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고 싶다=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다'인 경우를 많이 봤다. 영어 회화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에게도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데 결국 그 말은 '영어 회화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공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효과도 다르기에 속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영어를 독해, 듣기, 말하기, 쓰기, 문법으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통대 입시 시험의 경우 1차는 영어 지문 듣고 영어로 요약하기, 관련 에세이 쓰기, 한국어 지문을 보고 영어로 요약하기, 관련 에세이 쓰기로 진행되고 2차는 영어 지문을 한국어로, 한국어 지문을 영어로 각각 순차통역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간단히 말해 독해, 듣기, 말하기, 쓰기, 문법 다 잘하면 된다.
그래서 공부할 때에도 독해 몇 시간, 문법 몇 시간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공부하지 않았고 종합적으로 공부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통역 외적으로 영어로 말을 뱉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교내 영어 회화 스터디를 참 많이도 했다. 각기 다른 회화 스터디를 일주일에 최소한 두세 번은 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터디를 구하기보다는 내가 만드는 게 편할 것 같아서 조장이 되어 스터디를 이끌었는데 아무 주제 없이 이야기를 하면 루즈해질 것 같아서 매주 다른 주제를 돌아가면서 정하고 좋은 영어 텍스트를 선정해서 그 텍스트를 기본으로 관련 질문에 대해 서로 영어로 토론하는 스터디를 주로 했다. 그리고 텍스트에 있는 좋은 표현은 함께 선정해서 암기하고 매주 구두로 시험을 봤다. 일반 회화 스터디, 고급 회화 스터디를 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고급 회화 스터디의 경우 주로 오랫동안 외국에 거주했거나 영어특기자로 입학한 이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영어 회화 스터디를 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친목 도모도 하고 기분 전환도 하는 데에는 참 좋았다(정말 화기애애하게 회식도 하면서 잘 놀았다). 매주 억지로라도 주제 공부, 단어시험공부를 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말하는 시간 자체가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는 데 있어서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가 서로의 영어를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나중에 공부할 때 정말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잘못된 표현, 잘못된 강세, 잘못된 발음이 그대로 전염되고 특히 포스가 있거나 발음이 좋은 사람이 당당하게 틀리면 틀린 게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염 속도도 빠르고 지속력도 강하다. 한번 잘못 뇌에 들어간 정보를 고치는 건 쉽지 않다. 옆에서 구구절절 틀렸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나 같은 경우는 한번 틀리면 교수님께 호되게 지적을 당하거나 스터디 파트너에게 크리틱을 당하기 때문에 그나마 아주 조금은 교정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 그조차도 어렵다. 그리고 스터디라는 특성상 틀린 걸 알더라도 누군가를 지적하는 게 껄끄러웠다. 통역은 크리틱이 언제나 수반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야기를 할 때 관사 하나하나도 틀리면 내가 아는 정보인 한 바로 알아차리는 나였는데 스터디에서 누군가 계속 틀리게 말을 하고 있으니 그 말을 끊고 '저기요.. 틀리셨는데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하나만 틀리면 그것만 말해주면 되지만 와장창 틀리고 있는데 지적하자면 끝도 없으니 더더욱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영어 스터디를 종료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내가 진행하던 스터디에는 약 10년 정도 해외에서 거주하다 한국에 들어온 사람이 함께 참여했었다.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여서 그랬는지 틀린 영어가 귀에 더 잘 들어왔는데 마찬가지로 틀렸다고 이야기해 줄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스터디원들은 그 사람의 틀린 영어를 듣고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옆에서 큰 감명을 받은 표정으로 받아 적고 있었다. 그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한 마지막 회화 스터디였다.(계속)
김세연 한영 MC·아나운서
국제회의 통역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한영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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