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생, 꼭 의미가 없어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잖아

[도서] 위화, 인생

by 애매한 인간 채도운

드디어 독서모임 날이 되었다. 멤버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까, 이런 책을 왜 추천했냐고 원망하지는 않을까, 독서모임에서 할 이야기 없다고 투덜거리지는 않을까. 독서모임을 앞두면 마음은 늘 이런 걱정들로 뒤숭숭해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각기 다른 반응이야말로 독서모임의 재료다. 독서모임은 정답을 맞히듯 서로가 동일한 감정을 느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왜 다르게 읽혔는지,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사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다른지를 꺼내어보고 알아가는 자리가 바로 '독서모임'이기 때문이다.


위화의 <인생>은 1994년경 중국에서 영화화 됐는데, 공리가 등장해서 화제가 됐었고, 칸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었다. 연령대가 있는 멤버는 어렴풋이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 소설은, 촌에서 민요를 수집하는 한 사람이 밭에서 소를 모는 노인 푸구이를 만나며 시작한다. 푸구이는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도 맛깔나게 들려준다. 그는 한때 지주의 아들이었으나 도박과 방탕한 생활로 집안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만다. 빈곤으로 추락한 그는 더 이상 비단옷을 입지 않는다. 이제는 비단옷이 '미끌미끌한 게 꼭 콧물로 만든 옷을 입은 것'만 같다. 살갗이 쓸리는 옷이 그야말로 제 옷이 된다. 그는 농민으로 살아가며 아내 자전과 두 아이, 딸 펑샤와 아들 유칭을 키운다. 그러나 시대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전쟁에 얼떨결에 끌려가고, 현대사의 격랑 속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을 하나 둘 잃는다. 딸을, 아들을, 사위와 아내를 모두 떠나보낸다. 마지막의 손자까지도. 푸구이는 이제 자신의 죽음만을 남겨놓고 있다.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내 주검을 거둬줄 사람을 구태여 바랄 필요가 없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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