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과 힘에 대하여

때론 오랜 시간 사막을 걸어야 내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by 나리솔


넘어짐과 힘에 대하여




"때론 오랜 시간 사막을 걸어야 내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제 삶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길을 걷고 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일상’이었어요. 일, 책임, 대화, 계획들. 그러나 나면은 이미 방향을 잃고 오직 습관처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원해서가 아니라, 멈추고 피로를 인정하는 것보다 계속 가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입니다.

넘어짐은 단 하루 만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찾아왔지요. 예전에는 제게 활력을 주던 것들의 맛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기쁨은 잠깐 불어오는 숨결처럼 짧아졌다가, 다시 무거움이 찾아왔고요. 저는 속으로 다독였습니다. “힘 좀 내, 넌 이보다 힘든 것도 견뎌냈잖아.” 그러나 애쓸수록 내면의 사막은 더욱 메말랐습니다.

어느 순간 알았습니다. 이제 전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극적인 위기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완강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나는 완전히 나를 배신할 거야.” 그게 외부 어떤 사건보다 무서웠습니다.

그날 문득 멈췄습니다. 급격한 선택을 하지도, 멋지게 떠나지도, 딱 맞는 답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모르는 걸 허용하기로 했죠.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사막 속에서 매일은 명확한 답이 없는 날들이었습니다. 즉각적인 해결책이 없는 질문들. 오랫동안 피했던 내면의 대화가 이제는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강해지는 것이 너무 지쳤다’는 사실을.

제가 갈망한 것은 성공도, 인정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한 것은, 나의 가치와 존재를 증명할 필요 없는 고요함이었습니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숨 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

때로는 내 자신이 퇴보한다고 느꼈습니다. 멈춰 있는 듯, 시간만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그 시기 저는 멈춘 것이 아니라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기대와 타인의 기준, 내리꽂는 자기비판의 껍질들이 하나둘 벗겨졌습니다.

힘은 폭발적인 상승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너가 부서진 게 아니다. 단지 한계에 다다랐을 뿐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으로.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서두르지 말고, 우선 네 자신으로 돌아오자.”라고 허락해 주는 부드러움으로.

저는 사막을 지나 새로워지고 행복해져 나온 것이 아닙니다.
더 솔직해지고, 더 조용해지고, 내면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나왔습니다.
그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 넘어짐이 저를 구했음을 압니다.
당시에는 제 자신을 잃고 있었으나, 그 무너짐이 저를 멈추게 했고, 결국 제 안의 목소리를 되찾게 했습니다.
삶은 늘 우리가 알던 길을 깨부수려 듭니다.
그것은 벌이 아니라, 우리를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신호임을.

만약 당신도 지금 자신의 사막을 걷고 있다면, 천천히, 의심하며, 방향도 알 수 없이 걷고 있다면 기억하세요.
당신은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과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갈망은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 내면의 컴퍼스가 마침내 작동되기 시작한 신호입니다.

때론 오래 걸어야 알게 됩니다.
당신이 갈망하는 것은 새로운 역할도, 새로운 경쟁도, 새 인정도 아닙니다.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깨달은 가장 강렬한 생각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나를 낮게 내려다보는 사람은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 세상이 내 실수를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을 버렸다. 나에게 진짜 상처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비판 가는 바로 나뿐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불필요한 무게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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