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ROAS는 진짜입니까, 에어비앤비에서 배우는 교훈
1. 에어비앤비는 2020년에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 약 $5.4억, 한화로 6,000억 원대를 삭감했습니다. 검색광고, 리타겟팅, 전환 캠페인 등 디지털 퍼포먼스의 주력들을 대폭 줄였습니다. 전체 마케팅 지출을 58% 가까이 낮춘, 업계 역사상 가장 과감한 실험 중 하나였습니다.
2. 상식적으로라면 매출이 급락해야 합니다. 광고를 끄면 유입이 줄고, 유입이 줄면 예약이 줄고, 예약이 줄면 매출이 빠지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마케팅을 반 이상 끊었는데, 트래픽과 예약의 대부분은 유지되었습니다. 트래픽의 90% 이상이 직접 유입과 오가닉 검색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3. 사람들은 광고 없이도 "에어비앤비"를 직접 검색하고, 앱을 열고, 예약했습니다. IPO 서류에서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대폭 줄였음에도 트래픽이 유지되었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6,000억을 줄였는데, 마케팅 의존도가 예상보다 훨씬 낮았던 겁니다.
4.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마케팅 애널리틱스에서 'Base sales'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정의는 단순합니다.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전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합니다.
5. 이건 단순 "지난 3개월 평균 매출" 정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품과 브랜드의 인지도, 제품 품질, 유통망, 고객의 습관과 신뢰가 만들어낸 구조적 기본 라인인데요. 시즌성, 경기 변동, 카테고리 성장까지 감안한 "마케팅 없이도 유지되는 매출의 바닥"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PO/PM 분들께서는 과거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Carrying Capacity의 개념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구조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6.수식으로 쓰면, 총 매출 = Base sales + Incremental sales(마케팅이 만든 추가 매출) 입니다. 실제로 MMM을 돌려보면, 보통 Base가 전체 매출의 40~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매출은 캠페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Base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지요.
7. 중요한 건, Base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전략적 브랜드마케팅, 제품 경험, 유통 확장, PR, 고객 서비스 등 지금까지의 모든 투자와 비즈니스 결정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퍼포먼스를 꺼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축적이 충분히 두꺼웠기 때문입니다.
8. 그래서 Base가 크다는 건 1) 직접 유입 비중이 높고, 2) 재방문율이 올라가고 있고, 3) 브랜드 검색량이 광고 없이도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 번 경험한 고객이 "해당 카테고리의 제품과 솔루션이 필요할 시, 딴 생각 없이 다시 오는" 구조가 갖춰진 상태이죠.
9. 반대로, Base가 작은 브랜드는 광고를 끄는 순간 매출이 바로 떨어집니다. 켜면 올라가고, 끄면 내려가고. 매달 광고비를 태우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위태로운 구조입니다. 이건 마케팅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10.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착시가 여기서 생깁니다. 플랫폼이 ROAS 4:1이라고 보여줘도, 그 안에는 "광고를 안 봤어도 어차피 샀을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Base를 빼고 나면 실제 Incremental ROAS는 1.5:1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살 사람에게 광고비를 쓰고, 그 성과를 캠페인의 공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11. Base sales는 브랜드 자산의 수학적 그림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브랜드가 크면 그림자도 크고, 브랜드가 작으면 그림자도 작습니다. 이 그림자가 클수록, 캠페인 하나의 성패에 매출 전체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케팅의 자유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12. 지금 당장 MMM을 돌리지 못하더라도, 직접 유입 · 재방문 · 재구매 · 브랜드 검색량 등 네 가지를 분기마다 추적해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우리 Base가 커지고 있는가, 줄고 있는가"를 읽을 수 있습니다. Base 관점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먼저입니다.
13. 퍼포먼스 마케팅은 수확입니다. 브랜드 투자는 밭을 넓히는 일입니다. 밭을 넓히지 않고 수확만 하면, 결국 같은 수확량을 위해 점점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Base를 키우는 건, 그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
Written by Jacob | 애드타입 마케팅 전략개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