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공기

그러나 따듯함은 없을지도

by emily

2달간 병가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가니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가지 TF가 생간다며 관련 정보를 공유받았다.

슬라이드로 정리된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 한 부서에 할 일을 여러개의 TF로 해결하려 하지??"


신입사원일 때 나는 TF 멤버로 참여하기를 즐겼다.

다른 부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내가 하는 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좋았다.

물론, 해야 할 업무는 쌓이고 당장의 개인적 성과로 인정받지는 못하니 괜히 에너지만 썼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조직에 대해 이해하고 견딜 나의 근력을 기르는 데는 이만한 활동이 없었다


예를 들어 인사관련 TF를 만들어 회사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치자.

그럼, TF 리더는 보통 인사팀 사람이다. 가끔 팀 TF를 격려하기도 하고 방향을 새롭게 잡아줄 사람은 인사부 임원이나 사장이다.

TF가 너무 선심성 정책을 선택하려고 한다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스폰서들의 역할은 이 사람들에게 회사의 목표, 프로젝트의 목표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TF에서 만든 안이 모두 수용되는 건 아니었으나, 단 한 가지라도 경영진은 수용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아무것도 수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TF를 경험하려 하지 않는다.


....

내가 회사에서 이번에 받은 자료를 보고 놀란 점은 TF가 무언지 이해가 없었다.

일단 이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비전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리더는 그냥 아무나.

스폰서는 없다. 권한도 없다.

세부적인 활동들이 잔뜩 열거되었다.

왜?

그 활동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길래?

목표나 비전이 없는 자료에서 작성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시도였을지도...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것은 혜택이었다.

다양한 경험, 동호회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회사에서 동호회에게 일정정도 재정적 지원이 있으므로), 마지막으로 월 1회 점심 회식.

이 TF를 만들어 그 멤버들을 어떻게 격려할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유관팀과 이야기하기 싫었던 작성자는 자기 눈높이에 맞는 내용을 서술했을 뿐이다.

TF가 동호회 지원을 받으면 그건 동호회다. 즐기면 될 뿐, 이루지는 않아도 된다.

그래. 이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진 좋다. 동호회 이름이 TF일수도 있지.

그런데... 밥? 밥이라고? 누구랑 먹으라고 쓰여있지 않은 거 보니 불편할 자리임은 분명하다.

법인카드 소유자는 보통 윗분들이시니 TF 멤버들이 부담스러워할 윗분이 오시겠지. 격려차원에서.

그건 업무지 혜택은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밥 한 끼의 의미는 갓지은 밥을 담아 내온 밥공기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마음도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다. 체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밥을 먹이는 것이 혜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나 맞기 전에는 계획이 있다고 권투선수 알리가 말했다지.

그렇다. 계획이 없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안 일으키는 것보다는 뭔가 시도하려는 정성을 좋다.

그렇지만 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나왔을까?

자신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그릇을 넘는 일을 경계하는 뜻일 터.

굶고 가만히 있어도 좋으니, 제발 식사는 혜택에서 뺐으면.

TASK FORCE에 FORCE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는 힘을 받아 일을 하라는 뜻이지 혜택을 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할 때 직원들의 자존심이 지켜졌을 것이다.

아쉽기 그지없지만, 이번 TF 자료를 보며 배운다.

나는 혹시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있는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일에 혹시 설치진 않았는가?


#회식이혜택인지이해가안되는 #TF운영 #따뜻한밥한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