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상태를 먼저 보면, 매체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옥외광고 미디어 믹스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광판, 지하철, 버스 같은 여러 매체를 조합해서 캠페인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미디어 믹스 제안서는 예산에서 출발합니다. 총 예산이 정해지면 주요 매체에 배분하고, 남은 금액으로 보조 매체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어떤 매체를 앞에 두느냐는 대행사가 그동안 집행해온 경험, 혹은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왔던 매체에 대한 선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디어 믹스는 예산을 나누는 표가 아닙니다. 브랜드의 현재 상태에서 출발하는 전략 문서입니다.
옥외광고 매체를 선택할 때 흔히 유동인구부터 확인합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다고 효과적인 자리가 아닐 수 있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인파 중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유동인구 수치가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체를 선택하기 전에 실제로 봐야 할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브랜드가 어떤 상태인가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와 인지도는 있지만 구매로 연결이 안 되는 브랜드는 필요한 매체 전략이 다릅니다. 전자는 도달 범위를 최대화하는 것이 우선이고, 후자는 특정 상황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둘째, 타겟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가입니다. 타겟 연령대·성별이 평일과 주말에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어느 상권에 얼마나 체류하는지에 따라 같은 예산으로도 완전히 다른 매체 조합이 나옵니다.
셋째, 그 위치에서 광고가 실제로 잘 보이는가입니다. 같은 역이라도 설치 각도, 주변 장애물, 화면 밝기에 따라 실제 노출 품질이 달라집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와 광고가 잘 보이는 자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매체를 설계하면, 제안서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아래 가상의 뷰티 브랜드 케이스로 구체적으로 보여드릴게요.
(가상 사례)
브랜드 C는 20~35세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이번에 처음으로 옥외광고를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캠페인 목표는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신규 고객층 유입입니다.
브랜드 C는 "25~30세 직장 여성"을 타겟으로 설정해서 왔습니다. 기존 구매 데이터에서 이 연령대 비중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나쁜 가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애드타입은 이 가정을 사전 서베이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전 서베이에서 확인한 브랜드 C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보조 인지도(브랜드명을 들었을 때 아는지) — 52%, 동 카테고리 경쟁사 평균 대비 낮음
비보조 인지도(스킨케어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자발적으로 언급되는지) — 8%,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음
최초 상기도(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 3%
브랜드 선호도 — 인지한 사람 중 선호 비율은 높은 편
진단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브랜드 C는 "알면 좋아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브랜드"입니다. 기존 구매 고객이 25~30세에 몰린 건 그 연령대가 핵심 타겟이어서가 아니라, 그 연령대만 브랜드를 알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겟을 좁히기 전에,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캠페인의 목표를 재정의합니다.
기존 가정: "25~30세 직장 여성에게 집중 노출" 수정 방향: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낮으므로, 타겟 연령대를 20~35세로 넓히고 도달 범위를 최대화하는 것이 우선"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보여주는 전략보다, 아직 브랜드를 모르는 잠재 고객층에게 처음 각인시키는 전략이 이번 캠페인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전략 방향이 정해지면 매체 설계로 들어갑니다. 애드타입은 타겟 연령대의 이동 경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체를 배분합니다.
분석 결과, 브랜드 C의 타겟(20~35세 여성)이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가장 높은 밀도를 보이는 구간은 수도권 주요 지하철 노선과 해당 노선의 환승역 반경이었습니다. 주말에는 성수·홍대·강남 상권으로 이동 패턴이 집중됐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미디어 믹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하철 스크린도어 — 3개 노선 주요 환승역 역할: 반복 노출과 도달 최대화. 타겟의 평일 이동 동선이 가장 집중되는 구간으로, 출퇴근 시간대 반복 노출을 통해 브랜드 각인이 목적입니다.
② 버스쉘터 — 성수·홍대·강남 상권 역할: 브랜드 이미지 각인. 주말 타겟 체류 밀도가 높은 위치로, 이동 중이 아닌 머무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접하게 되는 매체입니다.
③ 디지털 사이니지 — 주요 역사 내 역할: 크리에이티브 전달. 체류 시간이 확보되는 공간으로, 단순 노출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지하철·버스쉘터·디지털 사이니지라는 매체 종류는 브랜드 C의 타겟 데이터에서 나온 결과이지, 정해진 공식이 아닙니다.
같은 지하철이라도 어느 노선인지, 어느 역인지, 어느 출구 방향인지에 따라 타겟 밀집도가 달라집니다. 버스쉘터도 같은 상권 안에서 정류장마다 타겟 체류 패턴이 다르고, 광고판의 설치 각도나 주변 장애물 여부에 따라 실제 노출 품질도 달라집니다. 소재 포맷 역시 매체의 체류 시간과 시청 거리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타겟이 바뀌면 노선이 바뀌고, 캠페인 목표가 바뀌면 매체 조합이 바뀝니다. 미디어 믹스는 매번 새로 설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체별 위치 선정에는 가시 거리·설치 각도·휘도·주변 장애물 데이터가 반영됩니다. 유동인구 수치가 높아도 실제 노출 품질이 낮은 위치는 초기 단계에서 제외됩니다. (옥외광고 매체 선정 기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캠페인 종료 후 사후 서베이를 진행합니다. 사전 서베이와 동일한 문항으로 측정해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합니다.
브랜드 C의 경우, 4주 캠페인 이후 측정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조 인지도: 52% → 61% (+9%p)
비보조 인지도: 8% → 13% (+5%p)
최초 상기도: 3% → 6% (+3%p)
브랜드 선호도: 기존 수준 유지 (인지도 확대로 모수 증가)
노출 수나 도달률 같은 매체 지표가 아니라, 브랜드가 실제로 소비자 머릿속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이 과정의 핵심입니다. (애드타입의 성과 측정 방식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사후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캠페인 방향도 함께 제안합니다.
비보조 인지도와 최초 상기도가 의미 있게 올랐지만, 아직 경쟁사 대비 격차가 있습니다. 다음 캠페인에서는 도달 범위 확대보다 특정 상황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 루틴"이나 "출근 전 스킨케어"처럼 소비자의 일상 맥락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출퇴근 동선 매체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브랜드 C의 케이스에서 처음 가정한 타겟과 최종 전략 방향은 달랐습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데이터로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나 합리적인 가정을 가지고 옵니다. 중요한 건 그 가정을 집행 전에 한 번 검증할 수 있느냐입니다.
브랜드 상태, 타겟 동선, 매체 노출 품질. 이 세 가지가 연결될 때 미디어 믹스는 예산 배분표에서 전략 문서로 바뀝니다. 어떤 매체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의 답은 매체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브랜드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보는 데 있습니다.
데이터기반 옥외마케팅 전문 기업, 애드타입(Adtype) https://adtype.work/
참고 자료
애드타입 옥외광고 유효인구 성과측정 기술 특허 등록 — 매드타임스 (2025)
Nielsen. "Analyzing Out‑of‑Home Impact", 2024.
https://www.nielsen.com/insights/2024/measuring-out-of-home-impact/
OAAA. "Digital Out of Home Advertising Surpasses Other Media", Harris Poll,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