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연약함에 대하여

by 나리솔


균열,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연약함에 대하여



세상은 우리에게 '온전함'을 기대하는 듯 보입니다. 곧은 등, 흔들림 없는 눈빛, 떨림 없는 미소를 요구하죠. 부서지면 조용히 스스로 고치고, 아파도 굳건히 버티며, 힘들어도 내색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치 정교하게 전시된 진열장 속 상품처럼,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되고, 감춰진 균열은 진짜 금이 간 곳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칠해진 모습으로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면 거부당할까 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짐이 되거나 문제아 취급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우리는 늘 애써 '괜찮은' 모습으로 보이려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갑옷을 입게 되죠. 이루어낸 성과, 때로는 무심한 듯 던지는 역설적인 말들, 그리고 "괜찮아요"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갑옷 말입니다.

하지만 이 갑옷은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동시에, 진정한 친밀함으로부터도 우리를 가로막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좀처럼 소리 내어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진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멍 자국을 컨실러로 감추듯, 마음의 상처를 가식적인 미소로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단단한 갑옷 속 균열을 통해서만 타인의 빛이 우리 안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저 아파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연민을 보여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약함을 숨기려는 우리의 노력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를 도움받을 기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적인 친밀함의 법칙입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에게 이끌리기보다, 어느 날 문득 "지금 정말 힘들어요"라고 말하고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에게 더 깊이 마음을 열게 됩니다.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드러낼 때, 그는 어둠 속에서 조용한 등불을 켜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문득 깨닫습니다. 아, 이 어둠 속에 나만 홀로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우리는 타인의 균열 속에서, 그들의 떨림 속에서, 망설임 속에서, 지친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감은 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는 바로 그 순간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나 지금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은 단순히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는 타인에게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는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두려워합니다. 혹시 갑옷을 벗으면 더 깊은 상처를 받을까 봐 말입니다.

물론, 그럴 위험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아무도 우리의 진정한 고통에 닿지 못한 채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동정심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인간적인 온기를 말이지요.

빛은 윤이 나게 닦인 표면으로는 스며들지 않습니다. 빛은 오직 균열이 있는 곳으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의 연약함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오히려 타인이 우리를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리고 우리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는 바로 그 통로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통해 작은 위로와 영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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