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탄생신화
엄마는 우리 집 기둥이에요
우리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내가 만나본 분 중 제일 닮고 싶지만 제일 이해가 안 되고 가장 기민하지만 가장 답답한 분이었다.
우리 엄마는 맥가이버처럼 뭐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지만, 가족들 일에 답답하리만큼 참고 희생했다, 아무리 이상한 친척이 방문해도 얼굴 붉힐 일이 없었고 수술하고 회복할 때도 제사를 지냈다.
우리 엄마는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이 없는 보살같은 분이고 위기에 흔들림이 없는 분이라 믿음직하면서도
나는 엄마가 한번쯤 못해먹겠다 화좀 내고 힘들다고 다리 뻗고 우셨으면 했다. 엄마의 인내심의 수혜자는 나면서 그래도 한두 번은 엄마가 다른 집 엄마들처럼 철없이 징징대시길 기대했었다.
그런데 오늘 엄마께 너무 힘들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도 역시 울지 않으셨고 차분히 받아들이고 해결에 집중하시려고 노력하셨다.
다른 엄마들 같으면 엎어져서 울고 뒹굴면서 소리 지를 일이었으나 엄마는 이번에도 차분하셨다.
엄마의 평정심이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이기적인 딸인 나는 엄마께 슬픔과 좌절을 표현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다.
"엄마, 엄마가 쓰러지시면 삼성 그룹에서 이건희 회장 쓰러졌을 때 삼성이 겪은 고통보다 우리 집이 겪을 고통이 더 커요.
엄마는 호들갑 떠는 법이 없고 슬퍼할 겨를 없이 항상 해결에 최선을 다했어요. 이번에도 쓰러지지 말고 평상 하던 대로 해주세요. 난 엄마의 그런 모습이 좋아요"
엄마가 슬퍼서 쓰러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슬퍼하지 못하게 한 게 미안하다.
미안해도 슬퍼도 엄마를 믿는다. 묵직한 우리 엄마는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 만난 분 중 가장 강하고 유연한 분이기도 하니 무너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을 것이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