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오래도록 우리 안에는 하나의 믿음이 자리해왔습니다. ‘사람은 난 곳에 써야 한다’, 혹은 ‘태어난 곳이 곧 그의 전부’라는 조용한 가르침처럼 말이죠.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뿌리내린 듯한 견고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문을 열고 한 걸음씩 세상을 향해 나아갈수록, 저는 이 오랜 속삭임이 우리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족쇄일 수도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그 속담이 말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틀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이 행성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점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와 공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서가 분명히 존재하죠. 이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넓은 세상에는 저의 고향만큼이나 개성 강하고 독특한 수천, 수만 개의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역사를 품고, 다른 언어로 숨 쉬며, 다른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는 그곳들의 이야기는 저에게 끝없는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고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낯선 길 위에 서서 무심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볼 때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알던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삶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무한한 선택지와 가능성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이죠.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낯선 이의 눈빛 속에서, 혹은 이름 모를 거리의 작은 카페에서, 내 삶의 지평을 넓혀줄 다른 방식의 ‘정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앞에서 용기를 냅니다. 오랫동안 내 삶을 규정해 온 익숙한 테두리 밖으로 기꺼이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 눈에 들어온 수많은 가능성들을 그저 스쳐 보내지 않고, 그것들을 나의 현실로 만들어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이는 무모한 도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설레는 여정이죠. 태어난 곳이 준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그 뿌리에 새로운 흙을 덮고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줄 아는 유연함과 강인함.
점점 더 많은 곳을 여행할수록, 저는 깨닫습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난 곳’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발 딛는 곳’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느냐에 있음을 말입니다. 태어난 곳이 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탐험하는 모든 여정들이 비로소 진정한 ‘나’를 완성해 가는 것임을. 이제 저는 어디든 나의 고향이 될 수 있으며, 세상 모든 곳에서 나의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도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