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잠이 들었던 새벽, 차가운 공기가 이불 끝을 살짝 건드렸다. 잠결에 몸을 둥글게 말며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한국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은 새벽 네 시라고들 한다. 사람들도, 버스들도, 심지어 도시의 불빛마저 잠시 숨을 고르는 때. 나는 이 시간의 고요함이 좋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살아가는 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마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다들 어딘가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여 나도 덩달아 뛰어보지만,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서 멈춰 서곤 한다. 그럴 때면 꼭 이 새벽을 떠올린다.
멈추어도 괜찮다고, 조금 느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시간.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베란다에 앉아 도시를 바라본다. 옆집 창문에 켜진 불 하나, 멀리서 들리는 신문 배달 오토바이의 소리, 아직 차갑게 남아 있는 하늘의 색.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은근한 위로를 건넨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 시간에도 세상은 조용히 너와 함께 깨어나고 있으니까.
삶은 종종 완벽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더 빛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벽의 공기는 그 모든 '더'를 내려놓게 한다.
나는 그냥 나대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도록 살짝 일깨워 준다.
새벽이 완전히 밝아 오기 전, 손바닥 위에 남은 찻잔의 온기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 온기만큼이나 잠시 머물렀던 평온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겠지만, 괜찮다.
오늘 하루를 살아낼 작은 힘만 있으면 된다.
이 글을 쓰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 마음의 진짜 새벽은, 어쩌면 매일 찾아오는 이 고요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렇게 내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러운 빛으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