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준비

정글의 지난 40년 인생 안녕. 불행 끝 행복시작.^-^

by 햇살나무

이제 드디어 베트남에 있는 남편에게로 간다.

결혼 후 우리는 베트남에서 살기로 했었다. 남편 직장 따라.

그런데 나는 발길이 무거워 가지 못했다.

친정엄마와 친정아빠가 투닥하시고 싸우며 사시는 모습에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내가 친정엄마와 떨어지는 게 싫어서 였을 것이다.


남편과 있으면 난 늘 행복했다.

남편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마음이 하해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행복하게 사는 게 죄책감이 들었다..

평생 나만 바라본 엄마를 두고 가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와 친한 이모도 멀리 미국으로 떠나서 엄마는 늘 외로워하셨다.


나를 낳고 길러주시며 한 평생 희생만 하면서도 아빠에게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엄마가 가여웠다.

내가 낳은 아들을 엄마는,

엄마에게 사랑을 듬뿍 준 외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사셨다.

우리 아들은 나 안 닮고 지 아빠를 닮아

사람을 좋아하고 매사 배려하고 생각하며 소통하려고 하는 마음씨가 참 고운 아이다.

외로운 엄마와 마음씨가 싹싹한 아들사이가 각별해서 나는 엄마와 더 떨어지기 힘들었다.


아이가 크고 엄마는 늙어감에 따라,

내 마음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며 사는게 효도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자식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곁에 머물지 못해도

홀로서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효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늦게 철이 든 탓일까.

엄마품을 떠나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에

엄마가 자식을 품어안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못하게 한 나는

불효자였던 것이다.


이제는 알겠다.

내가 제자리로 가야 엄마도 한 시름 놓고 쉴 수 있다는 것을

엄마와 아빠가 자식들 걱정에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어졌다.

엄마와 아빠도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가면 사이가 좋아질 것이다.


이제야 나는 내 삶을 찾아 떠난다.

아니 되돌아간다.

돌고 돌아 오는데 12년이 걸렸다.

내 앞날에 건투를 빈다.

먼 곳에서도 나는 잘 살 것이다.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나 하나만 바라보느라

흰 머리가 드문드문 생긴 남편에게 가서

아들에게 부모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남은 평생 우리 가족끼리 사이좋게 잘 살 거다.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엄마가 되고,

남편에게

미안하지 않은 아내가 되고,

엄마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어 살 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세상걱정 다 끌어안아도, 내가 괜찮지 않으니 세상이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나는

드디어 유일한 나의 삶을 살게 됐다.

고생했다. 정글아.

나한테 내가 너무 미안해서 눈물만 나오지만

이제는 웃자.

울지말고 웃자.


이제는 행복해 질 일만 남았으니까...




베트남으로 가도

브런치 활동은 계속할게요.

잘 사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