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아래 Dec 11. 2024

기억

아픔이 떠난 곳에 아픔이 다시 오지 않기를

그해 봄

그날은 봄기운이 완연했고 지천에 꽃은 만발했다.

바닷가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꽃, 바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은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다.


우리 집은 바닷가, 그 당시 동네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민박집이었다. 부유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우리 집

그런데, 어느 봄날 평화롭던 우리 집에 군복을 입고 무장한 군인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그중에서 제일 계급이 높아 보이는 군인이 부모님과 짧은 대화를 한 후 민박으로 쓰는 방을 군인들이 나누어 쓰기 시작했다. 군인들은 방에서 무장을 한 채 잠을 자기도 하고, 끼니때마다 찬통에 음식을 어 날으며 배식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철수했다. 다행히 우리 가족과 집에는 아무런 피해는 없었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런 장면들을 기억할 있는 것은 그들이 착장 한 군복과 군화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상이 멈춰버린 2024년 12월 3일


이번에는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서,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그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사라질까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다친 사람은 없어 보여 다행이다 싶어 보이지만 실제로 다친 건 사람들의 마음. 그 현장에 있어야만 했던 젊은 군인들의 마음과 그 군인들을 막어선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 그렇게 마음이 마음으로 흐르는 동안 남겨진 건 큰 상처뿐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2024년 12월 3일 이전의 그저 평범했던 우리들의 일상일지 모른다. 아침에 졸린 눈 비비며 학교로, 직장으로 가고, 퇴근 후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특별하지는 않지만 아주 평범했던 나날들. 우리들의 마음이 머무르던 바로 며칠 전의 그때가 벌써 그리워진다.


아픔이 떠난 곳에 아픔이 다시 오지 않도록 밤새 기도하던 그날은 가고

아침과 함께 다시 올 것 같았던 우리들의 일상은 마침내 사라졌으므로 결국 당신과 나는 같은 마음으로 기억할  2024년 12월 3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