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계약서

1 화 -나는 내 상사와 결혼한다고?!

by 나리솔


황지원은 어떤 각도에서 봐도 소연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성격은 그야말로 ‘레드 플래그’ 투성이. 호감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조차 없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까칠하고, 까다롭고, 끊임없이 트집을 잡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단 한 번도 소연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소연은 그런 황지원의 개인 비서로 5년째 일하고 있다.
지원은 직원들에게는 냉정하고, 경쟁자들에게는 거칠며, 억지로 필요할 때만 미소를 짓는다. 반대로 소연은 감정적이고, 말이 많으며, 쉽게 흥분한다. 그래서 늘 보스를 화나게 만든다.

그런데 황가(家)에서 갑작스레 혼인 제안이 들어왔다.

소연은 장난인 줄 알았다. 서로를 보며 질색하는 이 둘이 결혼을 한다고?

하지만 지원은 나쁘지 않은 조건의 돈을 제시했고, 그의 부모는 강력히 결혼을 원했다. 만약 그들이 계약 결혼을 한다면, 데이트도, 설레는 감정도, 불필요한 스킨십도 없을 것이다.

이건 철저히 계산된 거래일 뿐.
소연은 돈을, 지원은 평온을 얻는다.

소연은 절대 자기 상사에게 사랑 따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1 화


2025년 4월 11일
대한민국 인천

대기업 임원의 비서로 일한다는 건 이미 충분히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장소연은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황지원의 ‘개인 비서’였다.
그녀는 그의 일정을 관리하고, 중요한 회의에 동행하며, 온갖 서류와 계약서를 정리했다. 소프트웨어 납품 확인부터 시작해, 늦은 회식이 끝난 후 직접 그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까지. 원래 채용 조건에 없던 ‘개인 운전기사’ 역할도 불만 없이 해내야 했다.

한마디로, 그의 곁에서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그녀의 업무였다.
보통 직장인이었다면 당장 폭발했을 상황에서도, 소연은 묵묵히 버텼다. 사실 그녀의 주 5일 근무는 토요일에 끝나고, 다시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연은 성실한 직원이었다.
업무 처리 능력은 물론,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타고난 감각을 가진 그녀. 무엇보다도 소연에게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홀로 살아온 어머니에게 안정된 삶을 선물하는 것. 그게 그녀가 이 모든 걸 견디는 이유였다.

오늘 저녁, 황지원은 평소와 달리 일찍 퇴근했다.
남은 업무는 당연히 소연의 몫이었다.

몇 가지 일을 내일로 미룬 뒤, 소연은 모처럼의 약속을 준비했다. 어머니가 주선한 소개팅 자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약 결혼’을 위한 맞선이었다.

소연은 이 황당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가 이런 부탁을 한 건 처음이었으니.

주소에 적힌 레스토랑에 도착한 소연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명 인사들이 이용하는 고급 레스토랑. 별도의 프라이빗 룸까지 갖춘 곳이었다. 어머니가 ‘괜찮은 사람’을 골라둔 게 분명했다.

소연은 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차에서 내린다. 연한 그린 컬러의 스커트에 같은 톤의 블라우스. 하루 종일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었지만, 겉모습만큼은 꽤 단정했다. 무엇보다도, 지원은 늘 직원들의 외모에 신경을 써왔기에 웬만한 의상은 그가 직접 챙겨준 브랜드 제품이었다. 다만 지친 얼굴이 드러날까 살짝 걱정됐지만, 립스틱을 덧바르고 볼에 옅은 색을 올리니 한결 생기가 돌았다.

“괜찮네.”
소연은 스스로에게 중얼이며 미소를 지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이 그녀를 안내해 프라이빗 룸으로 데려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그곳에는 황지원과 그의 부모가 앉아 있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지원은 차갑게 인사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소연은 문 앞에서 굳어버렸다.
눈앞에 앉아 있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상사였다.

…이게 대체 뭐지? 장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