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팅을 생각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공급자 관점, 차별화 집착, 팬덤 신봉 — 브랜드 마케팅의 흔한 오해

1. 브랜드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팀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로고를 다듬고, 컬러 시스템을 잡고, 미션과 비전을 정의합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립니다. 그 결과물은 대체로 깔끔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정작 알리는 데 쓸 돈과 사람과 시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2. 실무 현장에서 이 패턴을 반복해서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단순한 우선순위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브랜드 마케팅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3. 브랜딩 작업 자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작업이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지느냐입니다. 대부분의 미션/비전 작업은 "우리가 얼마나 멋진가"의 관점에서 시작됩니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 카테고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브랜드를 떠올리는지, 경쟁 브랜드들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 이 질문들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로 시작합니다. Desmidt et al.(2011)이 20년간의 미션 스테이트먼트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미션 선언문은 수익성과 매우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Management Decision, Vol. 49, No. 3) 시장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 브랜딩은 아름답지만, 시장에서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4. 브랜드를 "있어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같은 맥락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쓰고, 트렌드에 올라타고, 힙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믿음입니다. 전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기업의 자원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는게 진짜 문제입니다. 차별화를 만드는 데 자원을 소진하면, 실제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브랜드를 심는 활동에 쓸 자원이 없어집니다.


5. 마케팅 과학자 Byron Sharp는 이 지점을 수십 년간 연구했습니다. 마케터들은 차별화(differentiation)에 과잉 집착하고 독특함(distinctiveness)을 경시한다고 했습니다. 차별화는 "우리가 왜 다른가"를 설명하는 것이고, 독특함은 소비자가 0.1초 만에 우리를 알아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자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합니다. 후자는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거꾸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팬덤과 충성도에 대한 과도한 신봉도 자주 보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브랜드 충성도, 팬덤, 브랜드 사랑(brand love). 이 개념들이 브랜드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믿음이 업계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7. Ehrenberg-Bass Institute가 157개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 성장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요인은 충성도가 아니라 사용자 기반의 확장이었습니다. IPA 880개 캠페인 분석에서는 성장의 82%가 신규 고객 확보에서 나왔고, 충성도에서 나온 것은 단 2%였습니다. Byron Sharp는 이 법칙을 Double Jeopardy라고 불렀습니다. 시장점유율이 작은 브랜드는 구매자도 적고 충성도도 낮습니다.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은 충성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입니다. 큰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는 캠페인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더 크기 때문입니다.


8. 실제 소비자 대부분은 특정 브랜드의 팬이 아닙니다. 영국 코카콜라 구매자의 72%가 펩시도 삽니다. 영국 코카콜라 구매자의 30%는 연간 1회도 코카콜라를 구매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구매 상황에서 습관과 가용성에 의해 선택합니다. 브랜드를 깊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떠오르거나, 눈에 보이거나, 손에 닿기 쉬워서 삽니다. 브랜드 관련 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소비자보다 브랜드를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간극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9. 물론 초기 단계의 이야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0 to 1, 10 레벨에서는 다수를 애매하게 만족시키는 것보다 소수를 확실하게 만족시키는 것이 더 유리한 마일스톤을 만들어냅니다. 소규모의 열성적인 사용자 기반이 검증과 확장의 발판이 됩니다. 오틀리가 대형 슈퍼마켓이 아닌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부터 시작한 것, 많은 성공한 브랜드들이 좁은 니치에서 출발한 것이 이 논리에 부합합니다. 다만 사업에 정답이 없는 만큼 확언하기 어렵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10. 스케일 레벨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000만 명의 잠재 고객 중 1,000명의 팬덤을 만드는 것과, 같은 자원으로 500만 명의 Mental Availability를 높이는 것 중 어느 쪽이 재무적으로 맞는가. 연구는 후자를 지지합니다. Sharp의 분석에서 라이트 유저 — 가끔 한 번 사는 고객 — 가 헤비 유저보다 브랜드 전체 매출에 더 많이 기여합니다. 이 라이트 유저들이 1회 추가 구매를 하게 만드는 것이, 헤비 유저의 구매 빈도를 높이는 것보다 총 매출 임팩트가 큽니다. 1,000명의 팬과 깊이 노는 것보다 500만 명에게 가볍게 기억되는 것이 매출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11.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목적은 소비자의 기억 구조 속에 우리 브랜드를 심는 것입니다. 특정 구매 상황이 생겼을 때 1위에서 3위 안에 떠오르느냐, 그렇지 않느냐. 제품은 많아지고 검색은 더 편해지는 세상에서, 떠오르지 않으면 고려조차 되지 않습니다.


12. 브랜드 마케팅의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다시 설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 기억 속에 어떤 연상을 심을 것인가를 시장 관점에서 설계하고, 그 연상을 최대한 많은 잠재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데 자원을 씁니다. 실제로 살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합니다. 미션과 비전을 멋지게 만드는 것, 있어보이게 만드는 것, 팬을 깊이 가꾸는 것은 이 세 가지가 작동하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13. 브랜딩 업계는 구조적으로 다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칸 광고제 트로피는 도달률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에 주어집니다. 멋진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만든 에이전시가 더 높은 피를 받습니다. 이 인센티브 구조가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오해를 계속 재생산합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 구조를 인식하고, 외부의 소음과 내부의 판단 기준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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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acob | 애드타입 마케팅 전략 연구원 & 컨설턴트

https://adtyp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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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1) Branding Strategy Insider, "The Real Value In Brand Vision, Mission And Values" → https://brandingstrategyinsider.com/the-real-value-in-brand-vision-mission-and-values/


2) Desmidt, Prinzie & 2) Decramer (2011), "Looking for the value of mission statements: a meta-analysis of 20 years of research", Management Decision, Vol. 49, No. 3


3) Byron Sharp, How Brands Grow (2010), Oxford University Press / Ehrenberg-Bass Institute → https://marketingscience.info/how-brands-grow/


4) IPA (Institute of Practitioners in Advertising), Effectiveness Databank → https://ipa.co.uk/effect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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