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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형박 Mar 12. 2024

구본창 사진을 바탕으로 본 존재를 넘어서는 비존재의 힘

구본창 작가의 작품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두 사진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내가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이 달라졌을까?




<원래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내 시선에 존재했다가 사물이 사라져버리는


존재의 비존재성을 느낄 수 있었다.

 





<위치를 바꾼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자연스레 이동하면서 내 시선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물이 나타나는


비존재의 존재성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첫번째 배열이 관람자로 하여금 생각 할 지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존재했던 사물이 부재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사물에 대한 정보를 다시금 되내어 보게 된다.


" 이건 어떻게 생겼었더라 ? " / " 어떤 색깔이었지 ? " /  " 왜 없어진거지 ? " 와 같은 질문으로  


관람자가 직접 고민하고 자기 자신과 문답을 주고 받을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준다.


반면 부재했던 사물의 등장은 그저 새로운 사물이 ' 이곳에 있다' 라는 존재 의식만을 강조하게 만들 수 있다.

" 없었던게  새로 생겼네 " / " 아 이런게 있구나 " / " 이게 여기 있네 "


존재한다는 개념의 강조는 그저 관람자로 하여금 정보의 전달자로만 기능하게 될 수 있다.


해석과 상상의 영역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실생활의 예시를 들어보면


우리는 음료가 가득 찬 물컵을 보고 비어있는 물컵을 다시 상상하지 않는다.


반면 비어있는 물컵을 보고 꽉찬 물컵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부재 , 즉 존재 이후의 비존재에서 더욱 더 많은 상상력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구본창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껴 볼 수 있었다.


<인테리어> 라는 작품이다.


제목인 인테리어 라는 단어와 역설적으로 사진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이 등장한다.


보통 인테리어는 물건들로 빈 공간을 채우고 여백을 줄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 구본창 작가의 사진에서는 최대한 비워지고 모든 것이 소거된 형태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비움과 채움의 미학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며 관람자들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결국 되돌아보면 우리의 인식이 확장하고 상상력을 증대시키는 지점은 비존재 를 인식하는 순간이다.


비존재성은 관람자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환기시켜주는 동시에 대상의 시간성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존재를 역으로 증명 할 수 있는 비존재의 힘을 느끼게 해준 구본창 작가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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