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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Feb 07. 2022

31. 단골손님의 SNS를 안다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말은 이제 흘려가듯 하는 말이 되었다. 손님들마다 걱정과 응원을 담은 말로 "코로나가 빨리 해결되어야 할 텐데"라고 말한다. 사적 모임 인원수를 제한할 때마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될 때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할 때마다 들어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서로 간 코로나에 대한 대화가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곧 끝나겠죠"라는 희망적인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힘내세요", "서로 힘내 봐요"라는 대화도 이제 지겹듯이 해서 하지 않는다.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모두가 지쳐있기 때문에, 모두가 위로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기 때문에, 서로가 힘들기에 서로를 응원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코로나의 영향일까? 이전보다 카페&서점의 홍보를 위해 SNS를 더욱 활발히 한다. 카페에서의 순간순간을 예쁘게 사진에 담아 올리기도 하고, 손님과의 재미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한다. 손님들과 함께할만한 온갖 모임들도 만들어본다. 뿐만 아니라, 단골손님들과 SNS를 팔로우하고 팔로잉하며 교류한다. 손님들이 올린 포스팅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하트'를 누른다. 이어서 댓글을 달기 위해 손님이 올린 사진과 글을 찬찬히 살펴본다. 문맥에 적절한 말, 적당한 사이의 관계에 할 수 있는 말을 고르고 골라 무난하게 댓글을 단다. "우와, 넘 멋져요!", "끝내줘요!" 같은 것들로.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의 SNS를 알고 있는 게 너무 괴롭다'


손님들과 서로 SNS를 팔로우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냥 손님이 아닌,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다. 포스팅에 올라온 사진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하며, 서로를 잘 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게 무언가 '끈'처럼 여겨진다. 어떻게든 그 끈을 이어지게 만드려고 나는 하염없이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행위는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꼭 한 번 들러주세요'라는 처절한 바람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와는 달리 요새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억눌러있던 자유를 조금씩 누리고자 움직인다. 하루를 우울감에 휩싸이게 했던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 보려고 조금씩 밖으로 나선다. 사회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던 움직임이 점차 활기를 띤다. 그래서일까, 손님들의 SNS는 무척이나 다채로워졌다. 여행, 맛집, 카페, 핫플 등을 키워드로 수많은 포스팅이 쏟아진다. 업데이트되는 포스팅에 미처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밑으로 파묻힌다. 밑으로. 하염없이 밑으로. 단골손님이 다른 카페에 방문해서 '커피가 맛있다'라고 글을 올릴 때마다, 우리 가게에서 판매하는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산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좌절되는 기대감으로 기분이 속절없이 밑으로 추락한다. 밑으로. 하염없이 밑으로. 


물론 나도 분명히 안다. 이성적으로 명확하게 알고 있다. 잘못된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나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한다. '손님이 네 가게만 가야 되는 거 아닌 거 알잖아. 알면서 왜 이래' 그래, 알면서 왜 그럴까? 도대체 왜! SNS는 굉장히 사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본인의 취향, 성격, 집, 가족, 친구, 취미.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나열한 일상까지. 그러다 보니 포스팅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알고 있다고, 심지어 친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 오는 기대감, 이 기대감이 결국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보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보게 되어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나를 어리석게 만든다. 내가 자영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아무렇지 않았을 일이, 자영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이 감정이 무척이나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마음이 단련됨을 느낀다. 손님의 SNS를 보고 그저 휙휙 손가락을 튕겨 포스팅을 내려볼 수 있는 경험치도 쌓였다. 예전에 그런 마음을 가졌던 나를 '어리네, 어려!'라고 비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말이다.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지 가끔, 정말이지 가끔은, 진짜로 정말이지 가끔만, 손님의 SNS를 보는 게 속상할 때도 있다. (휴, 쪼잔한 나를 고백하니 속이 후련하다!)


이런저런 마음에 휩싸이는 요즈음, 서로가 힘들어서 응원할 기력도 없는 오늘날. 코로나19로 힘든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끊임없이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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