두 눈 꼭 감고 꿈쩍도 안하셨어
이상했지.. 분명 당장이라도 눈뜨고 누구냐고 물어보실거 같은 기세였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 한 번 미동 한번 안하시더라고... 고모는 할머니가 일부러 그러시는거 같다고 하셨어
왜 일부러 자식들이 찾아와도 보질 않으시나.. 난 그때 바로는 이해가 안가더라고..
자존심 강하셨던 할머니는 아마도 이제 당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계셨던지 그 모습을 아무에게도 티내고 싶지 않으셨던거 같아.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고등학교 올라가던 그 해 겨울 둘째 큰아버지를 보내드린 성당에서 15년 뒤 할아버지를 보내드렸고 그리고 1년 뒤 할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온 가족들이 그 작은 성당에 다 모였어
어릴 적 할머니따라 종종 와봤던 작은 성당이였어 성당 가시던 날만큼은 화장도 하시고 치마를 입고 미사책과 미사포를 넣은 점잖은 가방을 드신 할머니의 모습... 그 성당에서 세번째 장례미사를 치루게 될 지 어릴 적 나는 전혀 알 수 없었지...
그날 그 시골 작은 성당에서 우리 할머니의 장례미사를 함께 해주실 신부님은 이 시골마을에 부임되어 오신지 나흘정도 되신 분이셨어
차분한 목소리의 좀 젊은 신부님이셨는데 그 분이 그날 미사 시간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 제가 이곳에 부임되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마다 산책 겸 조깅을 나가는데요, 사과가 유명한 고장답게 동네 여기저기에 사과나무가 제법 많더군요. 사과나무에 사과가 제법 많이 달려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잘 익은 사과, 조금 덜 익은 사과, 미처 크지 못한 사과, 썩은 사과 이런저런 사과가 다양하게 달려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생 같습니다. 인생에서 풍성했던 순간, 미성숙했던 순간, 어리석었던 순간 우리는 그 모든 순간들을 가지고 살아왔고요 오늘 하늘의 부름의 받고 떠나신 000 신자분도 그런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셨을거라 생각합니다. "
사과를 우리네 인생이라 말씀해주시는 신부님의 말씀에 그 순간 뭔가 단단히 굳어있던 내 감정을 순식간에 뚫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엉엉 소리내어서 울기 시작했어
할머니도 사람이였는데... 그냥 사람이였어 그래서 성숙한, 미성숙한 부분이 있었던 거고 어리석었던 부분도 있었던 건데... 난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어
이 단순한 진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렇게 혼자 상처입은 것만 가지고 할머니를 원망하고 싫어했었어 그리고 나 역시 어리석은, 어리석을 수도 있는 사람이란걸 알게 되었어
할머니의 장례미사를 치른 날 그날은 정말 날씨가 좋았어
햇살에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가 힘들었던게 기억나 그리고 그날 신부님의 말씀으로 내안에 작은 응어리 대신 가벼워진 마음으로 성당을 떠날 수 있었어
참 오래만에 마음이 진정되고 따뜻한 느낌을 받은 날이야
난 날라리 신자라 성당을 잘 안나가는데 그날 이후로 내 마음이 빚을 진 느낌에 언젠가 꼭 나가야 겠구나... 생각을 계속 갖고 있어.
우리 할머니가 항상 성당 나가셨던 것처럼 말야
내 사과나무에는 어떤 사과들이 달려 있으려나... 솔직히 기대는 안돼
제대로 여물어 있을 사과보다 덜 익었거나 썩은 사과가 더 많을 거 같아
그래도 우짜냐... 다 내 사과인데..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가는거지
올 사과는 엄청 비싸던데.. 할머니가 깎아 주시던 사과가 생각나네
p.s 게으르고 용기가 없어 할머니의 장례미사 이야기를 이제야 마친다
나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조금은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