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광고비, 다른 성과 — 뇌과학이 밝힌 이유

브랜드/제품 인지도와 정보 처리 효율에 관한 ERP 연구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다가 광고가 스쳐 지나갑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려는데 5초짜리 광고가 먼저 재생됩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멍하니 서 있는데 옥외광고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 순간 소비자는 광고를 "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이유도, 의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찰나의 순간에 뇌는 이미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는 제품인지 모르는 제품인지, 더 볼 것인지 무시할 것인지.


사업을 하면서 저는 이 순간이 늘 궁금했습니다.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도 전에,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난 글에서 fMRI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강한 브랜드가 뇌의 자아 참조 영역, 보상 영역, 기억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정체성과 연결되면 뇌에서 특별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보려 합니다. '어디서' 반응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반응이 일어나는가의 문제입니다.


- 지난 글 https://brunch.co.kr/@aed9b6b6669d467/98







인지도 수준이 소비자 정보 인식 및 처리에 미치는 영향 연구


ERP(Event-Related Potentials, 사건 관련 전위)는 두피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뇌의 전기 신호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밀리초(1/1000초) 단위의 정밀한 시간 분석이 가능하여, 자극이 제시된 후 0.2초 시점에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0.3초 시점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중국 서남정법대학의 장쉐펑(Xuefeng Zhang) 교수는 이 ERP 기법을 활용하여 브랜드 인지도가 소비자의 인지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게재된 이 논문의 핵심 질문은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뇌는 고인지도 제품과 저인지도 제품을 다르게 처리하는가?' 였습니다.


image.png <Front Neurosci. 2020 Jun 12;14:549. doi: 10.3389/fnins.2020.00549>




실험 설계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두 종류의 이미지를 빠르게 노출시켰습니다. 하나는 여성 인물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 사진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인지도 지수 5.46의 고인지도 브랜드의 제품인지도 지수 2.71의 저인지도 브랜드의 제품 두 종류로 구성되었습니다. 피험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성 사진이 몇 번 나왔는지 세는 것"이었으며, 스마트폰 사진은 과제와 무관한 방해 자극으로 설정되었습니다.



image.png <실험 설계도(출처: The Influences of Brand Awareness on Consumers’ Cognitive Process)>



피험자에게 스마트폰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이유가 전혀 없는 노이즈에 불과했습니다. 여성 사진을 세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끼어드는 방해물 정도(광고와 비슷한 정도의 자극)으로 설계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처럼 의식적 주의가 배제된 상태에서 뇌가 브랜드와 관련된 자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찰하고자 했습니다.




N2와 P3: 두 가지 신경학적 지표


연구진이 주목한 뇌파 성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극 제시 후 200~260밀리초 시점에 전두엽과 중심부에서 관찰되는 N2 성분입니다. N2는 인지 통제 및 자극 식별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뇌가 "이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데 투입하는 인지적 노력의 크기를 반영합니다. 쉽게 말해 식별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두 번째는 자극 제시 후 300~400밀리초 시점에 나타나는 P3 성분입니다. P3는 뇌가 해당 자극에 얼마나 많은 주의 자원을 할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주의 비용을 반영합니다. 일반적으로 처리하기 어렵거나 낯선 자극일수록 더 많은 주의 자원이 동원되며, 이는 P3 진폭의 증가로 나타납니다.




연구 결과: 고인지 vs 저인지 브랜드 제품의 정보 처리 효율성 차이


연구의 결론은 통계적으로나 신경과학적으로나 명확했습니다. 고인지도 브랜드 제품을 접했을 때 피험자들의 N2와 P3 진폭은 저인지도 브랜드 제품을 접했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작게 나타났습니다(N2: p=0.002, P3: p=0.004). 이 수치는 인지도 레벨에 따른 '정보 처리의 효율성'을 정량적으로 보여줍니다. 사회적으로 익숙한 브랜드는 낯선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고도 신속하게 해석되었습니다.




image.png 연구 결과: 고인지 vs 저인지 브랜드의 인지 및 주의 비용 차이



N2 진폭이 작다는 것은 식별 과정에 투입되는 노력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고인지도 브랜드 제품이 화면에 나타나면 뇌는 0.2초 만에 기존 기억 패턴과 매칭하여 "이미 아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복잡한 검증 절차 없이 즉각적인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반면 저인지도 브랜드 제품의 경우, 뇌는 "이것이 무엇인가,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 자원을 동원해야 합니다.


P3 진폭의 차이는 주의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스마트폰 이미지는 무시해야 하는 방해 자극이었습니다. 고인지도 브랜드 제품은 빠르게 식별되어 "과제와 무관한 자극"으로 분류되므로 쉽게 무시됩니다. 그러나 저인지도 브랜드 제품은 식별 자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무시하는 데도 더 많은 주의 자원이 소모됩니다. 뇌 입장에서는 낯선 것을 무시하는 것조차 비용이 드는 일인 것입니다.





연구의 광고/마케팅 실무적 시사점


1. 인지 자산 구축 전략의 근거가 과학적으로 설명


반복적인 노출을 통한 인지 자산 구축은 단순히 "기억에 남기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비자의 뇌에 해당 브랜드를 위한 효율적인 처리 경로를 구축하는 작업입니다. 뇌에 패턴이 각인되면 이후의 모든 접촉(광고/프로모션/신제품 출시 등)에서 처리 비용이 절감됩니다. 반대로 인지 수준이 부족한 브랜드와 제품은 매번 소비자의 뇌에 인지적 부담을 지웁니다.



2. 광고/구매 현장에서의 찰나의 승부를 이해


올리브영 매대에서의 우리 상품 앞 3초, 인스타그램 피드 스크롤 0.5초, 검색 결과 페이지 1초. 이 짧은 시간 동안 소비자의 뇌는 수많은 브랜드 제품들을 처리하며, 0.2초 만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합니다. 고인지도 브랜드 제품은 이 찰나의 순간에 식별이 완료되어 경쟁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섭니다. 저인지도 브랜드제품은 식별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소비자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비보조 인지(~하면 떠올리는 제품/서비스는?) 데이터 결과의 전략적 해석


비보조 인지도(unaided awareness)가 낮다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가 우리 제품/서비스를 잘 모른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소비자의 뇌가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구매 여정의 모든 접점에서 우리의 제품이 인지/인식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동일한 광고 소재와 타겟팅, 동일한 예산을 집행해도 브랜드에 따라 클릭률과 전환율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은 소재의 문제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지도가 확보된 제품의 광고는 소비자의 뇌에서 빠르게 식별되어 내용 처리로 넘어갑니다. 인지도가 낮은 제품의 광고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데 인지 자원이 소모되어 내용까지 도달하기 전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인지 자산에 따른 광고 피로도(반복 노출의 부정효과) 차이


인지도가 낮은 제품/서비스가 노출 빈도를 공격적으로 높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뇌는 낯선 광고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그 광고가 반복적으로 자신의 활동을 방해할수록 부정적 감정이 누적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인지도 제품/서비스의 광고는 동일한 노출 빈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인지적 방해를 유발합니다. 이는 단순히 "익숙해서 덜 거슬린다"는 감각적 차원이 아니라, 뇌의 처리 비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단순 프로모션성 광고의 도달(Reach)과 빈도(Frequency)를 높이는 전략은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뇌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일


제품과 서비스의 인지도 구축은 흔히 "유명해지기 위한 투자"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소비자의 뇌에 우리 브랜드를 위한 전용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입니다. 고속도로가 깔린 브랜드는 0.2초 만에 식별되며, 최소한의 인지 자원으로 처리됩니다. 고속도로가 없는 브랜드는 매번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해왔습니다. 불확실한 대상을 분석하는 데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이미 검증되고 익숙한 대상을 빠르게 선택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이 본능은 현대의 소비 행동에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올리브영 매대 앞에서 손이 "그냥" 특정 제품으로 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의식이 개입하기도 전에, 뇌가 이미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해버린 것입니다.

소비자 머릿속 인지와 인식에 대한 투자는 바로 이 본능에 부합하는 가장 과학적인 선택입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논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by. 애드타입 CSO, Co-founder 양승만


참고 논문: Zhang, X. (2020). The Influences of Brand Awareness on Consumers' Cognitive Process: An Event-Related Potentials Study. Frontiers in Neuroscience, 14, 549.


[Write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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