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기합은 끝, 공동체 역량 키우는 방법

반성문 10장도, 단체 손들기도, 교실 청소 벌도 안 되는 시대

by 토끼포케

저는 학창 시절 단체기합을 많이 받으며 자란 세대입니다.

교실 안에서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모두가 함께 벌을 섰고 심하면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내가 떠든 것도 아닌데 반장이라는 이유로

혹은 그 친구를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반 전체가 그 상황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하나이기때문에." 단체기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그 상황이 다소 속이 상하거나 억울하기는 해도

그것에 대해 크게 불만을 표현하거나 따져 묻는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잘못했으니 다음 수업 시간부터는 더 잘해야 겠다." 라고 다짐하기도 했지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생과 다투면 부모님은 "둘 다 손들고 있어!" 라고 소리치셨고

우리는 실컷 서로 눈을 흘겨보다가

서로의 표정에 피식 웃고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곤 했지요.


그때는 지금처럼 개인의 사정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지 않았고

전체 훈화나 단체 벌칙을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이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지만서로의 성격과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의 잘잘못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설명을 요구합니다.


조금이라도 억울하다고 느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지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해"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A는 이런 행동이 잘못되었고, B는 그에 대해 이렇게 반응한 점이 아쉽다.

그래서 A가 먼저 사과하고, B는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를 약속해주는 게 좋겠다."


아이들의 사정을 하나하나 들어주고

분명하게 판단하여 그에 걸맞은 결과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다툼 하나에도 요즘 교사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넘어갔다가는

학부모 민원은 물론, 학교폭력 사건으로까지 번질 수 있으니까요.


벌칙도 마찬가지입니다.

“네가 잘못했으니 반성문 10장 써 와!”

“청소하면서 반성해!”

“넌 잘못했으니까 쉬는 시간에 공부해!”

“가서 손들고 서있어!”

이런 말들, 요즘엔 정말 큰일 납니다.


의미없는 줄글을 반복해서 쓰게 하는 벌은 교육청에서 '지양'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나의 태도를 돌아보는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청소를 벌로 시키는 것은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어서 역시 권장되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은 학생의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교사가 임의로 제한할 수 없고

신체벌로 간주되는 손들기 역시 금지입니다.

자칫하면 아동학대 민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공동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교실의 질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학교는 분명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공동체에는 분명히 흐름이 있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아이들이 달라져도 특정 시기마다 반복되는 분위기의 흐름이 있지요.


어느 날은 교실 속 아이들의 말투가 전반적ㅇ로 괜히 까칠해지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며

공부에 집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슬금슬금 퍼져나오지요.


'기강'이라는 말이 다소 옛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공동체의 흐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분위기를 다잡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공동체의 약속을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학급 규칙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알려줬다면

요즘은 아이들과 하나하나 협의하여 함께 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휴대폰 사용 문제의 경우,

예전 같으면 "학교 오면 휴대폰 제출해!"라고 교사가 일방적을 통보했겠지만

지금은 위와 같은 방식을 쓰면 아이들은 인권 침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수업 중 휴대폰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까?"

"친구 몰래 사진 찍는 거, 녹음하는 건 어때 보여?"

토의의 배경과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휴대폰을 꺼두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오면

"우리 그러면 수업 시작 전에 휴대폰 꺼두는 걸 약속으로 정하자."

"그리고 매일 검사하는 역할도 정해보자."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규칙을 만들고 역할까지 정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를 해야 합니다.

학생주도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사의 주도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지요.

이것이 바로 진짜 공동체 역량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학기 초 많은 교사들이 학급 약속을 정하는 학급 세우기 활동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교실 전체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 속 학업 분위기 자체가 흐트러진 것이지요.


그럴 때 저는 아주 잠깐

아이들의 쉬는 시간 활동을 제한합니다.

물론 그 이유는 명확히 설명합니다.

"수업 시간에 우리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는 혼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쉬기로 하자."

"쉬는 시간은 노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것도 함께 기억하자."

이건 단순한 벌이나 기합이 아닌

멈춤을 통해 전체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집단 전체에 보내는 작은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 저도 교실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함께 멈추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요.


때로는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제지나 경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늘 아이들과의 대화와 이해가 담겨 있어야 하지요.

무조건적인 억압이 아니라

함께 만든 약속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방식.

그게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공동체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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