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훈육도 통한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3월 첫날 선생님들은 대부분 무섭고 엄격하셨습니다.
무표정한 얼굴과 짧은 지시로 학생들을 통제하셨고
누군가 잘못이라도 하는 날에는
매서운 눈초리와 호랑이같은 고함이
온 학생들을 긴장시켰습니다.
교사가 된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학기 초 담임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생활을 엄격하게 잡고 학급 낸 기강을 세우기 위해
더 아이들을 몰아세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급 붕괴가 오기 쉬웠거든요.
특히 잘못한 한두명의 학생이 눈에 띠었을 때는
일부러 더욱 보란듯이 무섭게 혼을 내어
모두에게 이런 잘못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면
그 방법이 다소 과격할지라도
모두가 납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무섭고 어려웠던 선생님이 친근하고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런 모습에 더욱 애정을 느꼈습니다.
"아, 이 선생님 무서운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따뜻한 면을 가지고 계셨구나!"
"선생님께서 우리를 많이 생각하시구나!"
"역시, 선생님이 이렇게 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라고 하며 선생님의 반전 매력에 더욱 정을 느꼈지요.
다소 쓴소리를 하더라도 어른은 아이에게 잘못된 점을 가르치고
아이는 어른의 가르침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옛 시절
위와 같은 스타일의 지도가 잘 통용되던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길을 가다 모르는 어른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계를 하면
고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도리어 왜 시비를 거냐며 반항을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지요.
"지가 뭔데."
요즘 아이들은
나를 모르는 사람
내가 신뢰 또는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나에게 지시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본인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느낀 수치심에만 집중을 하지요.
마음과 귀를 모두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저 역시 요즘 밖에서 모르는 아이들을 훈계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참 많이 있지요.
하지만 교실 안에서 학생을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사는
교실속 아이들의 행동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 또 전체를 위해서
어떻게든 이 아이들을 끌고 바른 방향으로 가야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과 라포를 쌓는 활동에 매우 공을 들입니다.
라포란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신뢰와 공감의 관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인데요,
현장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생들과의 라포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와 상호 신뢰와 공감의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는 학생들은
어떠한 지도나 훈육도 잘 수용하고 이해합니다.
반면, 교사와의 상호 신뢰가 없는 학생의 경우 반항과 거부감으로 갈등 관계를 조성하지요.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지도가 학생, 학부모와의 격한 갈등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서운 사람이 잘해주면 감동한다는 말은
요즘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강압적인 방법으로 교실을 운영하는 경우
겉보기에는 아이들이 눌리는 듯 하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교사를 공격하려 듭니다.
불리하고 편향된 상황에서의 녹음, 녹화, 영상 그리고 정서적 아동학대까지.
아이들은 교사를 끌어내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아이들의 행동은 잘못되었고 그것이 무조건 교사의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조금 더 원활한 학급운영을 위해서
저의 경험과 생각을 조심스레 전달하고자 합니다.
3월은 학급 세우기를 위해 교사들이 정성을 쏟는 시기입니다.
한달 내내 아이들에게
교실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과 선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지요.
그리고 이 규칙과 선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과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시작해야 하는데요,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무조건 화내지 않고
웃어주기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무턱대고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한 두명을 전체 앞에서 무안을 주며
'학급집단 전체의 기강'을 바로 잡고자 하는 스타일의
훈육은 요즘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줍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매우 쉽게 수치심을 느끼지요.
반 아이들 전체가 있는 곳에서
라포형성이 전혀 되지 않은 교사가
자신을 면박을 주거나 무안을 주면
정서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도 전에
일단 교사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나서는 절대 참지 않습니다.
바로 교무실로 가서 교감선생님과 면담을 요청하거나
부모님께 말해서 학교로 연락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교사의 진심은 전해지겠지만
그 과정이 서로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지요.
따라서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대하는 방식에는
아이들이 마음을 잘 열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 보다는
선생님의 잘못을 찾으며
교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어
오히려 훈육을 어렵게 합니다.
요즘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
무조건 친절하고 따뜻하게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점도 칭찬하기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기
자신의 전문성을 소개하기
학교생활을 잘 안내해주기
재미있는 수업이나 활동 준비하기 등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교사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살려 아이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 됩니다.
단 10분이라도 괜찮습니다.
교사와의 첫인상은 만난지 몇 분안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10분이라도 서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렇게 서로가 다소 편안해진 상태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선'을
더욱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엄격하고 단호한 태도도 필요하지요.
친밀감과 엄격함, 그 사이에서
자신에게 맞는 그 경계를 찾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첫날에는 무조건 카리스마 있어야 한다
절대 웃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강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휘어잡아 통제하기보다는
적절한 라포 형성을 바탕으로 규칙을 명확하게 알려주세요.
또 그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를 말해주세요.
"너는 학생이니까 그냥 그렇게 해야 해!"
"선생님이니까 급식 먼저 받는거야!"
보다는
"복도에서 뛰면 너희도 위험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도 있으니 절대 뛰면 안돼."
"저 선생님께서는 다음 수업이 있어서 식사를 빨리 하셔야 하니 우리가 배려를 해드려야 해."
위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와 분명한 어투로 전달 하는 것이 효과적 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에게는
마음을 열고 무엇이든 수용하려 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리의 씨앗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때는 다소 강한 훈육의 언어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요.
그래서 전
학생과 조금 더 가까워졌을 때
엄격한 훈육을 합니다.
무서운 모습으로 시작해 나중에 잘해주면 감동한다는 말,
요즘 아이들에게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라포가 형성이 되야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