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아 넌 뭐냐?

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by 햇살나무

이 글들은 지극히 내가 낫기 위함이고,

그리고 내가 낫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했던 흔적들이며, 공황때문에 아픈 그대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글이다.

나는 낫고 있는 중이고, 이겨낸 흔적들을 숨김없이 표현해보려 한다.



요즘 공황장애와 발작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아들이 포항에서 아버님께 천자문을 배울 때

두려울 공(恐) 두려울,흐르멍덩할 황(慌) 에 대해 배우며

공황의 그 뜻을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공황은 한자 그대로

두려워서 허둥지둥댄다는 뜻인 듯하다.


[네이버국어사전] 공황2 恐慌 명사
1.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
예) 포탄 네댓 발이 작렬한 것뿐인데 그들은 덫에라도 갇힌 듯 거대한 공황 속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출처 <<홍성원, 육이오>>






내가 공황장애가 아닐까 라고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21년 전 이었다.

대학교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정신분석학 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정신적인 질환들에 대해 공부하던 중,

공황장애라는 병명에 대해 들었다.

그 때 교수님은


"공황장애 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겉으로 보기엔 알 수가 없어서 많이 알려진 병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뜻이 당시에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해서 나는 스스로 내게 공황장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의심을 가졌었다.



그렇게 약 20년정도가 흐를 때 까지 나는 그 병을 잊고 살았고,

어느 날 갑자기 공황발작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그 병이 올 만한 행동들을 어릴 때 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 하고 있었다.


숨을 못 쉬고 , 곧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는 증상이 반복되기에 처음에는 호흡기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내과를 찾아가도 호흡기쪽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마지노선처럼 여긴 병원이었던 정신과 병원에서 나는 공황발작이라는 병명을 진단 받게 되었다.


공황장애가 아닌 공황발작,

내게는 우울장애가 있었고, 공황은 장애가 아닌 발작 증세가 있단다.





내게 발작이 올 때는 반드시 원인이 있었다.

1.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2.그 상황이 내게 심리적인 위축을 주었고,

3.심리적인 위축은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켰고,

4.부정적인 생각은 심리적인 압박을 주었고,

5.심리적인 압박은 갑자기 심장박동을 높게 만들었고,

6.빨리 뛰는 심장은 호흡곤란이라는 신체의 증상을 가져왔고,

7.호흡곤란으로 가슴이 조여왔고,

8.가슴이 조여오면서

9.손발이 저리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멍해지며

10.쓰러지거나 또는 더이상 숨을 들이쉴 수 없게 되었다.


이 과정을 적는 지금도 몸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심장이 빨리 뛴다는 증거다.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다.



지금은 쓰러지지는 않는다.

학창시절에는 1~10까지의 경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곧바로 1번에서 10번으로 넘어갔다.

한마디로 어떤 현상을 보면 바로 기절을 했다.


기절은 늘 버스안에서 일어났다.

대학교 1교시 수업을 들으려 올라탔던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키가 큰 남학생들이 나를 사면으로 둘러싸고 서있을 때 호흡곤란이 왔고 곧바로 기절로 이어졌다.

같은 정거장에서 탔던 친구가 기절하는 나를 발견하고 몇번이고 부축했더랬다.

버스에서 내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 금새 정신이 돌아왔다.

그 때는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축한 친구가 놀랬을 뿐.




다시 돋은 발작은 그 진행정도가 느리고 단계별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상이 뚜렷하다고 거기서 알아차리고 멈출수 있으면 좋으련만. 1단계를 그냥 방치하고 나면 10단계까지는 쉬지 않고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공황발작이 일어났던 2017년도 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신체증상에 대해 상기해보자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1.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이 나의 심리를 위축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공황을 멈출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어떤 상황은

비행기 안, 자동차 안, 터널 안, 지하철 안, 엘레베이터 안, 한정된 공간 안에 있을 때와

상대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또는 갑자기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할 때 이다.


거기서 심리적인 위축을 하지 않는 방법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걱정과 의심을 달고 살았다.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났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나는 건 아닐까.

엄마,아빠가 갑자기 죽는 건 아닐까.

귀신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친구가 내 욕을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와 같은 생각들 말이다.


그런데 공황발작을 겪고, 죽음의 문턱에서 몸부림 치면서 알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해서는 나의 걱정과 의심이 가득찬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내 생각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고, 사실이 아니었다.

그런 공간이 나를 압박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그 공간이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 아빠가 이유없이 나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내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불안해지면 내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차라리 울고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공황은 사라진다.


근데 그 불안한 생각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울음보다는 공포로 다가왔다.

발작이 너무 심할 때에는

차라리 울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울어서 넘긴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울음도 잘 나오지 않는다.

울려면 슬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슬픈 생각과 불안한 생각은 또 다른 종류의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내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생각을 내가 뭣하러 하느냐고 나 스스로를 자꾸 다그치려 노력한다.


아직도 비행기를 탈 때는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

차를 탈 때와 엘레베이터를 탈 때에도 간혹 갇혀있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에서 내게 일어나지도 않은 불안한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도 있지만, 그 생각을 애써 버리려고 노력한다.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내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생각은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처럼 멋대로 붕붕 떠서 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습관적이다 못해 버릇이 되어버린

'나쁜생각 버리기'를 제일 먼저 해야 했다.




아침마다 늘 기도를 한다.

'오늘도 제가 무탈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라고 말이다.




나를 살려주는 건,

나 밖에 없다.





[-다음편에서-]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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