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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감사하다. 28

by 햇살나무

신약 공부를 하러 교회엘 갔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꾸준히 따라가면 언젠가는 알겠지 싶어 몰라도 들어본다.

한 번으로는 안 돼서 열 번, 스무 번이고 들으려고 첫 발을 내디뎠다.


이제 좀 알까 싶은데 벌써 3주 뒤면 끝이 난다.


왜 무슨 일이든 알만 하면 끝이 날까...

사람도.

왜 친할 만하면 헤어질까...


늘 의문이다.


어쨌든,

어제는 생각지 못했던 교회동기와 수업을 마치고 함께 밥을 먹게 됐다.

내 마음에는 동네 친구와 한인교회에서 여는 플리마켓을 가려고 연락을 했는데 수업 내내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플리마켓이 한 시간 내에 끝이 난다고 해서 결국 혼자 가기로 결심을 했는데 뜻하지 않게 같이 새 신자 교육을 받은 동기가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한다. 동행자가 생겨서 신이 났다.


아침 일찍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플리마켓이 내가 도착했을 때는 끝날 무렵이라 둘러보니 휑 했다. 그래도 간 김에 이것저것 산 다음 헤어지려 하니 시간이 점심시간이다.

우리 아파트 출입구를 알고 싶다며 도착지를 우리 집으로 정해놓은 그랩차량에 나와 동기는 함께 몸을 실었다.

그리고 아파트 내에 맛집인 떡볶이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려 향했다.


동기지만 사적으로 소통을 하기엔 처음 갖는 시간이었다.

동생이기도 했고 내성적이며 수줍음이 엿보였지만 한국에서 교회를 다녔던 친구여서 그런지 교회에 꾸준히 나오는 모습이 좋았다.


김떡순 세트를 시켜놓고 그동안 궁금했던 서로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늘어놓았다.


교회 안에서 만난 성도들과의 교제.

교회밖에서의 삶 등등.

내심 서로가 궁금한 게 많았었나 보다. 접시가 바닥을 보이고, 젓가락으로 바닥을 찍으며 혓바닥에 옮겨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오늘 배운 신약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친구에게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내가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를 해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책이 두 권인데, 매번 한 권으로만 진도를 나가서 왜 그런가 궁금하긴 했지만 나머지 한 권은 펼쳐 보지도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집에 가면 반드시 나머지 한 권에 나온 내용을 읽고 전체를 이해하고 복습한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지도를 찾은 기분이었다.


이 동기친구와 헤어지며 아파트출입구를 세세히 가르쳐주고 헤어지는 길에 ,

마음에 두었던 동네 친구가 연락이 와서

핸드폰을 두고 나갔다 왔더란다.


오늘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마음에 둔 친구는 연락이 없었나 보다.


보물지도를 찾은 값진 날. 값진 배움의 시간을 허락하고 만끽한 나와 동기에게 감사하다.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대로 되어서 생각하는 만큼 얻는 것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얻기에

훨씬

더 크게 얻었다고

느낄 수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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