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오늘부터 시작!
나는 새벽이 참 좋다. 새벽은 고요하고, 온전히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준다.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아이의 학습을 돕고, 집안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를 재우고, 씻고 잠들 준비를 한 다음에서야 책을 좀 볼 수 있는 여유나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된다. 그래서 새벽은 늘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상태로 잠들기를 거부하다 겨우 잠이 들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등교시킨 후에 피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아침 공기가 쌀쌀한 날은 따뜻한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가면 고즈넉하게 잠시 쉰다는 게 또 잠이 들어버린다. 1~2시간만 잠들어도 쓸고 닦거나 아이 밥 차릴 시간이 부족해진다.
위의 사진처럼 아주 거창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요리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편이다. 요리를 못 하기 때문에 요령이 없고, 손도 빠르지 못한 탓이다. 만약, 내가 혼자 살았다면 절대 적성에 맞지 않는 요리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거다. 더군다나 나는 식욕도 별로 없다. 먹는 걸 별로 즐기지 않기 때문에 알약 하나로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해 끼니를 대신 해결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할 정도다. 그래도 내가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고, 성장기 아이를 굶길 수는 없으니 지난달부터 국과 반찬을 배달시켜먹고 있다. 우리 아파트에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인지 네 가지 반찬과 국을 아침마다 배달해주는 곳이 생겼다. 평일 내내 배달해주는데 가격도 엄청 저렴하다. 그래서 요즘은 딱 한 가지 정도의 반찬(고단백질)과 밥 정도만 더 해놓고 출근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요리하는 시간은 최소 40분은 걸린다.
도대체 집안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없을까. 분명 잠들기 전에 잡다한 일들을 해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다. 방은 매일 닦아도 지저분한 것 같고, 매일 널고 개야할 빨래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또 이리 보고 저리 보면 맘에 안 드는 구석은 늘 있어서 정리정돈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다. 조금 지저분하게 살면 되는데 성격상 그렇게는 못 살겠다. 먼지도 싫고, 물건과 책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상태는 더 싫다. 먼지웅(허지웅 별명 ㅎㅎ) 정도는 아니지만, 최대한 맘에 들 정도로는 청소를 해야 집을 나설 수 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요즘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오후 2~3시에 출근을 하다니! 뭐,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저녁 10~11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게 출근해도 되는 측면은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하교 후, 5~6시 정도에 오니깐.
내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2~3시간 일찍 와서 수업 준비하는 이상적인 선생님! 하지만 나는 대표다. 작은 센터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관리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청소, 학생관리, 학부모 응대, 원비 결재, 비품관리, 수업 준비, 강의 계획, 컨설팅 프로그램 고안, 컨설팅 진행상황 체크, 홈페이지 구축, 블로그 관리 등등 은근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오후에 출근하는 게으른 짓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하거나 최소한의 엄마 노릇도 안 할 수 없으니 방법은 하나다. 잠을 줄이는 것이다! 새벽에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생략하고 무조건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서 새벽에 책을 보든 글을 쓰면 될 것이다. 쓸데없이 감상에 젓는 시간도 좀 줄이자. 그래서 오늘부터는 수면시간을 5시간으로 줄이고, 아침 10시 전에는 출근하기로 다짐한다.
솔직히, 맞벌이하는 엄마들도 가사, 육아 다 하면서 8시~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그런 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결국,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맡겨두었더니 시간을 억망으로 쓰고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만 쓰고 있는 꼴이다. 이러다가 정작 중요한 일은 마감이 임박해서야 하게 될 텐데 그렇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여유 있는 삶, 편안한 삶을 원했다면 사업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원해서 시작한 일이고, 나는 이 일이 여전히 즐겁다. 그러므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하고, 집중도를 높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타협하고, 게으름 피우기 시작한다면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게 되고, 그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라 나를 믿었던 누군가의 몫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 자신의 역할과 지위를 책임진다는 것은 참 녹록지 않은 일이다.
사람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는 대로 생각하거나 살아온 대로 행동할 때,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나 보다. 나 역시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겠다는 각오를 한 두 번 다짐했던 것은 아니다. 새해만 되면 늘 도전하고 싶은 행동의 1순위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길 포기했던 가장 큰 원인은 새벽의 자유와 여유였다. 그래서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새벽의 자유와 여유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강화물이 필요하고, 강화물은 내가 원하는 것이 더 좋은 법이니깐. 그럼 차라리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새벽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집안일과 요리를 아이 등교 전에 다 끝내버리는 것이다. 아주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내 몸이 적응해줄지 의문이다. 오늘부터 메모하는 습관으로 나 자신의 행동을 관찰해야겠다. 변명이나 합리화 따위로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내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브런치에 글을 써보자! 여러분 제가 아침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지 지켜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