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담초이 Madame Choi Jan 10. 2022

Op. 2 누구보다도 뛰어난 그이

2. Er, der Herrlichste von allen

 알리나는 아침부터 바빠. 너무너무 바빠.

벌써 화장을 몇 번씩이나 고치고, 몇 벌 되지 않는 드레스를 얼마나 입었다 벗었다 하는지...

온 집안이 다 들썩일 정도야.

알리나가 이러는 이유는 자매들과 함께 파티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야.

아마도 이 도시에 있는 모든 귀족집 아가씨들과 귀족 청년들은 모두 모일 거야.

알리나네 자매들은 비록 몰락한 귀족이지만 대고모님이 초대를 해 주셔서 참석할 수 있게 되었지.

그곳엔 분명 루이스도 올 거야. 그 생각만 하면 알리나는 가슴이 쿵쾅거려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벌써 시간이 다 되었나 봐. 대고모님 댁에서 보낸 차가 벌써 도착했네.

알리나와 자매들은 "꺄~~" 하며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더욱 분주해졌어.

이제 모두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탔지. 빨리 파티장에 가고 싶은데 도로는 말과 마차, 자동차, 그리고 자전거까지 모두 엉켜서 더디게만 움직였어.

그동안 알리나는 설렘과 기쁨, 한편으론 루이스가 자신에게 시큰둥할까 걱정도 되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파티장에 다 왔어.

    


 파티장인 에드워드 백작의 저택은 대고모님 댁만큼이나 으리으리하고 화려했어.

아버지 말씀으론 알리나가 아주 어릴 때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하시는데 알리나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 해.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파티장으로 들어갔어.

모두가 다 아름답고 멋지게 치장을 하고 왔어. 그에 비해 알리나와 자매들은 상대적으로 초라함을 느꼈지.

그래도 언니인 크리스틴은 멋진 신사의 청으로 춤을 추러 갔고, 알리나와 동생들은 대고모님 따라 인사를 하러 다녔지. 그러다 알리나의 걸음과 눈길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어.

수많은 숙녀들의 무리들이 있었는데 그 숙녀들은 모두 루이스를 둘러싸고 있었지.

루이스는 언제나 그렇듯 그저 나지막한 미소만 띠며 가끔 대답을 해 주는 듯 보였어.

알리나는 당장이라도 가서 그 무리에 끼고 싶었지. 하지만 대고모님은 알리나와 자매들을 귀족 부인들에게 인사시키느라 눈치를 주며 꼼짝을 못 하게 했어.

그런데 루이스가 알리나 쪽을 바라보는 거야. 그 바람에 순간 눈이 마주쳤지 뭐야. 알리나는 갑자기 눈물이 날뻔했어. 가슴이 너무 떨려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뻔한 거야.

알리나는 얼른 그의 시선을 피하며 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어. 그러면서도 힐끔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어.


 그는 많은 무리들 중에서도 가장 멋졌어.

단정한 모습에 점잖고 부드러운 미소, 맑고 반짝이는 눈빛과 그의 다문 입술은 왠지 믿음직해 보였지.

숙녀들이 관심을 갖고 그에게 잘 보이려고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어.

이 화려한 파티장에서도 알리나는 루이스만 보였어.

모든 것은 마치 까만 밤처럼 어두웠고 루이스 그 하나만 반짝이고 있었어.

새까만 밤과 같은 그 마음에 루이스가 또렷이 빛나면 빛날수록 그녀의 마음은 더욱 슬퍼지고 초라해졌어.

당장이라도 울음이 그냥 터져 나올 것 같았지. 그렇게 보고 싶던 그이였는데...

그의 아름다움이 알리나의 마음에 더 깊게 어둠 속에서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궤도를 돌고 있었어.


 그의 곁에 있는 여인들을 바라보았어. 모두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을 했어.

알리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어. 자신은 루이스 곁의 아가씨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었지.

알리나는 숨고만 싶었어. 그러면서 체념의 마음이 생겼지.

아무래도 그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함께 외우며 즐거웠던 그 시간은 그저 하룻밤의 꿈과 같았구나... 하며.


'그는 그에게 맞는 멋진 여자를 만나겠지?' 하며 올라오는 울음을 겨우 삼켰어.

그러다 다시 루이스와 눈이 마주쳤는데 루이스는 알리나의 이런 마음도 모른 체 그녀의 울먹이는듯한 표정을 보며 달래듯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

그러자 알리나도 입술을 꾹 다물고 울음을 참고 미소를 지어 보였지.

그러면서 마음을 먹었어.

이렇게 멋진 그가 그에게 잘 어울리는 그런 멋진 여인을 만나기를,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당장 본인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지만 그를 위해 얼마든지 축복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자 그녀도 모르게 그녀의 슬픈 미소 띤 얼굴에 눈물이 또르르 흘러버렸어.

그런 그녀의 모습에 놀랐는지 루이스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알리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눈물을 급히 감추고는 자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지.


 알리나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돌아다니다가 문이 열린 방을 보았어. 그 댁 서재인가 봐.

알리나가 좋아하는 온갖 책들이 가득한데 그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거기 의자에 잠시 앉아 마음을 가라 않히려는데 아픈 마음은 도무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더 들썩 거리기만 해.

그런데 알리나의 눈에 띈 책이 한 권이 있었어. 바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시집이었지.

그걸 보니 더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읽고 싶었어.

할 수만 있다면 오늘 눈물을 다 흘려버리고 내일부터는 흘릴 눈물이 없도록... 그러고 싶었어.

그래서 책장으로 다가가 책을 꺼내렸는데 너무 높아 꺼낼 수가 없었어.

그래서 다시 까치발을 들어 꺼내렸는데 손 끝만 겨우 닿아.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 책을 꺼냈어.

(너무 염치없이 뻔한 이야기지?)

알리나는 너무 놀라 쓰러질 뻔했는데 그가 알리나의 팔을 붙잡았지.

루이스였어. 알리나는 그를 보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렸어.

루이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당황했지만 혹여나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될까 그저 한번 다독이며 그녀에게 책을 주며 의자에 앉혀 주었어.


 오늘 소개할 곡은 알리나가 루이스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노래한 거야.

내가 사랑하는 그이는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답지만 과연 나 같은 비천한 여자를 돌아나 볼까?

그가 행복하려면 그에게 걸맞은 멋지고 훌륭한 여자를 만나야 해. 그래야 그가 행복할 테니까.

내 마음은 찢어지게 아프겠지만 얼마든지 축복할 거야. 그를 위해서...

이런 내용이지.


노래 한 번 들어봐.

 https://youtu.be/ZTY-oFkqHCk

어때? 처음엔 그를 찬양하는듯하게 멜로디와 빠르기가 전개되지?

반주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한 듯 8분 음표를 사용해서 '단단단단, 단단단단' 하며 8분 음표 4개로 2박씩 표현해.

그리고 알리나가 현실을 깨닫고 체념을 하는 부분에서는 우울한 멜로디와 화성, 그리고 리타르단도로 느려지며 슬프고 외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


 이건 원문 가사와 해석이야.

가사는 문법에 충실하다 보면 너무 어색한 해석이 되어서 문학적으로 조금 바꿨어.


Er, der Herrlichste von allen,

Wie so milde, wie so gut!

Holde Lippen, klares Auge,

Heller Sinn und fester Mut.

그 사람, 그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멋져요.

얼마나 온화하고 얼마나 멋있는지.

사랑스러운 입술, 맑은 눈

밝은 생각과 굳센 용기.


So wie dort in blauer Tiefe,

Hell und herrlich, jener Stern,

Also er an meinem Himmel,

Hell und herrlich, [hoch]1 und fern.

마치 저 푸르르고 깊은 하늘에

밝고 화려하게 빛나는 별과 같이,

나의 하늘인 그이도 내 안에서  

밝고 찬란하게, 멀리 빛나고 있어요.


Wandle, wandle deine Bahnen,

Nur betrachten deinen Schein,

Nur in Demut ihn betrachten,

Selig nur und traurig sein!

당신의 아름다움의 궤도를 돌고 , 돌고 있어요.(그를 별로 비유함)

나는 단지 당신의 빛을 주시할 뿐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당신의 빛을 바라봅니다.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슬픈 이 마음!


Höre nicht mein stilles Beten,

Deinem Glücke nur geweiht;

Darfst mich niedre Magd nicht kennen,

Hoher Stern der Herrlichkeit!

모른 척해 주세요. 당신을 향한 나의 기도를,

당신의 행복만을 생각하세요.

초라한 나를...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숭고한 나의 별이여!


Nur die Würdigste von allen

[Soll]2 beglücken deine Wahl,

Und ich will die Hohe segnen,

[Segnen, segnen]3 viele tausendmal.

단지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숭고한 여성만이

그대에게 선택되는 행복을 누리겠지요.

그리고 나는 그 고귀한 여성을 축복하고 싶어요.

수 천 번이라도.


Will mich freuen dann und weinen,

Selig, selig bin ich dann;

Sollte mir das Herz auch brechen,

Brich, o Herz, was liegt daran

나는 기뻐하겠지만 울고 싶습니다.

그것만이라도 나는 기뻐하겠어요.

심장이 찢어진다 해도 좋아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내가 오늘 준비한 건 여기까지야.

좀 더 나의 연애 세포들을 깨워서 글이 충만해지도록 더 노력해볼게.

다음 시간에 또 만나.           

  


매거진의 이전글 Op.1 그이를 본 후부터 내 눈은 멀어버린 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