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우 Dec 18. 2018

위기를기회로바꾼화가

<철수의그림이야기>





근현대라는 시기는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기였지만,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소수만의 예술이 대중화되고 서양예술의 적극적도입과 융합으로 수많은 독특하고도 참신한 예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이기도하다. 슬프고도 찬란했던 근현대미술이야기를 이번장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한다.  필자가 공부하고 전공하고 있는 중국근현대미술이야기로 범위를 좁히고자 하는데, 그 첫번째 인물은 임풍면(林风眠)이라는 화가다.



만약 평생을 지켜온 습관과 살아온 환경을 한 순간에 모두 버리고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해야한다면 어떨까? 미련없이 할 수 있을까? 임풍면은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 혹은 위기를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중국미술의 대표적인 선구자이자 미술교육가가 되었다.




그의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한 눈에 동양의 그림임을 어렵지않게 발견할수 있다.

먼저 그는 수묵으로 인체와 배경의 윤곽선을 그렸고,그 후에 전체적으로 담채 채색을 진행했다. 소재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 먼저 손에 비파로 보이는 악기와 중국전통의상을 통해 고전복장의 중국여성임을 쉽게 알아챌수 있다.하지만 이 그림속에는 동양의 것만이 존재하는것은 아니다. 화가는 청년시절 프랑스유학 기간동안 배웠던 서양현대미술의 핵심을 그의 작품속에 녹여냈다. 화가는 근대라는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시기에 미술로 현실을 개혁하고자 했다. 보수적인 중국전통예술을 개혁하고자 ‘서양미술’의 핵심을 그것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예술운동을 중서융합이라 부르는데, 화가는 중국 중서융합 운동의 대표적인 선구자였다.






임풍면은 1900년 광동성 작은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석각장인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우수했던 그는 일찍이 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소양을 두루 갖추었고, 유학의 길을 꿈꾸게 된다. 청년시절 프랑스로 건너간 그의 초기 화풍은 당시 유행하던 서양화풍의 완전한 모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존경하던 교수님의 한마디가 그의 예술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게 된다. “너는 중국인이다. 중국 전통의 예술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  이 한마디는 그의 중국인으로써의 정체성과 더불어 예술가로써의 개성에 큰 방향표가 되어 앞으로 이어질 그의 예술인생의 지침표가 된다.  이 사건이후로 임풍면은 동양도자박물관과 중국미술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중국전통의 것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1925년 겨울 중국으로 돌아온이후 북경예전과 항주예전의 교장을 엮임하며 미술교육가로서의 또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1937년 중일전쟁발발이후 그는 학교가 이사를 가게되자 가족들과 이별하고 충칭까지 피난가게 된다.



충칭에서의 피난생활은 배고픔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쏟아지는 포탄과 빗발치는 총성,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으로 치솓는 물가, 학교에서는 그를 모함하는 사람들로 부터 이유없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더불어 식재료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평소에 써오던 비싼 유화재료를 살수 없게되자 화가는 자신의 화법과 화구를 모두 바꿔야만하는 상황에 이른다. 늘 담대하고 긍정적이었던 화가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감히 평생써오던 서양의 붓을 내려놓고 동양의 붓을 들게된다. 찍어 그리는 서양식화법을 완전히 버리고 동양의 붓을 들어 종이에 선을 긋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 이후로 임풍면의 화풍은 완전히 바뀐다. 서양 전통표현주의 회화에서 중국화풍으로 변화한다.  이 그림을 살펴보자





이 그림속 선들은 힘차고 명쾌하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유화처럼 한점한점 찍어서 하나의 형체가 완성되는 것과는 다르게 한번의 경쾌한 획과 힘있는 붓질로 형상이 생명을 얻게되는 것이다. 더불어 화가는 형태는 간략하되 고유한 핵심을 놓치지 않는 서양현대미술의 형태미를 그림속에 반영한다. 이는 중국 사의화의 핵심 미학이기도 하다.







임풍면은 위기와 절망속에서 굴하지 않고 담대하고도 겸허하게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와 과감한 시도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 텄고, 그는 위대한 미술가가 되다. 화가 임풍면처럼 독자분들께서도 고난앞에서 좌절하지않고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화가 임풍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편은 <슬픈여인의 형상>이라는 주제로 임풍면 두번째 이야기를 이어나가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