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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l 09. 2023

나만 부족하고 나만 문제인 것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1. 화장실 강박 

 고등학교 때부터 화장실 강박이 생겼었다. 불안하면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 시험 중간에도 화장실에 다녀와야했고,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항상 화장실에 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나 화장실에 간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민망하게 느껴져서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할 때마다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도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지?'라는 강박 때문에 약간 뒤쪽에 앉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적이기도 했고 깜짝 놀랐다. 나는 내가 너무 연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쉽게 불안을 느껴서 나에게만 특별히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도 이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2. 떠나보내기 

  이별에 대해 지난 번에 글을 쓴 것처럼 나는 헤어지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상반기에 너무나 행복했던 모임에서 어쩔 수 없이 하반기에는 갈라져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상반기에 너무 끈끈하고 좋았기에 하반기에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을 하는 것이 낯설고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상반기에 단체톡방에서 주고 받았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며 그 때가 그립고 더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 슬펐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마음이 놓였다. 나만 질척거리고 나만 떠나보내기 어려워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지 내 자신이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아보이는 지 모르겠다. 가진 것도 많고 좋은 습관도 많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때도 많지만, 내가 부족한 것, 잘못한 것, 실수한 것만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되고 고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이 잘 고쳐지지는 않아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 이 때, 나 자신에게 들려주어야 할 말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너만 그런 거는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연약하고 부족한 면이 있어. 괜찮아."


상담을 받았을 때, 내가 부족한 것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집중하니 어떤 면에서는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나는 '떠나보내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구나. 


그렇지만, 오늘은 생각을 바꿔본다. 

'뭐 어때? 너무 냉정한 것보다는 인간미 넘치고 좋네! 괜찮아, 괜찮아. 다 저마다의 어려움과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거야. 원래 인생이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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