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피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문득 마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 순간에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나는 늘 계절을 따라 흐르는 사람이다.
겨울에는 마음이 자꾸 움츠러들고, 봄이 가까워지면 이유 없이 설렌다.
마치 오래 기다린 편지가 곧 도착할 것 같은 예감처럼. 그 예감 하나만으로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살다 보면 때때로 크고 화려한 변화보다,
작고 조용한 신호가 더 깊게 남는다.
누군가의 짧은 안부, 해가 지기 직전의 붉은빛, 따뜻한 차 한 잔.
그 작은 순간들이 내 하루를 살리고, 또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서 조용히 봄을 기다린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꽃이 피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법이지만,
마음이 피어나는 시기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