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업자료를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들어 가는 수업

by 토끼포케

1. 손재주가 뛰어난 A 선생님 이야기


A 선생님은 어려서 부터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고 예쁘게 꾸밀 수 있었지요.

교사가 되기로 한 이유 역시

학생들에게 고품질의 수업 자료를 무료로 나누고

이를 통해 행복한 배움을 실천하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 선생님은 언제나

학습지를 만드는 데에 큰 정성과 노력을 쏟았습니다.

타이틀 부터 서체, 그리고 활동 구성까지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였지요.


특히 주제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이라도 하는 시기에는

당장 출간해도 될 정도의 워크북을 밤을 세며 만들었습니다.

또 늘 컬러프린터가 부족한 학교에서

가장 예쁘게 출력되는 컬러 프린터를 찾아

새벽부터 인쇄를 걸어두기도 하였습니다.


A 선생님이 만든 교재를 보며 다른 선생님께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셨어요.

디자인 뿐 아니라 활동 구성과 내용도 참신하여

당장 팔아도 될 정도의 퀄리티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A 선생님은 즐거워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무덤덤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만든 학습지에 그다지 큰 흥미가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자

"와, 예뻐요!" "선생님 진짜 멋있어요!" 감탄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40분(한 교시) 내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요.


오히려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건 이제 어떻게 해요? 버려요?" 라고 묻거나

이미 학습지를 꼬깃꼬깃 구겨버린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A선생님은 속이 상했어요.

아이들은 이렇게 고퀄리티의 학습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려는 것일까?

왜 내가 구성한 활동들에 애정을 갖지 않는 것일까?

A선생님의 아이들의 그러한 태도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그런 걸까요?



2. 조금은 어설퍼도, 우리 손으로 만든 수업


예전에는 교사들이

우수한 교육과정이나 활동내용을 완벽하게 구성하여

아이들에게 내려주거나

잘 정리된 학습 요약 노트, 학습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쁘게 디자인 된 학습지는 이미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요즘 교과서는 이미 표지 디자인도, 속의 내용도 굉장히 예쁘고

컬러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 정리 역시 완벽하게 구성 되어있지요.

따라서 교사 개인이 만든 예쁜 디자인 하나만으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습니다.

인기 캐릭터를 넣었다 할지라도

23명의 요즘 아이들에게는 23개의 취향이 있기에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예전과는 참 달라졌지요.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주도" "학생중심" "학생 자치" "함께 만들어 가는" 과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사가 완성된 교육 과정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함께 구성하는 방식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즉,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빈 종이를 주고 워크북 표지를 직접 꾸미게 하거나

발표회 이름과 순서, 내용을 함께 정하는 것처럼


다소 어설퍼 보이는 결과물일지라도

교사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는 수업이라면

이것이 더 의미 있고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만든 자료에는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교사 혼자 만든 수업은 교사 혼자에게만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애착을 갖게 하려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A 선생님이 자신의 워크북에 애착을 보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디자인하고 활동을 구성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만든 작품, 스스로 구성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굉장한 애착을 보입니다.

교사 혼자 만든 수업은 교사 혼자 가장 큰 애착을 갖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에 더 아이들을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 생각했던 즐거운 수업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집니다.


완벽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교사 혼자 머리를 꽁꽁 싸매며 학급 발표회 때 할 일을 구성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발표회 이름, 발표회 내용, 순서, 방법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든 활동이나 작품에

교사가 먼저 크게 반응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은

내용적으로는 조금 부족하고 어설퍼 보일수 있지만

학습자와 수업자 모두의 애정을 담고 있기에

더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과 활동에

교사가 먼저 진심으로 감탄하고 반응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학생주도 수업이라고 해서

교사는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학생 주도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과 주도성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지요.


학생들을 위한 자료를 정성껏 준비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학생들의 시도와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주는 교사의 여유와 따뜻한 시선,

요즘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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