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실은 맑음

by 애나

최근 몇 년 동안 저의 삶에는 흐린 날씨가 잦았습니다.

제가 아팠고, 가족이 아팠으며, 마음으로 가깝게 여기던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음 한 곳에 구름이 짙게 깔리기도 했습니다.

낮에는 치열한 워킹맘으로 정신없이 살다가도,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구름이 보였습니다.


구름은 무시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내일도 치열하게 살아야 했기에, 나를 돌아볼 여유는 제쳐 두고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기계처럼 일을 했습니다. 기계처럼 친절했습니다. 그게 편했습니다.

반에서 아이들을 혼내는 데 열을 내기보다 친절하게 설명하며 옳은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저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반 아이들은 점차 안정이 되어갔습니다.


더 친절하게 웃어주고 더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한 존재로 다가왔고 어느 아이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습니다. 내 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행동하게 되더군요. 수업 연구를 예전처럼 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되었기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더 잘해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A를 못해주니 B라도 해주자는 심정이었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으로 사랑해 주기 시작한 겁니다.

워킹맘의 바쁜 일정 속에,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선택했던 친절함이 아이들의 사랑으로 돌아온 겁니다.


제 아이를 키우는 일도 바빠서 아이들에게 예전처럼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 의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활력은 대단했습니다. 특유의 활기참과 순수함으로 제 마음의 문을 부수고 들어와 마구 사랑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의 사랑이 결국 응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주고받는 사랑 덕분에 저는 구름을 걷어낼 용기를 얻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좋은 선생님이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린 저는 친절한 교사가 어떻게 학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고 그 방법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저만의 방법을 정립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친절한 교사의 친절한 훈육‘은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훌륭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워킹맘의 삶은 바쁘고 체력 전쟁 속에서 숨을 헐떡이지만,

아이들과 친절한 상호 작용 속에서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지만 그 과정 모두 배움이라 여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름이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비쳤습니다.

그렇게, 오늘의 교실은 맑음입니다.


지금까지 ‘친절한 교사의 친절한 훈육’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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