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풀 라이프 보다가 죽음을 생각하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다가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어떤 기억에 머물렀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만 골라주세요, 우리는 그 기억을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재현해 드릴 겁니다. 대신 나머지 기억은 모두 지워집니다."
교차로 교통사고가 나기 몇 초 전 버스가 회전을 하면서 나에게 오고 있었다. "설마 나에게 올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버스가 회전하는 소리, '휙! 휙!' 모든 게 슬로모션처럼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운전석에 있어서 신호대기 중이었으며, 아이들은 뒷 자석에 타고 있었다."
설마 했던 버스는 나에게 왔다. 회전하면서 버스라서 회전축이 커서 운전석 옆 쪽을 긁고 자나 갔으며 버스와 부딪힌 차는 불이 났다. 뒷좌석 문이 버스에 부딪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내리자마자 뒷좌석에 애들이 타고 있다며 주위에 문 좀 열어달라고 소리쳤다.
몇 년 전 겪었던 교통사고였다. 차가 망가진 것 치고는 나와 아이들은 많이 놀라긴 했지만 다치진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죽는 순간에 모든 일이 이렇게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보이게 될까.
잊고 지냈다 그 순간을, 다시 일상으로 그때의 무서웠던 기억은 다시 일상의 기억으로 덮어지고 있었다. 그때 처음 죽음에 대해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죽으면 가장 소중했던 기억 하나 만 고른다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기억으로 가보고 싶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시간여행으로 선택했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2017년 4월 제주도 바다, 4월 치고 꽤 따뜻했고 바다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 하며 옷이 다 젖도록 놀았고 나는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2층 침대가 있고, 마당이 있는 호텔에서 30대의 어린 나는 남편과 마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방에서 웃고 뒹굴고, 우리는 다 어렸다, 모든 추억은 핸드폰 속에 정지된 화면으로 멈춰있었다.
그 맘때 나는 이렇게 행복해나 되고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즐거웠지만,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이것들이 다 깨질까 봐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그 시절이 좋은 줄도 모르고 육아에 지치기도 했다. 그 시절이 가장 생각이 나는 건 지극히 평범하고 고요하고 따사로운 바닷가에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바다는 고요했고 모래는 부드러웠으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에 우리는 그날, 아무런 제약도 없이, 내내 자연과 함께 온전히 그곳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서 지금 아이들과 집에 함께 이야기하고 아들 방에서는 게임하는 소리가 딸내미는 영화 보면서 친구랑 통화하는 소리가 아이들이 출가하고 나면 시끌벅적한 이 저녁 시간조차 그리워지는 날이 올까.
죽음 앞에서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 세상에 모든 경험을 잘 마주하고, 모든 궁금증과 삶에 대해 다 이해하고 이제는 저는 이승의 모든 문제들을 다 풀고,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다 알았으니 떠날게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하고 미련 없이 눈 감을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문제에 있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것이 언제가 되든 미련 없이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