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대학원을 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개인적인 공부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나는 통대 입시 학원에 다닌 경험이 없다. 아무래도 학부가 학부다 보니 주변에서 통대 입시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스터디도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합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공부는 주로 학교에서 했다. 거의 학교 지박령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다시피 했다. 하루에 최소 9시간 이상 공부하려고 했고 주말도 예외 없었다. 하루에 최소 9시간~많으면 14시간 정도 했던 것 같다. 학과 교수님들께 부탁드려서 청강을 할 수 있었는데 자교 통번역 분야의 교수님들의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강이었지만 오히려 청강이었기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수업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성실히 수업에 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주로 통역 수업, 원어민 교수님 수업이었다.
남은 시간에는 자습을 하거나 스터디를 했다. 다행히 마음이 맞는 스터디 파트너가 여럿 있어서 파트너 당 일주일에 2번~3번씩 했다. 한 번 스터디를 할 때 4시간씩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명은 나와 같은 통대 준비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통대 재학생이어서 두 가지 버전의 공부를 다 했다. 통대 입시 시험 버전과 통대 재학생 버전. 보통 입시생은 노트를 하지 않고 할 필요도 없지만 스터디 파트너에게 맞춰주고자 노트를 하는 순차를 통대생과 똑같이 했다. 자료도 수업 때 하는 자료를 가지고 오셨고 분량도 동일하게 진행했다.
통대 입시를 위한 스터디에서는 스터디 파트너와 나 둘 다 전반적인 영어실력 향상을 원했기 때문에 통역 연습만 하지 않고 다양하게 진행했다. 매 회 관사, 전치사 시험을 보고 단어 시험, 통암기(섀도잉이라고 불렀다) 시험을 기본으로 봤다. 틀린 부분도 정리해서 매주 서로 체크해 주었다. 통암기는 A4 반 페이지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한쪽씩 암기했고 텍스트를 덮어놓고 구두로 암기한 걸 죽 이야기하면 상대가 스크립트를 보면서 틀린 것을 체크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절대 대충 하지 않았다. 관사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다 체크해 주었다.
통역 외에 번역 스터디도 같이 진행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텍스트를 정해서 미리 번역을 해 오면 같이 보면서 틀린 점, 어색한 점 등을 고민하고 토론했다. 분량은 한영, 영한 각 반 페이지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번역은 꼼꼼하게 보는 게 습관이 되어서 크게 이상하지 않아도 계속 들여다보면서 어떻게든 개선점을 찾으려고 했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들여다봤는데 번역을 다루는 날에는 4시간 스터디 중 1시간은 시험 시간으로 쓰고 나머지 3시간은 서로의 번역을 봐 주는 시간으로 썼다.
통역은 입시처럼 듣고 순차로 진행했고 분량은 꽤 길게 했다. 익숙해져서 영한 같은 경우는 한 페이지까지도 암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집 잡는 식의 크리틱은 서로 지양했기 때문에 큰 그림을 주로 보려고 노력했고 미리 자신의 텍스트는 공부도 해오고 끊어 읽기 표시도 해 와서 서로 대안도 알려주고 공부한 표현도 공유했다. 스터디 때문에 싸움이 자주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신과 성향이 맞고 원하는 방향이 같은 스터디원을 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개인 공부시간에는 먼저 스터디 자료를 예습, 복습했다. 스터디를 자주 했기 때문에 분량이 방대해서 어깨 한쪽이 주저앉을 만큼 폴더가 두꺼웠다(버리기 아쉬워서 베란다에 쌓아놓았는데 나중에는 베란다가 꽉 찼다). 밀리면 끝도 없을 것 같아 꼭 시간에 맞추어 예습, 복습을 했고 텍스트를 보면서 좋은 콜로케이션, 표현, 모르는 단어 등은 꼭 밑줄을 치고 노트에 한 번 더 정리했다. 또 스터디 시간에 볼 시험 준비도 밀리지 않고 했다. 남는 시간에는 검색하다가 찾은 좋은 텍스트나 자신 없는 분야의 텍스트를 읽고 마찬가지로 콜로케이션, 표현, 모르는 단어 정리를 했다. 필사도 했는데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누군가 '자기가 아는 한 가장 영어를 잘하는 통대 출신 누나가 필사를 추천했다'라고 해서 똑같이 했다. 필사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집중이 되지 않을 때마다 필사를 했다. 필사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눈으로 아무리 꼼꼼하게 보려고 해도 흘려보내는 부분을 보다 세심하게 체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필사하다가 '아 그렇구나'하는 깨달음을 느낄 때가 많았다. 통대 1차 시험은 글쓰기였기 때문에 스펠링을 써 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워드로 작성하면 잘못 써도 자동으로 고쳐주기 때문에 스펠링에 대해 별로 생각을 안 하게 되는데 필사를 하다 보면 문득문득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섀도잉 같은 경우 듣기 파일이 있는 것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처음에 들으면서 잘못 알았던 강세, 발음도 체크하고 원어민이 끊어읽는 곳에 표시도 해 가면서 초안을 만들었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무조건 이해가 갈 때까지 찾아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은 채로 외우면 어차피 한국어에서 영어로 치환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한국어로 뜻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중얼거리면서 암기했다. 시간은 꽤 오래 걸렸고 최소 한 시간 정도 투자했다. Scientific America, TED, 아리랑 뉴스, 미드, 영화, 애니메이션, 연설문, 입트영 등 가리지 않고 했다(아리랑 뉴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따로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를 활용했다. 처음에는 기사에서 이후에는 칼럼을 많이 보았는데 BBC,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를 주로 봤다. BBC는 매거진 섹션을 주로 봤고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이코노미스트는 debate 섹션을 주로 봤다. 주제별로 정리가 되어 있고 찬반 의견이 모두 포함되어서 통역 자료로 자주 사용했다.
통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생각보다 실력이 금방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라는 분야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몇 년 만에 드라마틱 하게 늘지 않는다. 개인차도 크다. 공부량도 어마어마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다만 자신의 속도를 믿고 꾸준히 성실하게 해 나간다면 분명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세연 한영 MC·아나운서
국제회의 통역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한영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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