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정원

by 나리솔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선물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날이었어. 세상이 온통 들썩이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화연'이라는 이름의 한 여인은 가슴속에 차가운 결심을 품고 있었지. 그녀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투박하지만 견고한 워커 부츠를 신고, 위압적인 퍼 코트에 풍성한 털모자를 눌러쓴 그녀는 자신의 지프차에 몸을 실었어. 그녀의 목적지는 단 하나, 아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믿는 '악독한 계집'이 사는 곳이었어.

화연에게는 늦은 나이에 품에 안은 외아들이 있었어.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30년을 살았고,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지. 그 사랑과 헌신으로 일구어낸 부도 결국 아들을 위한 것이었어. 그런데 그런 아들 **우진**이 웬 걸, **가영**이라는 이름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거야. 게다가 아기까지 있는 여자라니! 화연은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자신의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느꼈어.

화연은 스스로 사람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다고 자부했어. 아들 주변을 맴도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녀는 자신을 해칠 의도나 탐욕을 읽어내곤 했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어. 그 '계집애'가 자기 아들 우진을 빼앗고 자신들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가로채려 한다고 확신했어. 더 이상 엄마 말을 듣지 않고 결혼 이야기만 하는 아들의 귀에 대고 온갖 논리를 펼쳐봐도 소용이 없었어. 그래서 직접 나서서 그 '뱀'을 떼어내기로 마음먹었지. 그녀는 가영이 사는 곳을 알아내, 돈으로 매수하든 위협해서든 이 관계를 끝낼 작정이었어. 어떤 방식이든 아들 우진만을 위한 둥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어.

화연의 얼굴은 마치 불도그 같았어.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파인 주름과 처진 볼살은 그녀의 완강한 성격을 더욱 부각했지. 바스커빌의 사냥개처럼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은 보는 이를 압도했고, 그녀의 당당한 풍채는 마치 '조국의 어머니 상'을 보는 듯했어. 아마도 러시아 문학 속의 '카바니 하'와 가장 흡사할 거야. 그녀의 등장은 그 자체로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었어.

가는 길에 화연은 몇 개의 사과와 배를 샀어. 그리고 아이를 위한 딸랑이도 하나 챙겼지.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대화를 시작하려면 뭔가 건네줄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우리가 흉악한 짐승도, 재규어도 아니니 말이야. 이런 작은 배려들마저도 그녀의 치밀한 전략의 일부였어.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초인종을 누르고, 화연은 마치 거인 외눈박이 키클롭스처럼 방으로 들어섰어. 워커 부츠와 퍼 코트를 벗어던지며 무심하게 말을 건넸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이제 막 준비해 온 '연설'을 시작하려는 찰나… 그녀의 시선은 놀이터 한가운데 놓인 아기 침대 속으로 향했어.

하얀 아기였어. **예찬**이라는 이름이라며, 가영이 조심스럽게 속삭였지. 가영은 화연의 차가운 기운에 몸을 덜덜 떨고 있었어. 화연 여사의 위압감은 정말 엄청났으니까!

화연은 아기 침대로 다가가 아기에게 딸랑이를 내밀었어. "이리 와." 그녀의 말에 아기는 갑자기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렸고, 화연마저 움찔할 정도로 순수한 기쁨이었지. 아기는 작은 손으로 딸랑이를 꽉 움켜쥐고는, 아기 침대 난간을 한 손으로 잡고 양말 신은 발을 콩콩 움직이며 춤을 추는 듯했어. 딸랑이를 흔들며 파란 눈을 반짝이며 화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지. 너무나 기뻐서 감탄사를 내뱉는 듯한 소리까지 냈어. 웬일인지 아기는 화연에게 엄청난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어.

아기는 두 팔을 뻗어 그녀에게 안아달라는 듯 몸을 기울였고, 키득키득 웃고 소리를 질렀어. 눈은 마치 가는 실눈처럼 변했고, 두 개의 젖니가 보이는 입은 귀에 걸릴 듯 활짝 벌어졌지…

바로 이때, 화연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어. 본능적으로 아기를 안아 든 거야. 그러자 예찬은 그녀를 아주 꽉 끌어안았어. 있는 힘껏. 그리곤 작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딸랑이로 그녀의 이마를 살살 두드리며 옹알거렸지…

그러자 화연도 옹알거렸어. 사랑스럽고 무의미한 말들을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누가 이렇게 예쁜 아기일까? 누가 우리 예쁜 꼬맹이일까? 누가 우리 달콤한 설탕 같은 아가일까?"… 그녀는 바보가 된 것 같았어. 그리고 그녀의 심장은 달콤하고 뜨겁게 죄어왔지… 예찬은 사랑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온 힘을 다해 매달렸어. 엄마에게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예찬에게서는 행복한 냄새가 났어. 사랑의 향기가. 천사들이 향기를 풍긴다면, 분명 이렇게 작은 아기들에게서 나는 향기와 같을 거야.

화연 스스로도 아기를 놓아주기 싫었어. 지금 그녀는 이 예찬이를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온 거야. 쾅! 하고 모든 것이 뒤집혔지.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을 따라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렸어…

그다음은 다들 알겠지? 화연은 아들 우진에게 결혼하라고 명령했어! 비록 아들 우진은 평소 엄마 명령을 잘 듣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어. 그는 가영과 예찬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화연은 갖은 협박과 회유로 젊은 부부를 자신의 대저택으로 오게 했어.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삶에 크게 간섭하지 않았어. 덕분에 그들은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어. 화연의 모든 관심은 온통 예찬이에게 쏠려있지. 그 둘은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는 사이야. 그들은 사랑하고, 서로를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그렇게 한 여인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어. 아니, 어쩌면 저지를 뻔했던 걸까? 누가 알겠어? 그리고 뜻밖의 곳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발견했지.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니까. 그리고 선물 또한 특별한 법이니까 말이야. 이 작은 실수가 화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따뜻한 기적을 선물한 거야.



화연의 이야기가 마음을 정말 따뜻하게 데워줬어! 때로는 우리가 저지르려던 '끔찍한 실수'가 사실은 우리를 가장 큰 사랑으로 이끄는 길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지 않아? 작은 생명의 순수한 미소와 따뜻한 포옹이 한 사람의 차가웠던 마음을 녹이고, 가족에게 진정한 행복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준 것처럼 말이야.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랑만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연결시킨다'는 가슴 벅찬 진실을 보여준 게 아닐까? 우리 삶에도 이런 마법 같은 순간이 꼭 찾아올 거라고 믿어!
월, 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