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선정,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매체비 투자 및 설계의 기술이 캠페인의 성과를 가른다.

매체비 투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매체비를 쓴다는 것은 돈을 쓴다는 것이고, 돈을 쓴다는 것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매체 투자 설계의 기술은 "무엇을 위해 투자하는가"에 대한 목적 정의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예인을 기용한 브랜드 캠페인으로 전체 대중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타겟 고객층을 대상으로 비보조인지(물어보면 아는 정도)를 몇 퍼센트 확보할 것인지, 상기도(Recall)를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구매고려도와 브랜드 선호도를 몇 포인트 증대시킬 것인지. 이 목적이 숫자로 정의되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의사결정은 감에 의존하게 됩니다.




숫자에서 시작하지 않는 전략은 전략이 아닙니다


목적이 정의되었다면, 그 다음은 현실 세상의 팩트 지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마케터들이 이 단계를 건너뜁니다. "MZ세대", "20대 여성"이라는 라벨에서 전략이 시작되지, 우리 서비스 범위 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에서 시작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20대 여성의 숫자는 약 269만 명입니다. 만약 서비스의 물리적 제공 범위가 서울·수도권에 한한다면, 서울 66.2만 명, 경기도 73.5만 명, 인천 16.1만 명으로 총 155.8만 명 수준입니다. 이런 구체적 수치 없이 "20대 여성 타겟"이라고만 설정하면, 내가 과잉투자를 하고 있는 건지 과소투자를 하고 있는 건지조차 판단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시작은 팩트 데이터, 타겟 소비자의 전체 존재 인구 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전체 타겟 모수(Total Addressable Market)의 수치화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26년 3월 기준 서울 주요 소비 연령대 존재 인구 수>



도달(Reach)의 설계: 디멘션이라는 개념


타겟의 총량이 숫자화되었다면, 다음 질문은 "어디에서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디멘션(Dimension)이 존재합니다. 디멘션이란, 한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물리적·디지털 공간의 범위를 의미합니다. 같은 서울에 살고, 같은 연령대에 속하더라도, 각자가 실제로 노출되는 장소와 콘텐츠의 범위는 사람마다 전혀 다릅니다. 누군가의 하루는 길음–성수 축 위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누군가의 하루는 잠실–강남 축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쓰더라도, 실제로 노출되는 콘텐츠 세계는 사람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ygzatnygzatnygza.png 디멘션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한 인포그래픽



이 개념이 매체 설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도달의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디멘션을 고려하지 않으면, 같은 사람에게 과도하게 중복 노출하거나, 정작 도달해야 할 사람에게는 전혀 닿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155만 명이라는 타겟 모수가 있을 때, 이들 각각이 어떤 공간적·디지털 범위 안에서 생활하는지를 파악해야, 중복 없이 도달 범위를 최대화하는 매체 조합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디멘션을 모르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았는가"를 제어할 수 없습니다. 매체비의 효율은, 결국 서로 다른 디멘션에 속한 사람들을 얼마나 겹치지 않게 커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프라인 디멘션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이동은 집과 직장이라는 두 개의 고정점을 중심으로 강하게 구속됩니다. 길음에 거주하고 성수가 직장인 사람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판교나 가산, 마포를 방문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오프라인 디멘션은 길음–성수 축 위에 형성되어 있고, 이 범위 밖에 위치한 매체에 아무리 투자해도 이 사람에게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같은 축 위에 매체를 과도하게 배치하면, 한 사람에게만 반복 노출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미 충분한 빈도가 확보되었는데, 다른 디멘션에 속한 사람에게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채 예산이 소진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디멘션을 파악한다는 것은 곧, 사람들의 생활 이동 반경을 기준으로 매체를 배치하여 중복을 줄이고 도달을 넓히는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디멘션


온라인의 디멘션 분화는 오프라인보다 더 극단적입니다. 20년 전,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50%에 달하던 시절에는 하나의 콘텐츠가 대다수의 사람에게 동시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디멘션 분화가 지금처럼 세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폭발하면서,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각 개인이 접하는 디지털 콘텐츠 세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철저하게 분리되었습니다. 나의 유튜브와 친구의 유튜브는 이름만 같을 뿐, 노출되는 콘텐츠를 놓고 보면 사실상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같은 인스타그램이라 해도 탐색 탭에 뜨는 콘텐츠가 다르고, 같은 틱톡이라 해도 추천 피드의 구성이 다릅니다.


이것이 온라인 매체 설계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물리적 위치를 기준으로 디멘션을 파악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도 개인마다 완전히 다른 디멘션이 작동합니다. 특정 타겟에게 온라인으로 도달하려면, 그 사람이 실제로 머무는 디지털 디멘션이 어디인지 — 어떤 채널의 어떤 콘텐츠 클러스터에 속해 있는지 — 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중복과 누락이 동시에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디멘션이 중요한 이유는, 도달 설계의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155만 명이라는 타겟 모수가 있을 때, 이들이 각각 어떤 오프라인 생활권과 어떤 온라인 콘텐츠 세계에 속해 있는지를 파악해야, 중복 없이 — MECE하게 — 도달 범위를 최대화하는 매체 조합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빈도: 단순한 반복이 아닌 설계의 영역


도달 구조가 잡혔다면, 그 다음은 빈도입니다. 여기서도 선택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유형의 미디어로 빈도를 높일 것인지, 다른 미디어를 혼합해서 빈도를 확보할 것인지.


동일 유형의 미디어를 반복하는 것은 설계가 쉽지만, 효과가 체감될 수 있습니다. 다른 미디어를 혼합하는 방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한 개인의 온·오프라인 여정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추정과 가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수 있다면, 단일 미디어 대비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알리고자 하는 수준에 따라 노출빈도 KPI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매체비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목표에 맞게 빈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그만큼의 유효노출빈도를 획득한 인원의 도달 규모를 최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필요한 노출빈도는 목표가 비보조인지(물어보면 아는 정도)인지, 상기(떠올릴 수 있는 정도)인지, 최초상기(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도)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경쟁사의 SOV 투자 수준, 오디언스가 해당 산업에 대해 갖는 관심 수준 — 일상적으로 관심이 없는 카테고리일수록 주의와 기억 전환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 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정교한 컨설팅과 설계가 중요합니다.




쉬운 길과 제대로 된 길


매체 설계를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매체, 요즘 핫한 매체, 새로운 매체 정도로 접근하면, 이보다 쉬운 일이 없습니다. 매체를 선정하고,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서비스를 받으면 끝입니다. 실제로 많은 매체 플래닝이 이 수준에서 이루어집니다. 강남역 일대가 유동인구가 많으니까 강남역에, 성수가 핫하니까 성수에, 요즘 CTV가 뜨니까 CTV에.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빠르고 편하지만, 그 결과가 정말 최선이었는지를 사후에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매체 선정의 근거가 시장의 팩트가 아니라 담당자의 경험과 직감이라는 점입니다. 경험과 직감이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판단할 기준 자체가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타겟 인구의 전체 규모를 모르면 도달률을 계산할 수 없고, 디멘션을 모르면 중복과 누락을 구분할 수 없고, 빈도 기준이 없으면 과잉투자와 과소투자를 식별할 수 없습니다. 기준이 없으니 평가가 불가능하고, 평가가 불가능하니 개선도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기술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매체 설계는 기술입니다.


타겟 소비자의 전체 존재 인구 수에서 출발하고, 그들이 속한 오프라인·온라인 디멘션을 파악하여 중복 없는 도달 구조를 설계하고, 목표하는 인지 수준 — 비보조인지인지, 상기인지, 최초상기인지 — 에 따라 빈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


이 각각의 단계에는 인구통계 데이터의 해석, 공간 분석, 미디어 특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경쟁 환경과 카테고리 관여도를 고려한 빈도 설계가 수반됩니다. 느리고, 복잡하고, 데이터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을 거친 매체 설계와 거치지 않은 매체 설계는, 동일한 예산을 쓰더라도 도달하는 사람의 수, 확보하는 인지의 깊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매체비는 유한합니다. 유한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상, 그 자원이 어떤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매체 투자의 기술이며, 그 기술에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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