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 육아

천재와 바보 사이

by 스무디


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천성이 있다.


부모들은 자식이 모두 천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 말이 조롱이나 비아냥으로 쓰기엔

꽤나 심오한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3월에 아이들과 대면하는 첫 날은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고 기억하는 데만도 버겁다.


온갖 업무와 메세지 확인과 각종 요청과 생활지도까지 해내려면 알던 이름마저 깜빡할 때가 있지 않을까?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이지만 육아에 전문가는 아니다.


일부 육아나 보육에 전문가처럼 대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상 학교 교사가 되기위한 과정에 그 두 가지의 훈련은 없다. 다만 학부모 이해나 학생과의 관계 등을 생각해서 노력하여 알아내는 것이다.


정규과정에서는 철저히 교육학과 교육에 관한 역사와 연구이론을 바탕으로 하여서

전공과 수업에 관한 공부를 하고,

가장 효과적이거나 기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서 나누거나 발전시키고 창안하기도 한다.


그런 길고 복잡한 과정들에 비하면 학교밖에서

인식하는 학교 교사의 자질과 그에 대한 대우는

사실상 서운하기 그지없어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니까...


제목을 천재와 바보 사이로 써두고 처음 하려던 말은,

자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라는 얘기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오면 눈치를 살피고 분위기 파악을 위해 많은 힘을 들인다.

주체성을 가지고 배려를 실천하라고 가르치기도 하지만 사실상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자기주도적인 면만 앞세우다보면 필요이상의 언쟁이나 과잉감정 등으로 위험에 빠지기 쉽다.


보통 스무명 남짓한 교실 속에서 책도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만들기를 하거나 그림도 그리고 가벼운 운동이나 놀이, 게임도 한다.


흔히 학부모가 된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교실속에 얌전히 앉아서

조심스럽게 몇 마디 말만 주고받다가 질서있게 움직이며

정해진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하교하리라는

이상적인 그림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교사로서는, 하루 일과 중 학교에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밖에서 뭐가 더 필요한가... 라는 의구심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에서 떠나 온전히 학부모가 되고 보면 입장이 달라진다.

그 때는 학교에 대한 기대와 아이를 향한 바람도 달라진다.

엄마를 좀더 바라봤으면,인생 전체를 생각해서 보다 현명하게 움직였으면...

그런 마음들이 하교 이후의 색다른 일정을 자꾸 만들어내게 하고,

나도 모르게 교실 안 문화로부터 아이를 유리시킨다.


초등학교 저학년, 한창 호기심을 가지고 적응해가던 아이는

점차 겉돌게 되다가 고학년이 되어가면 어느새 선생님을 능가하는

사회적 스킬을 뽐내게 되기도 한다.


이 때는 직접 교육활동을 근거에 따라 평가하고 자신들이 받는 수업에 관한 가치를 매기기도 하는 것이다.

참 빠르다. 그 안을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도 못 할만큼 아이들의 성장은 예민하고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밖에서 보면 늘상 같은 모습으로 거의 일정한 루틴으로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학교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과히 짐작하기 어려울만치 엄청난 것이다.


그러므로 수동적이거나 말이 없는 아이라 해도 매우 사려깊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 내면은 아마도 폭풍우가 휘몰아친 태평양 한가운데처럼 격하게 요동치고 있을지 모르기에...


겉보기에 나타나는 수치적인 평가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실례가 된다.


그 안에는 누구나 천재의 면모를 다 띄고 있을 터,

어른들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유심히 보살피어 자라나는 앞길을 틔워주고, 딛고 설 발판을 마련해주려 애쓰기도,

가능한 현실 속에서 최대한 인권적인 존중과 배려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그러한 수준에서부터 조금씩 실현해 나아가보자.


아무리 답답한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짓누르는 권위로부터는 조금 멀어져도 괜찮다.

그건 실제가 아니므로... 그런다고 어른으로서의 자존심이 깍이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얻는 뿌듯함이 곧 우리 모두의 만족이 될 것이기에...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주는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