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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Oct 13. 2023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 아닐까

   최근에 자치통감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전국시대부터 시작하여 1300여 년의 역사를 편년체, 즉 연도별로 서술한 역사책이다. 지금은 전한 시대 도중을 지나고 있다(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무제의 증손자가 황제가 된 시점). 지나온 부분의 유명한 사람들은 진시황, 장기판의 주인공들, 기타 수많은 군상들의 삶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약간 초연해진 것 같다.


   역사책은 위인전이나 영화가 아니라서 대부분 중요 인물은 그 삶의 끝까지 언급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곱게 죽은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죽음뿐만 아니라 삶의 굴곡도 극심한 사람들도 많다. 억울한 사람들도 많고 뜻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타락한 사람들도 많고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 역사에 남을 정도니 재주와 운도 보통이 아닌 사람들의 삶 또한 전혀 쉽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내 인생이 고달픈 부분에 대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또한 빠르게 성공한 사람들이나 느즈막에 성공한 사람들 같이 인생에서 꽃을 피운 시기도 각기 다르기에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도움이 된다. 빨리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고 늦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당장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기회는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생의 마무리인 것 같다. 역사에는 세상에 명성을 드높였더라도 머지않아 몰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있다. 성공을 하거나 잘 나가게 되더라도 그 타이밍에 수명이 다하지 않는다면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높은 자리에 오른 후 그 위치에너지로 바닥에 처박히는 일이 많다. 우리 삶 주변에도 잘 나가다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하더라도 절대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더 어려운 길이 이어진다는 점이 아직 성공도 못한 입장에서 맥이 풀리기도 하지만 인생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사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으니 끝까지 가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의 초라함은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끝까지 삶을 불태워보면 인생의 마지막에 이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우스갯소리에서, 승부에서 199번 지고 마지막 1번만 이긴 사람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 사실 인생이 가진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 우리 모두 파이팅 하면 분명 이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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