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화 안내는 교실의 비밀

아들 둘 교사가 요즘 아이들과 잘 지내는 기술

by 토끼포케

교대 졸업 후

부푼 꿈을 안고 발령 받은 첫 학교.


친절하고 다정한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불과 한달 전까지는 저도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불리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낯설었고

'출근하는 길이에요' 라는 말보다는 '등교하고 있어요'

말이 더 익숙한

아직은 학생 쪽에 더 가까운

신규 선생님이었지요.


학창 시절 만났던 선생님 몇 분을 떠올리며

절대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아이들의 마음을 다 이해해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지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결코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다짐했습니다.


2학년 담임으로 들어간 첫 날

아이들은 너무나 작고 귀여웠습니다.

수십개의 눈이 교실 속에서 저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그런 눈빛들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잘 해보려고 했습니다.

사랑으로만 아이들을 대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했던 사랑은 '친절함'이었지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아무리 친절하게 말해도

일단 아이들은 절대 듣지를 않았지요.

"선생님 말 잘 들을 수 있죠?"

"네~~~~~"

아침 약속이 무색하게


어떤 아이는 수업 중 계속 소리를 질러댔고

발표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울음을 터뜨렸죠.

제가 잘못된 습관을 지적하자

아빠한테 전화하겠다고 우는 아이,

궁금한게 있으면 수업중이든 아니든

일단 일어서서

앞으로 나와 제게 말을 시키는 아이,

교실을 빙글빙글 돌거나

끊임없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아이,

또 제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떠드는 모든 아이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들이 제게 악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미워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저는 그렇게 위안을 삼았습니다.


이듬해 맡은 6학년에서

선배 선생님들은 말씀하셨습니다.


첫날엔 무조건 웃어주면 안돼

3월달 내내 무표정하게 다녀야해

반항기가 심한 아이들이 있으면

일단 의자나 책상, 교탁이라도 한번 크게 쳐!

초장에 잘 잡아둬야 해.


작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좀더 강하게 때로는 무모하게 몰아붙일 때도 있었지요.


그 뒤로 3년 연속 6학년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리를 자주 지르니 목이 아팠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고민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저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었습니다.

가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를 때가 많아도

아이들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아직 미혼인 20대 여교사라는 사실도

하나의 큰 버프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 아줌마 선생님이 되어도

아이들은 날 계속 좋아해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라우마가 될 만큼 힘든 일도 정말 많았지만

제 모습이 서투르고 미숙해보여도

그 안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대한 사랑과 애정을

이해해주시는 좋은 학부모님들과

예쁜 아이들이 더 많이 있어 교직생활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습니다.


교사의 지도 방법이 다소 서툴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의도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였다면

부모도 아이들도 이해를 하고

그 시행착오를 응원해주는 끈끈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교직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일까요?


교실붕괴, 담임교체, 정서적 아동학대와 고소, 악성민원으로 인한 담임의 병가

당시 저는 근무했던 모든 학교에서 매년 담임교체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패턴은 늘 비슷했습니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교사의 의도를 보려하지 않았고

행위 그 자체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려 했습니다.


교육적 의도가 좋았다 하더라도

기분이 상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실수나 시행착오에는 날선 반응을 보였고

타겟이 되면

모든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를 덧붙여주기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꽤 과격한 태도로 공격을 해왔구요.


'엄친아'라는 말이 사라진 것도 이쯤일 것 같습니다.

잘난 옆집 아들은 관심 밖이기 때문이지요.

조금 부족하고 서툴러도 내 아이가 최고이고

그렇기에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이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였습니다.

그게 이 아이의 교육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아이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툰 신규교사들도, 꽤 경력이 있는 중견교사들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당황을 하였습니다.


당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교직은 꽤나 보수인 집단이고 또 구성원들의 변화가 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학생, 학부모가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

16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제가 느낀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 그 내용들을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기록에 앞서 모든 민원의 탓이 교사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악성민원으로 고통을 주는 학부모와 학생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법과 제도들이 꼭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학교와 선량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이지요.


다만 위와 같은 아이들과 별개로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인 성향이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알고나면

우리들도 새로운 지도법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일 치열한 생존싸움을 하고 있는

교사들

아이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문인 어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20대 미혼의 언니같은 여교사가 아닌

아들 둘을 키우는 16년차 아줌마 선생님 된

제가 느끼는

요즘 아이들의 특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