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연이 빚어낸, 절대적 상호성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멎고, 두 영혼이 하나의 대본을 썼던 순간

by 나리솔


평범한 우연이 빚어낸, 절대적 상호성



내 인생에는 마음을 울리는 감동과 심장을 조이는 드라마, 그리고 온몸이 전율하는 설렘으로 가득 찬 사랑의 순간들이 많았어.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을 아우르면서도 가장 깊은 곳에서 나를 울리는 건 바로, '완벽한 상호성'에 대한 이 꾸밈없는 이야기야. 그리고 바로 그 완벽함이 이 이야기를 내 삶에서 가장 값지고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고 있어.


우리는 같은 연극대학에 몸담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학과에서 각자의 꿈을 키우고 있었지. 드넓은 캠퍼스에서 스쳐 지나거나 강의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도?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마치 평행선처럼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어. 각자의 배역에 몰입하고, 무대 뒤에서 숨을 죽이던 연습벌레 같은 시간들 속에서 말이야. 그때는 몰랐지, 그저 하나의 스쳐 지나가는 얼굴일 뿐이었던 그 사람이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조연이자 주연이 될 거라는 것을.


어느 날, 내가 준비하던 에튜드(즉흥극 연습)의 파트너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빠지게 된 거야.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막막했어. 그 상황에서, 정말 거짓말처럼 네 생각이 스쳤어. 늘 무대 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던 너. '혹시, 너라면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절박한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너는 흔쾌히 "응, 도와줄게" 하고 답장을 해왔어. 그때의 안도감이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지. 그날부터, 우리 둘만의 무대가 시작된 셈이야.


우리는 함께 연습을 시작했어. 처음엔 맡은 캐릭터들의 복잡한 심리를 파고들고, 대본의 숨겨진 의미를 함께 찾아내고, 스토리라인을 구체화하는 데 열중했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대화는 대본을 넘어 서로의 인생 속 이야기들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어.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들처럼,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겪었던 수많은 희로애락의 서사를 나누었어. 우리의 어린 시절 꿈부터 지금의 고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어렴풋한 상상까지. 때로는 작업으로 돌아가려고 애썼지만, 우리는 마치 끝없이 샘솟는 샘물처럼 서로에게 이야기를 쏟아냈고, 몇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지. 연극 연습실은 어느새 우리 둘만의 비밀스러운 대화 공간이자, 서로의 마음을 열고 깊숙이 들여다보는 따뜻한 아지트가 되었어. 너의 깊은 내면과 감성적인 세계를 하나둘 알아가면서, 내 안의 우주도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걸 느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너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네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온몸을 휘감았어. 거짓이나 꾸밈이 전혀 없는, 너무나도 정직하고 선명하며 진실된 욕망이었지. 처음에는 낯선 감정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마음은 점점 더 커져서 도저히 억누를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너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어.


나는 늘 영화 속에서 키스할 때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는 장면이 그저 극적인 연출이라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네 입술이 닿는 순간, 정말로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더라. 귓가를 맴돌던 도시의 소음도, 연습실 밖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도,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 고요해졌어. 내 삶의 모든 감각과 의식은 오직 그 작은 접촉점에만 집중되었어. 아,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감각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온 세상이 단 하나의 진실로 가득 찬 듯한 신비로운 경험이었어.


그 후 우리의 사랑은, 마치 투명한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완벽한 상호성으로 이루어졌어. 겉과 속이 없는 진실한 마음, 서로에 대한 끝없는 관심, 어떤 것도 숨김없는 깊은 신뢰, 그리고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수많은 일치들로 말이야. 우리는 키스를 나누고, 함께 와인을 마시며 취했고, 서로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읽어주며 문학적 감수성을 공유했어. 때로는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해주며 밤을 지새웠고,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기도 했지.


이건 단순히 육체적인 끌림을 넘어선, 영혼과 육신, 그리고 의식의 가장 깊은 곳까지 완벽하게 맞닿는 사랑이었어. 너와 내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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