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손절이라는 말을 쓰곤 하지요?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히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지속할수록 해가 되는 관계가 있다면
냉철하게 끊어버리는 '손절'을 감행할 수 있는데요.
어떠세요?
직접 그런 시도를 해보거나 당했다고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위와 같은 손절을 의도치 않게 겪었다면
사실상 굉장히 뼈아픈 경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연결짓고, 지속성을 이끌어가는 자양분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언제부턴가 그 '사랑'이라는 말의 뜻이 여러가지 측면으로 왜곡되어, 단지 상대를 향한 관용이나 수용적 의미가 아니라 '외도'나 '흑심'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한 편으론 그만큼 우리 전체의 삶이 여유로워져서 보다 세밀하게 언어적인 표현을 사용하길 촉구하는 메세지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만큼 절대다수가 이익성을 추구하는 집단에서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예리함과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민감성. 아니다 싶을때면 주저없이 끊어내는 단호함 등이 필수적이겠지요?
문제는 상호이해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대중적인 모델이 되길 꿈꾸는 어느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외모를 아름답게 보이는 데는 이미 노련할만큼 익숙해졌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거나 즐겁게 어울리는 데에는 늘 자신이 없었어요.
한 번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여길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 적 조차 없었거든요. 어릴때부터 말이 없고 조용하게, 얌전하게 지낼수록 칭찬을 받는 환경에서 자랐답니다. 남들앞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어 말하는 것이 심지어 부끄럽고 스치스럽다는 기분까지 들었으니까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낯선이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잘하는 것이 얼마나 관계를 활발히 맺고 이어가는데 중요한지 느끼면서... 과거에 자신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착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격려해주셨던 말들이 떠오를 때마다, 부모님과 이웃들이 얌전하고 이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때가 생각날때마다, 약간의 분개심이 들만큼 자신의 성장배경에 대해 저항적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그 과거의 시절이 이제 자신에게 상처로 남아 많은 대중들 앞에 서는 모델이 되는데도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성형으로 외모도 바꿔보고 말하는 법을 연구해서 목소리와 화술까지 바꿔준다는 스피치 모임에도 적극 참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상처를 딛고서 새로운 자아로 탈바꿈할 수 있게 도와주나 싶었습니다.
얼마못가 그녀는 그러한 스페셜 케어를 계속 원한다면
많은 돈을 지속적으로 지불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때부턴 돈을 모으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알아보게 됩니다. 어릴때부터 꿈꾸던 '모델'이 바로 그 첫번째 목표였지요.
그러나, 오랜 망설임과 자신감을 얻기위한 노력 끝에 막상 찾아간 모델센터도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육을 먼저 받아야가능한데, 그 비용이 데뷔까지 이어지려면 미리 예측조차 불가한 무한정...의 액수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일을 하고 벌면서 다녀야한다고, 투잡도 괜찮다고 말이죠.
여대생은 아르바이트를 알바봐서 가까스로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는 점원이 되었고, 한두푼 페이를 모아 저축해두는 사이에 어느새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이제 취업할 나이가 다가오니,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심장은 매일 콩닥거렸고... 어렵게 모아둔 돈을 한꺼번에 모델학원에 넣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때마침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킬 동기를 찾아주고 디딤돌이 되어주었던 스피치 모임이 다시 활성화된다는 연락을 받아...
기쁜 마음에... 소탈한 자신을 보여주고, 이번엔 정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보자!라는 다짐으로 추리닝바람에 슬리퍼를신고 모임에 참에합니다.
그런데, 왠걸?
그 날은 모임을 주최한 스피치의 달인, 0교수가
자신의 생일을 맞아 파티를 열고 최대한 아는 인맥을 동원하여 회원들을 대거 모집한 거였습니다.
안쓰러운 여대생은 모임장인 0교수의 초대를 받고 왔지만, 그에게는 한마디도 제대로 붙여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답니다.
먼저 말붙이는 사람도 3초이상 눈길을 주는 사람조차 없었으니까요. 이 예상치 못한 어색함이 두려웠던 여대생은 스스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기로 결심합니다.
먼저 물잔이 어디있는지, 쿠키는 더 먹어도 될지...와 같은 매우 소소한 내용들이었지요. 그렇게 몇 마디를 하고나니, 곧 그런 자신을 향해... 뭐 그런걸 다 묻느냐는 식의 조소가 쏟아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단체 사진 촬영. 파티의 무르익음을 담는다는 전문 포토그래퍼의 수시 촬영... 사진은 모두 파티회원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업로드되었고,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오랜동안 말보다 표정을 읽고 외모를 가꾸는데 치중하며 성장해 왔다고 자부하는 여대생은, 비록 몰랐던 촬영이지만 그 사진의 결과물이 매우 궁금했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기에 플러스가 될 거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근데, 또 왠 걸?
단체 사진 속의 그녀는 그 날 모인 그 어떤 누구보다도 초라해보이는 옷차림과 고생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답니다. "아뿔사! 내가 너무 사람들을 사귀는 데만 신경쓴 나머지... 츄리닝과 슬리퍼 차림임을 잊고 있었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카메라가 돌때 화장실에라도 피해있을 걸 그랬다는 후회도 막심했습니다.
너무나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구부정한 자세도 끔찍했고, 어색함을 극복하려 낯선이들에게 말 걸고 있는 자신의 표정이 그토록 우울하고 피곤해보이는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이마에 주름까지 진 채로 화려한 파티복 차림의 회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그대로 완전한 흑역사요. 다시 재연해서는 절대 안될 민폐같기도 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안 그래도 잔뜩 움츠러든 여대생의 귓전에서 0교수의 고혹적인 음성이 들려옵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라고 생각되어 고개를 돌려보니,
곧... 신발부터 의상이 적졀치 않으니, 조속히 나가달라는 권유였습니다. 귀가를 권유하는 교통비 티켓을 건네 주었거든요...
주최측은 그것이 행운의 당첨권이라며 얼마나 금액적아 가치가 있는지 따져 설명까지 했지만...
여대생은 비참한 기분이 더 들었습니다.
'돈 몇푼 받자고 여기까지 왔는 줄 아나...'
그저 불쌍한 마이너로서 취급받는 것 같아
상처가 깊이 베이지요.
말이며 외모며 모두 자신감이 떨어진 그녀를 향해
주어지는 모든 반응은 전부 "너 나가!"로 해석됐고... 그렇게 그날의 행운티켓은 아직도 그녀의 서랍속에 그대로 보관된 채,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았답니다.
이후로는 십여년 간 히키코모리처럼 사람을 기피하고, 틈만나면 인터넷이나 책같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매체들만 접하며 살았으니까요...
뭐든 트라우마로 남긴다는 건 날개를 뻗어갈 가능성을 줄인다는 의미도 됩니다.
어떤 순간이라도
남들의 어떤 시선이라도
자신을 위해
좋게 받아들이고
날개짓을 멈추지 마세요.
상처나 '트라우마' 같은 건
사람들과의 비뚤어진 관계를 원만하게 가다듬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던 표현이지, 우리의 청량한 삶을 가둬두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닙니다. 더이상 그것을 무기삼아 좋은 사람들까지 밀어내지 말아요. 그건 외부에서 던져준 씨앗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마음에 심고 물을 주어 틔워 낸 싹이니까요...
그래도, 이미 자라 생명력이 강해진 트라우마가 있다면, 이제 그만 그 줄기에... 당신만을 위한, 진정한 나를 바라보는 화사한 꽃을 피울 때입니다. 아프지 말고, 얘기해봐요. 글과 그림, 음악이나 명상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공연을 본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꽃을 피게하는 거름(영양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세월에 더 빛나며, 아름다운 인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