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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n 24. 2023

단순한 삶이 주는 유익함

너무 많은 자유(선택지)의 부정적 효과

  반듯하게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대로 학창시절과 초기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20대 후반부터 번아웃을 경험하며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시간을 보냈다. 자유를 추구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착착하기보다는 그날 그날 기분과 생각에 따라 많은 것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삶은 너무 무리하지 않게 내 몸을 관리할 수 있다는 유익함이 있었다. 


  그러나, 삶이 조금 안정되어 가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작은 선택 하나에도 매번 너무 많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고 고민을 하다보면 정작 해야할 일을 다 못할 때도 많았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들이다. 

  '아침으로는 무얼 먹으면 좋을까?'

  '빨래를 지금 돌려야 할까?' 

  '오늘은 뭘 입지?'

  '이번 주말에는 혼자 보낼까? 친구를 만날까?'

  이런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느라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가 필라테스 개인레슨을 받으면서 식단 조절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건강한 재료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해왔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3달이 지나도록 체지방이 많이 줄지 않고 근육량도 잘 증가되지 않는 것이다. 한 두 번 정도는 기록이 높아졌으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더 안 좋아졌다. 팀장님은 식단 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고, 매끼마다 사진을 보내라고 하셨다. 


 내가 식단으로 맞춰야 하는 규칙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하루 단백질 75g을 채우기 위해 매끼 계란, 닭가슴살, 생선 등과 약간의 채소, 탄수화물을 같이 먹고, 부족한 경우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식단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원푸드 다이어트가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을 너무 많이 들어서 혹시 이렇게 하는 게 몸에 더 안 좋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비싼 비용을 들여 운동을 하는데도 원래 목표했던 근육량이 오르지 않는 것은 더 문제였기 때문에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식단 관리를 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PT 한 번 받아보지 않았고, 운동 개인 레슨도 올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식단 관리가 주는 장점이 있었다. 아침에 고민할 필요 없이 닭가슴살이나 계란, 밥이나 감자만 먹으면 되었다. 오후에 배가 고플 쯤에는 다른 단 간식에 손을 내밀 수도 없고 단백질 드링크만 마셨다. 저녁에도 역시 단백질+탄수화물+채소류만 먹으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어떤 디저트를 먹을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식사를 마치면 바로 양치하고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이 확실히 가벼워지고 똥배도 조금씩 들어가는 게 보인다. 신기한 점은 이렇게 사는 것이 엄청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제 적응이 좀 된 것 같다. 


  식단과 마찬가지로 내 삶에 조금 더 규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에 따라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지킬 수는 없더라도 제한적인 삶이 주는 유익함이 분명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래도 실천하고 있는 몇 가지를 적어본다.


 -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기

 - 일찍 일어나면 요가하고 아침 일기 쓰기 (이것은 늦게 일어나면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 텀블러에 물 담아 2번 이상 마시기 

 - 블로그에 금요일 아침에 주간 일기 쓰며 한 주 돌아보기

 - 브런치에 1주일에 한 번 글 올리기

 - 필라테스 없으면 저녁에 산책하기 (저녁 약속이 없어야 가능하다.)

 - 자투리 시간 영어 단어 보기

 - 재미가 필요하면 소설책 읽기 (올해부터 시작한 것인데, 유튜브 안 봐도 그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 책 읽고 리뷰 블로그에 올리기

 - 업무 일기 노션에 정리하기 

 - 아침 설거지, 저녁 설거지 몰아서 저녁에 하기 

 - 일주일에 한 번 바닥 청소하기

 - 퇴근하면서 엄마랑 통화하기 / 부모님 댁 1~2달에 한 번 가기

 

 좀 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재정관리와 의복 관리이다. 아직 여름 옷만 따로 분류해 놓는 작업을 하지 않았고, 올해 가계부를 조금씩 기록하긴 했으나 항목 별로 정산 및 결산을 한 번도 안했다. 안 하기 시작하니까 자꾸 미루는 중이다. 이 영역에서도 단순한 규칙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진정 자유로운 삶은 어느 정도 질서 정연한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삶이 흩어져 있고 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자유를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의 내면과 외면이 잘 정돈된 상태에서 질서있게 삶이 흘러갈 때 내가 가장 원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더 잘 정돈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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